‘해리포터’ ‘김이듬 시’ ‘한강 소설’ 기계번역 해보니… 정확도 낮아 “시간 낭비”

김남중 2023. 5. 2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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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번역원 ‘AI 번역’ 심포지엄… “AI로 문학 번역 어렵다” 중론


문학 작품의 기계번역 정확도가 30∼40%도 안 되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문학 텍스트 번역은 수정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아 시간 낭비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혜진 중앙대 국제대학원 전문통번역학과 교수는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문학번역원 주최 ‘AI 번역 현황과 문학번역의 미래’ 심포지엄에서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대상으로 인간번역과 기계번역을 비교 분석했다.

전 교수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구글 번역을 분석해 본 결과, 번역 정확도는 30∼40% 미만 수준에 그쳤다”며 “번역 오류가 어휘, 문법, 화용론, 문체론, 문화적인 층위에서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어휘·문법적 오류로 인해 미래와 과거가 선명하게 연결되어 있는 세계를 상상하고 각박하고 불안한 현실에서 어떤 위안과 마법을 간절히 원하는 독자들의 즐거움을 충족할 수 없으며, 작품의 특징인 이야기성, 현장성, 상호작용성을 살리기는커녕 내용 전달에도 실패하는 취약한 번역 수준을 보여주었다. 또한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 간의 생생하고 맛깔스러운 대사를 번역할 때, 인물들 간의 관계, 성격, 상황 등을 이해하지 못해 호칭과 어미 처리에서 심각한 문제를 보였다.”

전 교수에 따르면, 기계번역은 어휘와 문법에서의 오류 뿐만 아니라 작품의 특징인 이야기성, 현장성, 상호작용성을 살리지 못했고 내용 전달에도 실패하는 취약한 수준을 보여줬다. 특히 등장인물들 간의 대사를 번역할 때, 인물들의 성격, 관계, 상황 등을 이해하지 못했고 호칭과 어미 처리에서 심각한 문제를 보였다. 또 작품에 담긴 문화적 맥락과 배경을 파악하지 못하는 문제를 보여줬다.

전 교수는 “문학 번역의 경우 기계번역의 품질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인간이 재번역해야 하는 수준”이라며 “고도의 언어수행 능력, 텍스트 분석 능력, 맥락, 상황 이해 능력, 전략적 선택 능력, 소통적 번역 능력, 창의적 번역 능력과 감성을 요구하는 문학번역의 영역에서는 기계번역이 인간번역에 위협이나 도전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마승혜 동국대 영어영문학부 영어통번역학 교수는 시, 소설, 영화, 웹툰 작품의 기계번역 결과물을 분석했다.

마 교수는 먼저 김이듬 시인의 시집 ‘히스테리아’에 실린 시 ‘사과없어요(No Apology)’에 대한 기계번역 결과물에 대해 “텍스트에서 문장 주어 생략이 빈번하고, 관용적 표현을 사용하며,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시 장르의 경우에는 AI번역으로 의미를 바르게 전달하기 어렵다”고 평가하고 “시 번역에서 AI번역 결과물을 활용하고자 한다면 포스트 에디팅 작업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에 대한 비교 분석에서는 “소설에는 여러 등장인물이 등장하고 다양한 맥락이 종합적으로 제시되는데, AI번역으로는 이 복잡다단한 인물 및 맥락 연결성을 파악하여 원작의 숨은 의도를 전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마 교수는 “챗GPT를 이용해 번역하기 위해서는 단락마다 또는 문장마다 번역가의 의도를 명시적으로 제시해야 하고, 그 결과물이 의도한 대로 생성되었는지 다시 검토해야 한다”면서 “작가의 의도뿐만 아니라 번역가의 의도 또한 중요한 문학번역에서 AI번역을 활용하기에는 아직은 보완할 점이 많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윤선미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번역기라고 스스로 소개하는 딥플(DeepL) 사용 경험을 정리해서 발표했다.

윤 교수는 “다양한 유형의 텍스트와 언어를 시도해 보고 나서 내린 결론은 영어와 스페인어같이 두 언어(소스 언어와 대상 언어) 모두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주류 언어일 경우에는 비문학적 텍스트에서 상당히 좋은 질의 번역을 얻을 수 있지만 스페인어와 한국어, 한국어와 아랍어처럼 두 언어 중 어느 하나가 비주류 언어일 경우에는 번역된 텍스트의 정확성과 유창함이 현저히 떨어졌다”면서 “두 언어 중 어느 하나가 비주류 언어인 경우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특히 “문학 텍스트의 경우에는 인공지능이 생산한 번역물의 질이 그리 높지 않다. 인공지능이 문학의 은유, 말장난, 함축적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소스 텍스트의 주어나 구문적 요소가 생략되어 있을 경우에는 많은 오역이 나온다”면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문학 텍스트 번역은 수정해야만 할 부분이 너무 많아 시간 낭비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AI 번역이 인간 번역을 대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문학·번역 관계자들만이 아니라 AI·기계번역·법률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해 AI 번역의 역사와 현황, 활용 및 수용 가능성, 관련 법제 및 윤리 문제, 번역교육 등의 주제를 다뤘다.

번역서비스 회사 플리토의 이정수 대표는 “챗GPT와 같은 생성 AI는 번역가들의 특정 작업 단계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 “인공지능은 다양한 분야의 번역에서 ‘효율’을 높여주는 역할을 통해 전문 번역가들이 고품질 번역을 완성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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