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값 폭락 얘기 나오는데 수입... 이 정부에 농민 위한 정책 있나"

김동이 2023. 5. 2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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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태안 특산물인 마늘 수확 시작, 지난해 대비 가격 폭락 전망에 농가 벌써부터 한숨

[김동이 기자]

▲ 마늘값 폭락 전망에 한숨소리 커지는 태안 마늘농가들 올해 마늘값이 1kg당 2500원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저 1800원선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예측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Kg당 5천원선이었음을 감안하면 반토막 수준인 셈이다. 사진은 충남 태안의 마늘농가에서 마늘을 수확하고 있다.
ⓒ 김동이
 
"벌써부터 마늘 가격이 폭락할 거라는 얘기가 마늘농가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농협에서도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1kg당 2500원 선에서 수매가격이 형성될 것이라는 얘기가 돈다. 왜 마늘 수확을 앞두고 정부가 마늘과 양파를 수입했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과연 이 정부에 농민을 생각하는 정책이 있는지 의문이다."

충남 태안군 근흥면에서 마늘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민의 하소연이다. 근흥면은 최고 품질의 육쪽마늘 종구를 재배해 태안 마늘 농가에 공급하고 있는 '육쪽마늘 종자섬'인 가의도를 품은 고장이다.

마늘 농사가 주업인 양아무개(50)씨는 마늘 수확을 앞두고 벌써부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양씨의 경우에는 농협과의 계약재배는 체결하지 않아 개인 간 거래로 마늘을 팔거나 중간상인인 마늘도소매업자에게 넘겨야 하는 상황이다.

다행히 수년간 거래해 온 개인업자가 올해 마늘을 사 주기로 했지만 마늘단가는 농협의 거래 상황을 지켜본 뒤 정해질 것으로 보여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

지난해 대비 '반토막' 난 마늘값... 한숨 소리 커진 농가

더군다나 2천여 평의 마늘밭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15명 정도의 일꾼들이 투입돼야 하는데 인건비 역시 농가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태안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을 할 경우 새참이나 중식을 제공하지 않고 17만 원의 인건비를 주고 있다. 일부에서는 18만 원까지 인건비를 지급하고 있다. 지역주민의 경우에는 새참과 중식을 제공하고도 15만 원을 일당으로 줘야 한다. 인건비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마늘단가는 지난해의 반토막 수준으로 폭락했다. 양씨는 "작년에는 마늘단가가 좋아서 총 수입이 5천만 원 정도였다"면서 "인건비를 떼더라도 3천만 원 정도의 수익이 남았는데, 올해는 인건비는 지난해와 같은데 마늘단가가 폭락해 소득이 시원찮을 것 같다. 인건비 빼고, 종자비와 비료값 등 이것저것 빼면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지금은 마늘과 양파를 수입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수확철을 앞두고 농산물을 수입하게 되면 우리 농산물의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벌써 마늘과 양파를 수입했다고 하니 농민들 다 죽으라는 것 아닌가. 정부가 농민들 입장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같다. 양곡법도 마찬가지"라고 쓴소리를 냈다.

덧붙여 그는 "지난해 마늘값이 좋았을 때 중간상인들이 마늘값을 후려쳐 농민들을 두 번 울린적이 있었는데, 올해는 마늘단가가 하락해 중간상인들이 아직까지는 입질도 오지 않고 있지만 싸게라도 팔아넘기려는 농민들의 심리를 이용해 더 싸게 마늘을 사려고 농민들한테 다가가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면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인력수급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이미 캔 곳도 있지만 이달 26일부터는 본격적으로 마늘수확이 시작될 예정으로, 일할 사람 구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면서 "나같은 경우는 15명 정도의 인력이 필요한데 지난해부터는 태안이 아닌 인근 예산군의 인력사무소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을 수급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마늘농가의 농민 송아무개씨는 "올해는 마늘값이 폭락했다고 안 사간다는 소문이 돌면서 마늘 농사짓는 동네분들의 걱정이 많다"며 "인터넷으로 판매되는 마늘은 지난해와 값이 비슷한데 절반까지 폭락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마늘값은 변동이 있기는 하지만 절반까지 폭락한 적은 없었다. 이런 소문을 들은 농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마늘이 주품목인데 지자체도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태안군연합사업단, 마늘값 폭락 대비 분산출하로 농가 도와
 
▲ 출하를 앞둔 마늘 사진은 충남 태안군 남면에서 수확한 마늘. 지난 22일 충북 청주의 직거래장터로 이동하기 위해 주대를 자르지 않은 상태로 태안군산지유통센터 앞에 쌓아져 있다. 50개 1단씩 묶인 마늘은 1만4천원선에 거래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2만원대 후반 가격을 받았다.
ⓒ 김동이
 
농협 중심의 올바른 유통구조를 만들어 농업적 가치를 높이고 농산물의 안정적인 판매기반 구축에 나서고 있는 농협경제지주 태안군연합사업단(단장 홍성훈, 이하 '태안군연합사업단')은 올해 마늘값을 1kg당 2500원선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저 1800원선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예측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kg당 5천 원선이었음을 감안하면 반토막 수준인 셈이다.

지난해 마늘단가는 상급품의 경우 1kg당 5100원을, 2등급은 4800원을 지급한 바 있다. 1단(마늘 50개)기준으로 할 때 지난해 공식적인 마늘단가는 1만6650원이었다.

태안군연합사업단은 올해 마늘단가 폭락 원인을 정부의 물가정책 실패로 바라보고 있다.

태안군연합사업단 홍성훈 단장은 "정부에서는 소비자물가를 중요시해 최근 몇 년간 마늘을 수입해서 물가를 맞춰왔다. 농협에서 마늘을 수매하고 난 뒤에 정부가 중국산 마늘을 수입해서 물가를 맞췄다"며 "이후 마늘 물가가 곤두박질치다보니 농협이 적자를 감당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가격 안정화의 기준이 도대체 뭔가"라고 되물은 홍 단장은 "가격 안정화를 위한 기준 가격을 어느 정도 현실화해야 한다. 몇 년 평균단가로 기준가격을 정하다보니 농산물은 매년 20년 전 가격으로 정해야 하나"라고 되물었다.

"올해 마늘 단가를 얼마로 책정해야 할지 농협에서도 고민 중"이라고 전한 홍 단장은 "농식품부가 마늘 생산시기에 맞춰 단가를 정해줘야 하는데 나중에 차액에 대해서는 보전을 해주긴 하지만 꼭 농협에서 마늘을 다 수매 한 후에 확정해준다"면서 "올해가 걱정이다. 마늘을 수확하기도 전에 벌써 수입했다. 그동안 이런 사례는 없었는데, (그로 인해) 갑자기 가격이 떨어졌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늘단가가 떨어지면 농협으로 마늘농가들이 몰리고, 마늘가격이 올라가면 중간상인한테 간다. 마늘가격이 떨어지면 중간상인들은 손해이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안정적인 마늘값을 받기 위해 올해 마늘농가들이 농협으로 몰릴 것"으로 예상한 홍 단장은 "태안농협의 경우 올해 1500톤 수매 계획이 있는데, 마늘가격 하락으로 2000톤 정도가 몰리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도 "몰리더라도 농협에서는 전량 수매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농협이 태안군과 함께 마늘을 순회수집 했는데 올해도 계획 중이다. 마늘농가가 가장 어려운 점이 마늘을 캐서 운반하는 것인데, 농협에서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올해도 공동수확단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홍 단장은 "농협에서는 전 읍면에 대해 마늘 계약재배를 하고 있다. 전국에서도 태안이 유일하다. 올해는 농협에서 전량 다 수용할 것으로 보고 있고, 마늘농가 농민들은 올해의 경우 농협에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태안군연합사업단에서도 건마늘 수매 시 출하단가가 하락할 것을 우려해 주대마늘도 수매하는 분산출하로 마늘농가들을 돕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마늘농가를 비롯해 인력난에 허덕이는 태안농가에 안정적인 인력수급 방안이 시급하다고도 했다. 특히 태안군과 협약을 맺은 키르기스스탄과 계절근로자 협약을 농협과도 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 단장은 "태안군에서 농촌 일손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키르기스스탄과 계절근로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농협에서도 태안군에 협약을 제안했지만, 제도적인 문제가 있다"면서 "그동안은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가 입국하지 못하는 상황도 있었지만, 제도적으로도 농번기에는 이들을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도록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마을회관에 외국인 노동자 숙소를 제공하든가, 마늘과 생강 수확시기만이라도 태안군과 협약을 맺은 키르기스스탄 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수급될 수 있도록 취업비자를 발급하는 등 태안군이 나서야 한다"며 "농번기만이라도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외국인 근로자들의 체류를 양성화시킬 필요성이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인건비도 합리적인 선에서 지급될 것이고, 농가에도 안정적으로 인력수급도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태안군 관계자 "가격 안정대책 세워달라 요청했지만..."
 
▲ 발육상태 좋은 태안산 마늘 태안군 남면에서 수확한 마늘. 이 마늘은 지난 22일 충북 청주의 직거래장터로 이동해 50개 1단에 1만4천원선에 거래됐다. 태안 등 산지에서는 마늘주대를 잘라 마늘망에 넣어 판매되지만 도시민들은 마늘주대를 자르지 않은 상태로 팔아야 신선한 마늘로 보고 구입한다고 태안군산지유통센터 관계자는 전했다.
ⓒ 김동이
 
지난 25일 마늘 캐는 현장에 다녀왔다는 태안농협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마늘수확 현장에 나갔는데 농민이 올해는 (지난해 마늘가격을 의식한 듯) 1kg당 3천 원 이상은 받을 수 있겠냐고 물었는데 답을 하지 못했다"면서 "농수산물의 경우 값을 장담 할 수 없어 아무 말도 못드렸는데 올해 마늘가격이 예측되는 게 있어 미안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마늘가격 폭락이 현실화되자 태안군에서도 마늘가격 안정대책 마련을 위해 시장군수협의회를 통해 정부에 요청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모양새다.

태안군청 농정과 관계자는 "시장군수협의회 차원에서 마늘가격 안정대책을 세워달라고 요청하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마늘, 양파를 싸게 먹어야 물가가 잡힌다고 수입해야 한다고 한다"면서 "그래서 전국마늘생산자협회와 전국양파생산자협회가 지난 5월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생산자대회를 통해 마늘·양파에 대한 수입중단과 생산비 보장, 소비자 물가 안정을 위한 마늘, 양파 공공비축 확대를 주장했지만 결국 수입이 됐다"고 했다.

(사)전국마늘생산자협회와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지난 11일 서울 용산에서 열린 '5.11전국양파·마늘생산자대회'에서 마늘과 양파의 수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생산비는 날이 갈수록 폭등하는데 농산물 값이 하락하면 농민탓으로 돌리고, 조금 오르면 정부가 나서서 바로 수입해서 가격을 떨어뜨리는 정책이 제대로 된 농업정책인가"라면서 "국민세금으로 마늘, 양파 수입해서 국산 마늘, 양파 농가 다 죽어간다. 마늘값 폭락이 우려됨에도 아무 대책 세우지 않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한다"며 ▲TRQ(저율관세할당) 수입반대와 ▲생산비 보장 ▲공공비축확대를 촉구했다.

양파생산자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어떠한 역대 정부도 양파 출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5월에 양파 수입을 진행한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는데,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2일 설명자료를 내고 불가피하게 수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농식품부는 "양파 가격은 재고량 부족과 올해산 조생종 양파 생산량이 감소해 4월 도매가격이 1242원/kg으로 전년보다 103% 높게 형성되었으며, 특히, 수입산 가격은 예년과 달리 국산보다 높은 1623원/kg으로 이것은 수입산 양파의 크기가 크고 단단해 튀김 요리 등을 주요리로 하는 중식당 등에서 선호해 국산 가격보다 높게 형성되고 있다"면서 "이에 정부에서는 음식점 등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불가피하게 수입해 음식점 등에 시중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6월부터 생산되는 양파는 고온 등 기상악화에 따른 생산량 감소가 우려되기 때문에 저율관세 할당물량(TRQ) 2만 톤을 증량할 계획이지만, 도입 시기 및 물량 등은 향후 양파 생산량을 고려해 신중히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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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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