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두산 [MONEY톡]
최근 두산이 미래산업에 집중하면서 새롭게 기회를 찾아가는 분위기다. 최근 두산밥캣과 두산에너빌리티 등 두산그룹 주요 상장 계열사가 호실적을 기록하며 지주사 두산을 비롯해 두산그룹주가 주목받는다.
그렇다고 꽃길만 걸었던 것도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계열사 실적이 악화하며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휩싸였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4월 두산그룹은 자산 매각이 핵심인 3조 원 자구책을 채권단에 내놓아야만 했다. 이후 골프장 클럽모우CC, 동대문 의류상가의 메카인 두산타워, 두산솔루션, 두산 모트롤BG 등이 두산 품을 떠났다. 그룹 체질 변화를 이끌었던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현대중공업으로 넘어갔다. 두산은 국내 최고(崔古)기업이라는 명성을 뒤로하고 껍데기만 남는 듯했다.
최근 두산그룹 지주사 두산은 올해 1분기 주요 계열사의 고른 성장 덕분에 호실적을 기록했다. 두산은 연결 기준 1분기 매출 4조3,511억 원, 영업이익 3,382억 원을 기록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보다 매출은 30% 늘었고, 영업이익은 82%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1,14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큰 폭 흑자 전환했다.
국내 유일 원자력발전 주기기 생산업체인 두산에너빌리티의 1분기 영업이익 역시 3,646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매출도 4조410억 원으로 35% 늘었다. 지난 3월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카자흐스탄과 투르키스탄 복합화력발전소(CCPP) 등 해외 수주가 늘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껑충 뛰었다. 이미 받아둔 1분기 수주만 4조3,049억 원으로 올해 목표치인 8조6,000억 원의 절반을 달성했다.
비상장 계열사 두산로보틱스의 성장세도 주목할 만하다. 두산로보틱스는 신규 협력사 발굴과 식음료(F&B) 서비스로봇 판매 확대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5% 증가했다. 두산로보틱스는 2분기에도 북미 법인 활성화와 신규 채널 발굴로 매출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올해 상장을 계획 중인 가운데, 올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로 꼽힌다.
증권가에서는 두산밥캣을 주목한다.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한 이후 주가는 즉각 반응했다. 두산밥캣은 실적 공시 다음 날인 4월27일 장중 최고치인 5만1,400원까지 주가가 오르며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다. 미국 건설장비시장이 호조를 보인 게 증권가 호평의 이유다.
두산 역시 실적발표 직후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올린 보고서를 발간했다. NH투자증권은 두산의 목표주가를 기존 12만 원에서 13만7,000원으로 14% 상향 조정했다. 전자 중심의 자체 사업도 안정적이고 업황이 개선되며 상장 계열사들의 성장성이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두산로보틱스 상장 효과도 가시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맥을 못 추고 있다. 탈원전 정책 폐기와 한미 정상회담 수혜주로 주목받았지만 과거 유상증자를 수 차례 진행한 탓에 주식 수가 대폭 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글 명순영 『매경이코노미』기자 사진제공 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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