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PD가 폐 건강으로 맞붙다… ‘폐지컬100’ [헬띠타카]

이슬비 기자 2023. 5. 2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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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건강은 정말 중요합니다. 한번 망가지면 회복되지 않거든요. 그래서인지 폐 질환자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2021년 전체 사망 원인 3순위가 만성 호흡기질환이었고요.(질병관리청) 부동의 사망률 1위 암인 폐암의 환자 수도 꾸준히 늘고 있죠. 질환까지 갈 필요도 없습니다. 폐 기능이 조금만 떨어져도 돌연 심장사를 겪을 위험이 커진다는 스웨덴 룬드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기자인 필자와 헬띠타카 기획·진행을 맡고 있는 이안 피디가 치열하게 폐기능을 겨뤘다./사진=헬스조선 DB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폐 건강의 중요성과 폐 건강을 확인법을 알리기 위한 본격 헬스조선 주관 서바이벌 프로그램 '폐지컬 100'! 98명이 기권하고, 아쉽게도 기자인 필자와 헬띠타카 기획·진행을 맡고 있는 황이안 피디만이 남아 치열하게 경쟁했습니다. SNS 등을 통해 흔히 폐 건강을 확인할 수 있다고 알려진 여러 가지 테스트들로 폐 기능을 겨뤄봤는데요. 실제 이런 테스트들로 폐 건강을 확인할 수 있을까요?

◇폐지컬100 경기 종목, 신뢰성 떨어져?
크게 3가지 테스트, ▲'밖으로 나가 버리고~' 끝말 오래 외치기 ▲숨 오래 참기 ▲촛불 멀리 끄기를 진행했습니다. 끝말 오래 외치기는 예능 등에서 게임으로 자주 등장하는 테스트인데요. 숨을 얇게 오래 내뱉는 게 관건입니다. 두 번째는 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폐 건강 테스트에서 착안했습니다. SNS 게시물에선 공이 A에서 B지점까지 이동하는 동안 숨을 참으면 폐가 건강한 거라고 소개합니다. 마지막으론 불을 켠 촛불을 길게 줄 세운 뒤 입으로 바람을 불어 얼마나 많은 촛불을 끌 수 있는지 겨뤘습니다. 오래 상당량의 공기를 내뱉어야 먼 곳에 있는 촛불까지 끌 수 있었습니다. 과연 누가 이겼을까요? 승부 결과는 영상을 통해 확인하세요.

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폐건강 테스트. 이 테스트에서 폐지컬 두 번째 숨참기 경기가 고안됐다./사진=유튜브, 트위터 캡처
3가지 테스트 따라 해 보려고 하셨다면, 잠시 멈추세요. 패자의 경기 종목 불신으로 직접 병원에 찾아가, 이 테스트들이 실제 폐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지 물었는데요. 답은 충격적이게도 '아니오'였습니다.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최천웅 교수는 "정확하게 측정하는 법이 아니다"라며 "물론 폐활량이 큰 사람이 좋은 결과를 내기에 유리하겠지만, 훈련을 통해 충분히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폐 질환 등으로 폐 건강이 안 좋은 사람이더라도 운동 등 여러 이유로 호흡근이 튼튼한 사람이라면 폐가 건강한 사람보다 위 테스트에서 훨씬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괜히 테스트했다가 결과가 좋아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될 수도 있는 거죠. 특히 두 번째 테스트인 숨 참기는 폐 건강보다 정신력 싸움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숨은 뇌에서 숨이 차다는 걸 인식하고 숨을 쉬어야겠다고 결정할 때까지 참을 수 있거든요.

◇병원 폐활량 검사로 폐용량·공기유입량 평가 가능

폐활량 검사를 받고 있다./사진=헬스조선 유튜브 캡처

정확한 승부를 가리기 위해 병원에 찾아가 실제로 폐 기능검사(Pulmonary function test)를 받았습니다. 폐기능 검사는 ▲폐활량 측정법 ▲폐확산능 검사 ▲폐용적 검사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요. 가장 기본적으로 측정하는 폐활량 측정법만으로도 호흡 기능이 정상인지,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호흡기 질환이 있는지, 중증도는 얼마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검사는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먼저 키와 몸무게를 측정한 뒤, 공기를 불어 넣을 수 있는 마우스피스가 달린 기기 앞에 앉았습니다. 허리를 똑바로 세우고 앉아 집게로 코를 막고, 2~3번 편안한 입 호흡을 하다가 숨을 강하게 내쉬어야 했는데요. 한번은 강하게 1초 동안, 또 한번은 중간에 멈추지 않고 6초 동안 불어야 했습니다. 정말 최대한의 노력을 짜냈습니다. 나중에는 숨을 내뱉고 싶어도 숨이 안 나와, '아'만 외쳤습니다. '폐가 쪼그라든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날 정도였습니다. 저는 숨이 모자라 3번이나 다시 해야 했습니다. 검사만 했을 뿐인데 살짝 어지러웠어요. 알고 보니 검사 후 어지러워하는 사람이 꽤 많다고 합니다. 최천웅 교수는 "풍선에 빨대가 달린 폐 모식도를 떠올려 보자"며 "이 검사법으로는 폐활량인 풍선의 용량이 얼마나 큰지, 공기가 들어갔다 나가는 빨대의 굵기가 얼마나 굵은지를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왼쪽부터 필자, 이안 피디 폐활량 검사 결과./사진=이안 피디
과연 결과는 누구의 승리였을까요? 슬프게도 기자의 패배였습니다. 검사지 제일 위 칸에 있는 FVC가 폐용량을, 다음 칸인 FEV1이 내쉬는 힘을 보여주는데요. 필자는 93, 97, 피디는 104, 107로, 피디가 이겼습니다. 결과지에 나온 숫자는 본인 나이, 성별, 키, 몸무게, 인종이 같은 사람들 평균치와 본인의 수치를 비교해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100%면 딱 평균인 거죠. 보통 정상예측치의 80% 이상이면 폐 기능이 정상인 것으로 간주합니다.

◇전보다 빨리 숨차다면 검사받아야
사실 폐가 건강한지 알고 싶다고 매번 병원을 방문해 검사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생활에서 폐가 건강한지 확인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최천웅 교수는 "숨이 찬 건 개인적인 느낌이라, 폐 건강이 굉장히 안 좋은데 숨이 안 찬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폐 기능 검사 결과 정상인데 숨이 너무 차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며 "평소보다 얼마나 달라졌는지 살펴보고, 예전에는 500m를 걷고 나서야 숨이 찼는데, 언제부턴가 300m만 걸어도 숨이 찬다면 병원에서 검사를 한 번 받아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같은 나이, 연령대인 친구들과 함께 길을 걸어가는데 본인만 뒤처져도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폐에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건 '담배'입니다. 흡연자라면 아무 증상이 느껴지지 않아도 주기적으로 폐 기능 검사를 받는 게 좋습니다.

왼쪽부터 황이안 피디,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최천웅 교수 그리고 필자가 '폐 건강은 늘리는 게 아니라 지키는 겁니다'라는 슬로건을 외치고 있다./사진=헬스조선 유튜브 캡처
◇폐 건강, 나빠지면 돌이킬 수 없어 건강할 때부터 지켜야
폐는 지키는 겁니다. 앞서 말했듯 폐는 한번 망가지면 회복되지 않아서, 기능이 나빠진 후 관리하기 시작하면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격이에요. 건강할 때부터 노력이 필요합니다. 최천웅 교수는 "운동, 폐에 좋은 음식 등을 먹으면 폐활량이 좋아진다는 얘기가 만연하게 퍼져있는데, 폐활량은 절대 늘어날 수 없다"며 "폐활량은 선천적으로 결정이 되고, 점점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운동이나 폐에 좋은 음식 등으로 떨어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했습니다. 마라톤 등 유산소 운동을 하면 폐를 움직이는 호흡근을 단련할 수 있어 폐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도라지 등 폐에 좋은 음식은 폐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줄여, 폐가 나빠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공기가 드나드는 폐는 말랑말랑해야 합니다. 그런데 흉터가 생겼다가 아물면 그 부분이 딱딱해져 폐의 기능이 떨어집니다. 의학적으론 섬유화라고 불리는 증상인데요. 이 때문에 폐 염증, 감기 등 호흡기 질환을 포함해 결국 폐와 관련된 어떤 병도 걸리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최천웅 교수는 "폐 건강을 생각한다면 첫 번째는 금연이다"면서 "연기, 외·내부 미세먼지도 폐에 안 좋으므로 미세먼지 나쁨인 날엔 마스크를 쓰고 요리할 땐 환기를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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