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이냐, 대중성이냐…편성에 칼 빼든 KBS의 깊은 고민 ②

권혜미 2023. 5.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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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제공

KBS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공영 서비스 강화를 위해 뉴스 콘텐츠를 늘리고, 예능 프로그램 신설과 채널 이동 등 대규모로 편성을 조정한다. 프로그램 5개 폐지라는 과감한 결정도 내렸다. 이같은 조치는 KBS가 공공성과 대중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로 보여진다.

지난 19일 KBS는 오는 29일부터 편성 조정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뉴스 콘텐츠다. 2TV에서는 월~목요일 오후 6시에 ‘KBS 뉴스6’을 선보인다. 1TV에서는 ‘KBS 뉴스라인 W’을 신설, 국제 시사 정보를 제공한다. 6월 11일부터는 ‘일요일 아침 7시 뉴스’가 기존에 방송되던 1TV의 오전 6시와 8시 뉴스를 대신한다. 생방송 시사 토크쇼 ‘더 라이브’도 1TV에서 2TV로 옮겨 60분으로 확대 편성됐다.

두 번째 변화는 예능 콘텐츠다. 공익적 색깔을 가진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이 2TV에서 방영을 앞두고 있다. 재난 상황의 정보와 생존을 완수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생존게임 코드레드’는 6월 3일부터 시청자와 만난다. 농어민과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오늘부터 구독 중’은 4편의 특집으로 6월 18일부터 방송된다. 1TV에서는 자립 준비 청년들에게 매주 식재료가 담긴 장바구니를 후원하는 ‘장바구니 집사들’이 24일부터 방송됐다.

반면 ‘자연의 철학자들’, ‘예썰의 전당’, ‘노래가 좋아’와 ‘통합뉴스룸 ET’, ‘노머니 노아트’는 종영한다.

22일 KBS2 공익 예능프로그램 '생존게임 코드레드' 방송 기념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출연자 박군, 모태범, 조준호, 이승국, 문수인, 짱재, 곽범, 홍범석이 자리했다.(사진=KBS 제공)
◇ 예능, 공공성+재미 다 잡는다

KBS는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의 확장으로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흥행을 배제할 수 없는 예능 파트에서는 채널에 공공성을 더하면서, 재미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

재난 상황의 정보를 제공하는 ‘생존게임 코드레드’는 재난 방송 주관 방송사 KBS만이 할 수 있는 방송이다. 단 일방적 정보 전달은 단조로울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KBS는 유튜버 짱재, 개그맨 곽범, 국가대표 스피드스케이팅선수 출신 모태범 등 요즘 대세라 불리는 이색 출연자들을 투입해 예능적 요소를 키웠다.

연출자 고세준 PD는 “일반 예능 프로그램도, 신체력 능력만 보는 프로그램도 아니다 보니 출연자 선정에 고민이 많았다. 능력과 개성을 함께 보여줄 출연자를 찾았고, 출연진 간 시너지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 외에 ‘오늘부터 구독중’에는 가수 토니안, 초아, 개그맨 김해준이, ‘장바구니 집사들’에는 배우 한혜진, 가수 장민호, 방송인 홍석천 등 친숙한 얼굴들이 등장한다. 폐지가 결정된 5개의 프로그램도 ‘노머니 노아트’를 제외하고는 출연진 인지도가 부족한 프로그램이다. 이에 새 프로그램에는 예능의 재미와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해 캐스팅에 제대로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KBS 홈페이지
◇ 공영방송의 딜레마, 공공성vs상업성

공영방송의 딜레마는 이전부터 꾸준히 언급돼왔다.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콘텐츠를 만들지만, 국민에게 수신료를 받는 KBS는 방송의 목적을 영리성에 두지 않아야 할 의무가 있다. 상업적 콘텐츠에 잠식되지 말아야 하며 공공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 그런데 착하기만 한 방송은 시청자들에게 흥미를 끌기 어렵다. 더구나 최근에는 OTT와 유튜브 등 시청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채널과 콘텐츠의 폭이 넓어졌다. 공영방송의 입지가 훨씬 좁아진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최근 OTT 플랫폼 콘텐츠의 글로벌한 인기로 인해 공영방송이 위기에 봉착했다”며 “OTT와 경쟁력에서 살아남으면서, 공영방송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방송가의 고심이 깊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자극적인 콘텐츠가 쏟아지는 이 때에 공영방송이 ‘본질’에 더 다가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공영방송의 존재가 다른 방송사에서는 추구할 수 없는 가장 차별화된 콘텐츠라는 이유에서다.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공영방송이 살아남는 길은 시청률이 잘 나올 만한 콘텐츠를 만들어야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남들이 안 하는 공공성을 강조한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며 “모두가 상업성에 올인하고 있을 때 공공성이 가장 특화된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시청자들이 ‘건강한 방송을 하고 있구나’라고 느낄 만한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사진=KBS2 캡처

KBS에서 공공성과 시청률을 모두 잡은 프로그램도 분명 존재한다. 과거 ‘상상플러스’(2004~2010)는 10%대 시청률을 유지했으며, 전성기였던 2006년에는 시청률 30%가 넘기도 했다. 인터넷 언어의 범람으로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된 ‘올드 앤 뉴’ 코너는 시청자들에게 바른 우리말을 알려줬다.

50개의 퀴즈에 도전하는 청소년들의 서바이벌 ‘도전! 골든벨’(2000~2020)도 각종 일반 상식 및 시사 현안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교육 방송으로 남았다. 무엇보다 기업의 후원을 받아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했다.

직접 실험까지 감행하며 유쾌한 정보를 알려줬던 ‘스펀지’(2003~2012)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유익한 방송’ 1위의 주인공이다. 1994년 첫 방송을 시작해 최고 시청률 47%를 기록하는 등 국민적인 사랑을 받아온 ‘TV는 사랑을 싣고’는 2010년 방송이 중단된 뒤 2018년 다시 시청자들을 찾아오기도 했다. 

사진=KBS2 캡처
KBS가 던진 변화구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다. 급변하는 방송가에서 콘텐츠의 성공여부는 시청자들의 패턴과 콘텐츠의 성격, 방송 시기 등 많은 환경과 요인들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결과를 떠나 KBS가 상업성에 치우치지 않고 공영방송의 틀을 다잡으려 하는 노력은 충분히 환영 받을 만 하다. 

정덕현 대중 문화 평론가는 “공영방송도 경쟁체제에 들어가면서 그동안 국민을 대변하기보다 상업적 선택을 굉장히 많이 했다. 이로인해 자칫 공공성에 소홀해 질 수 있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며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KBS 또한 다시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오는 것이 옳다. 양질의 공영 방송사로 가지 않으면 앞으로의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혜미 기자 emily00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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