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그 이상, 후쿠시마 농수산물 방사성 물질 검출 결과 [이게 이슈]
[최경숙 기자]
▲ 지난 19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실무 만찬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유럽이사회 의장,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참석했다. |
ⓒ 일본 외무성 |
지난 20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만찬 식탁에 '후쿠시마산' 사케가 올랐다. 또한 취재를 위해 모인 세계 각국 기자들에게도 후쿠시마산 사케와 후쿠시마산 복숭아 주스 등 가공식품을 제공했다고 한다.
그동안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유명인들이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른바 '먹어서 응원하자'를 외친 것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도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선수촌 식당에 제공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의 부흥을 외치며 후쿠시마 핵사고를 완벽하게 수습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현실은 어떨까? 후쿠시마산 식품들은 정말 안전할까?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산 식품이 안전하다고 하지만, 방사성 물질 검출 결과는 일본산 농수축산물이 위험하다고 말한다.
▲ 2018~2022년 일본산 식품 방사성 물질 검출률 증가 |
ⓒ 시민방사능감시센터 |
식품별 방사성 물질 검사결과를 보면 농산물에서는 2022년 세슘 21.1%의 검출률을 보이고 있다. 2020년 16.7%, 2021년 18.7%에 이어 지속적으로 증가 중이다. 수산물 5.3%, 축산물 2.6%, 야생육 29.0%, 가공식품 6.3%, 유제품 0.3%에서 세슘이 검출되었다.
후쿠시마현의 경우 복숭아는 전국 2위, 배는 전국 4위의 생산량을 자랑할 만큼 과일의 왕국이었다. G7 취재기자단에게 후쿠시마산 복숭아주스를 대접하는 일은 자연스러울 수 있으나 복숭아주스가 방사능에서 안전하냐는 질문엔 답을 할 수가 없다.
일본 정부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
매년 일본산 식품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지만, 후생노동성의 검사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일본 정부는 방사성 물질 검사를 진행할 때 검출한계치가 10베크렐, 25베크렐 등 제각각인 검사 기계를 사용하고 있어 정확도를 장담할 수 없다('검출한계치'는 방사성물질 검출 가능한 최소값을 의미하며 검출한계치 미만 값은 측정불가).
또한 시료 선정에 대한 기준도 없고 품목과 검사 수량도 제각각이다. 후쿠시마산 과일의 경우에는 검사 결과가 거의 없어 안전 여부 자체를 판단할 수 없다.
▲ 일본 농어의 방사능 검사결과 |
ⓒ 시민방사능감시센터 |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오염수를 과학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강과 하천의 물이 바다로 흘러들고, 통제하지 못하는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지하수 중 일부가 여전히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8개현과 그 외 지역의 방사능 검사 결과 |
ⓒ 시민방사능감시센터 |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지만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8개 현의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는 유지되어야 한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지역 수산물의 방사성 물질 검출률이 5.83%로 수입 허용 지역 0.83%보다 약 7배 높게 나와 여전히 수입금지 지역의 세슘 검출률이 높았다.
▲ 2011년 5월 21일 한·중·일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을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후쿠시마 이재민 피난소인 아즈마 종합운동공원내 실내체육관앞에서 간 나오토 일본 총리, 원자바오 중국 주석과 함께 오이, 체리 등 현지 생산 농산물을 시식하고 있다. 이날 시식 행사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일본산 농산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을 불식시키기 위해 마려된 이벤트이다. |
ⓒ 청와대 |
일본 정부의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벌어지고 한 달여 뒤부터 시작됐다. '먹어서 응원하자'는 후쿠시마현 등 동일본 재해지역의 식품을 적극적으로 먹어서 지역 경제의 부흥을 꾀하자는 운동이다. 일본 정부는 유명 정치인, 연예인, 운동선수 등을 동원해 후쿠시마산 식재료에 대한 전방위적 홍보에 나서왔으나, 우리나라 등에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이미지로 작용했다.
특히 먹어서 응원하자에 참여했던 사람들 중 백혈병과 유방암에 걸린 사람도 있어서 부정적 이미지가 강화되었는데, 병에 걸린 것과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먹은 것의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 해도, 두가지 사실을 완전히 분리해 생각하기는 어렵다.
일본 내에서도 후쿠시마산 식품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다. 지난해 9~10월 일본원자력문화재단이 전국의 15~79세 남녀를 대상으로 방문 조사(응답자 1200명)를 실시해 4월 초에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그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오염수의 바다 방류 이후 일본 소비자가 후쿠시마현 등의 농·수산물 구입을 주저할 것으로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렇다'(34.5%)가 '그렇지 않다'(10.8%)보다 3배가량 높았다. '다른 나라가 일본산 농림수산물 수입을 주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그렇다'(38.3%)가 '그렇지 않다'(4.2%)보다 높게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이런 부정적 여론을 최대한 불식시켜 오염수 해양 투기도 추진하고 후쿠시마 핵사고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기에 '먹어서 응원하기'를 포기할 수 없어 보인다.
후쿠시마를 비롯한 동일본 재해지에서 생산되는 방사능 오염 식품에 대해 원전 사고 당사국으로써 어느 정도 책임을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웃나라에게까지 후쿠시마산 식품을 먹으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를 앞두고 방사성 오염수가 제대로 관리되는지,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21일 한국 정부 시찰단이 파견되었다. 그런데 시찰단이 도착하자마자 일본 정부가 요구한 것은 현재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8개현의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해 주길 원한다는 소식이었다. 이는 굉장히 무례할 뿐아니라 우리나라 검역주권을 무시하는 행태로 결코 들어줄 수 없는 요구사항이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핵사고를 수습한 척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먹어서 응원하기'나 '오염수 해양 투기' 같은 모든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후쿠시마 핵사고의 피해 사항과 식품에서의 방사성 물질 검출을 인정하고 식품의 방사성 물질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방사성 오염 식품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그것이 후쿠시마 핵사고를 진정으로 책임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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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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