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돌 그린콘서트… 잔디밭 뛰놀던 아이보며 영감 얻어”

정대균 2023. 5. 25.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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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현 그린콘서트 총감독
경기도 파주 서원밸리에서 열린 그린콘서트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이종현(오른쪽) 총감독과 방송인 박미선씨. 서원밸리 제공


K팝 한류 그린콘서트로 자리매김한 서원밸리 그린콘서트가 올해도 열린다. 매년 5월 마지막주 토요일에 개최됐던 그린콘서트가 올해는 6월 3일 경기도 파주 서원밸리 18번홀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부산 엑스포 유치기념 ‘드림콘서트’와 일정이 겹쳐 부득이 한 주 늦췄다.

2000년에 시작된 그린콘서트는 올해로 23년째, 19회를 맞는다. 지난해까지 약 49만명이 다녀가 올해는 50만명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에는 해외 관람객 3000여명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출연진은 AB6IX, 슈퍼주니어(신동·이특), 장민호, 진성, 김태연, 박군, 백지영, 정동하, 하동균 등 23팀 초호화 멤버다. 예년과 다른 점은 세계적 아이돌 그룹에 트로트 대세들이 참여한 것이다.

그린콘서트를 처음 기획해 23년간 연출 및 사회, 그리고 준비위원장으로서 행사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고 있는 시인 출신 언론인 이종현 총감독을 최근 만나 그린콘서트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에 대해 들어 보았다.

그에게 먼저 그린콘서트가 탄생한 배경에 대해 들어 보았다. 이 감독은 “1990년대 중반부터 비골퍼들을 위해 일 년에 한 번쯤 드넓은 골프장 잔디밭을 개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면서 “여러 골프장에 제안을 했는데 서원밸리 골프장을 운영하는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이 모두 맡아서 해달라며 흔쾌히 수락하셨다”고 탄생 비화를 설명했다.

그가 그린콘서트를 기획한 것은 기부를 통해 골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조금이나마 타파하고자 하는 평소 생각에서 비롯됐다. 그러던 중 어느날 극장에서 어린 아이가 빨간풍선을 들고 넓은 잔디밭을 달려 오는 너무나 행복한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그 잔디밭이 골프장 부지였던 어린이대공원이라는 걸 알고 골프장 잔디를 활용해 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그린콘서트이고 서원밸리에서 2000년 첫 결실을 맺게 됐다”고 했다.


제1회 콘서트는 그해 10월 14일에 이 국장과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해바라기 유익종을 비롯해 박학기, 강은철 등 3명이 무대에 섰다. 관객은 서원밸리 회원과 지역 주민 등 1520명에 불과했다.

그렇게 시작된 그린콘서트는 2회 때부터 5월로 시기를 앞당겼고 10회 때는 무려 2만여명이 찾는 콘서트로 발전했다. 그리고 코로나19 펜데믹 기간을 제외한 최근 몇 년간은 4만5000여명이 콘서트를 보기 위해 서원밸리를 찾았다.

그린콘서트가 K팝을 대표하는 한류 콘서트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노개런티로 참가한 호화 출연진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방탄소년단(BTS), 워너원, 걸스데이, 비스트, 에이핑크, 마마무, DJ DOC, EXID, 비투비, 틴탑, 엠블랙, 빅스 등 지금은 세계무대를 휩쓰는 K팝 스타들이 이 무대를 다녀갔다.

그린콘서트는 기부와 나눔 이벤트다. 매년 이벤트 행사로 모은 자선기금에 서원밸리 골프클럽 회원들, 대보그룹에서 낸 성금을 합쳐 사랑의 휠체어 보내기 운동본부와 파주시 광탄면의 파주보육원에 보내고 있다.

그에게 지난 23년간 여정 중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게 없지만 2018년 행사 때 있었던 일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 감독은 “4시간의 공연을 끝내고 무대에서 허전한 마음으로 내려오고 있는데 인근에 사신다는 촌로께서 ‘사회보느라 수고했다. 이 늙은이가 이런 호사스런 공연을 어떻게 보겠느냐’면서 손수건에서 쑥떡을 꺼내주시곤 종종걸음으로 가시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남을 위해 만든 행사가 오히려 제가 힐링을 받더라”고 회상했다.

그린콘서트와 얽힌 일화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는 “한번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공연을 중단하려했던 적이 있었다”면서 “그런데 단 한분도 꼼작 않고 박수를 쳐 줘서 끝까지 비 맞고 진행했던 기억이 난다”고 소개했다.

이 감독은 “나보다는 남이 더 행복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행복해지는 것”이라며 “그런 맥락에서 그린콘서트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많은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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