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백화점, 패션 줄줄이…먹구름 낀 ‘신세계 유니버스’ [special report]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2023. 5. 25.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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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신세계그룹 스타트가 안 좋다. 이마트와 백화점, 양대 사업축이 모두 1분기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단순히 경기 불황과 소비 침체 탓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롯데쇼핑, 쿠팡 등 이른바 ‘이마롯쿠’라고 불리는 유통 빅3 중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악화된 곳은 이마트가 유일하다. 주력인 오프라인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쿠팡 등 타 이커머스 업체와 경쟁이 부담스러운 ‘이중고’에 처했다. 1분기 매출은 쿠팡에 처음으로 역전당하면서 충격의 기류마저 감돈다.

이마트: 영업이익 60% 급감

오프라인 울고 온라인은 적자 여전

이마트 1분기 매출(연결 기준)은 지난해 7조35억원에서 올해 7조1354억원으로 소폭 늘었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0.4% 줄어든 137억원을 기록했다. 당초 시장 기대치(74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어닝 쇼크’다. 매출 7조원이 넘는 거대 기업이라기에는 영업이익도, 당기순이익(27억원)도 초라한 수준이다.

이마트 사업 전체 매출의 60% 가까이 차지하는 ‘오프라인 할인점’ 부진이 실적 악화를 불렀다. 이마트 매출은 전년 대비 761억원, 영업이익은 279억원 줄었다. 창고형 매장 트레이더스 매출과 영업이익 역시 각각 225억원, 67억원 감소했다.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소비 침체가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다른 변수도 있었다. ‘공휴일 수 감소’와 ‘점포 리뉴얼’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할인점 매출에 도움이 되는 공휴일 수가 지난해에 비해 3일 줄었다. 또 이마트 연수점과 킨텍스점 리뉴얼 조기 착수로 영업 차질이 발생한 측면도 있다”며 “두 가지 이슈를 제외하고 계산하면 매출은 전년 대비 2.5% 늘어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 다른 계열사도 웃지 못했다. 그동안 그룹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했던 SCK컴퍼니 부진이 대표적이다. SCK컴퍼니는 스타벅스코리아 운영사로, 이마트 주요 자회사 중 매출과 영업이익이 가장 큰 회사다. SCK컴퍼니 올 1분기 영업이익은 205억원. 전년 대비 29.3% 급감한 액수다. 기존 스타벅스 매장 매출이 호조를 보였고 신규 점포 수 역시 1분기에만 36개 늘었지만 수익성이 악화됐다. 환율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급증한 탓이다.

이마트와 스타벅스 외에도 오프라인 비중이 높은 사업 부문 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편의점 ‘이마트24’는 적자폭이 커지며 39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자가검진키트 판매 수혜가 사라진 데다 점포 수 증가에 따른 물류비와 판매·관리비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규모에서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영업이익 370억원)과 GS리테일 편의점 부문(227억원)과 격차가 크다. 기업형 슈퍼마켓 ‘이마트에브리데이’ 역시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60% 가까이 줄었다.

그나마 온라인 부문이 선방했다. 쓱닷컴(SSG닷컴)과 지마켓은 전년 동기 대비 적자 규모를 각각 101억원, 85억원 줄이는 데 성공했다. 쓱닷컴은 3개 분기, 지마켓은 4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가 축소됐다. 다만 흑자전환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쓱닷컴은 영업손실 156억원, 지마켓은 109억원을 기록했다. 정리하자면 이마트 오프라인 사업 부문은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 온라인은 수익성 개선에는 성공했지만 적자가 계속되는 모습이다.

이마트 주가도 추락 중이다. 5월 17일 기준 이마트 종가는 8만6600원. 한 달 새 14%가 넘는 하락률을 보였다. 1년 전 같은 날 종가(12만7000원)와 비교하면 32% 가까이 떨어진 수치다. 2011년 6월 이마트가 신세계에서 분할 상장한 이후 사상 최저가(8만1500원) 수준에 근접했다.

백화점: 명품 부진…‘엔데믹 쇼크’

면세점은 ‘흑자전환’했지만 매출 급감

신세계그룹 사업은 크게 두 부문으로 나뉜다. 할인점·이커머스 등 계열사로 구성된 ‘이마트’와 백화점·면세점·패션 등 사업 부문을 보유한 ‘㈜신세계’다. 이마트뿐 아니라 ㈜신세계로 대표되는 신세계백화점 계열 사업도 1분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매출 증가(5653억원 → 6209억원)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1215억원에서 1103억원으로 줄었다. 명품·패션 등 주력 업종에서 팬데믹 수혜가 사라진 탓이 크다. 지난해 1분기 30%에 달했던 신세계백화점 명품 매출 성장률은 올해 1분기 7%에 그쳤다. 가로막힌 하늘길에 해외여행 보복 소비 수혜로 지난해 급증했던 명품 매출은 올해 실적에는 부담 요인이 됐다. 특히 ‘백화점 빅3’ 중 명품에 공을 들여온 신세계 타격이 더욱 큰 모습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명품 매출이 너무 좋았던 탓에 올해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으로 설 연휴를 맞아 전 직원에게 400만원씩 특별 성과급을 지급했는데, 일시적 비용으로 반영된 영향도 있다”며 “고물가와 불황이 지속될 전망인 만큼 단기간에 실적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울한 건 ‘패션’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반짝 특수를 누렸지만 성장이 정체된 모습이다.

패션 불황은 신세계인터내셔날(신세계인터)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올해 1분기 매출이 31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9% 급감한 103억원에 그쳤다.

신세계인터는 타 패션 기업보다 사정이 더 안 좋다. 그간 매출 효자 노릇을 해온 주력 수입 브랜드 ‘셀린느’가 올해부터 직진출로 전환하며 라인업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다. 셀린느는 신세계인터 수입 패션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30%가 넘는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로 핵심 브랜드였다.

안 좋은 소식은 또 있다. 글로벌 패션 기업 OTB가 한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독자 운영을 시작한 것. 그간 신세계인터는 OTB 브랜드인 메종마르지엘라, 질샌더, 디젤 등을 독점으로 전개해왔다. 계약 기간은 아직 남았지만 OTB 신규 직영점으로 분산될 수요와 빈자리를 채워 넣기 위한 새 브랜드 찾기 부담은 적잖은 리스크다. 최지호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입 패션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33% 급감했다. 2분기도 브랜드 계약 종료에 따른 매출 감소 영향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새로 론칭이 예정된 신규 브랜드가 얼마나 빈자리를 메워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엔데믹으로 수익 개선에 성공한 계열사도 있다. 면세점 사업자 ‘신세계디에프’가 대표적이다. 영업이익이 -21억원에서 올해 243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해외여행 정상화로 그간 높은 수수료를 지불했던 중국 보따리상, 이른바 ‘따이공’ 의존도가 줄면서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도 없다. 따이공 매출과 시내점 매출이 크게 줄어들며 전체 매출이 33.8% 감소했다.

왜 유독 신세계그룹만?

지마켓 3조 베팅 ‘부메랑’으로

외부 환경이 우호적이지 못했던 것은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세계그룹 1분기 실적이 더욱 우려스러운 배경에는 경쟁사들의 ‘선전’이 자리한다. 고물가 등 주어진 상황은 똑같았지만, 쿠팡과 롯데쇼핑은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특히 쿠팡의 최근 성장세는 위협적이다. 쿠팡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7조3990억원. 분기 매출 기준 처음으로 이마트(7조1354억원)를 넘어섰다. 신세계그룹 전체 9개 유통 사업 부문 매출을 다 더하면 7조4089억원으로 쿠팡보다 100억원가량 많지만 지난해 격차(약 1조2000억원)와 비교하면 종이 한 장 차이까지 따라잡았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3분기 첫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후 세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롯데쇼핑도 수익을 개선했다. 1분기 영업이익(연결 기준)이 전년 동기 대비 63.7% 증가한 1125억원을 달성했다. 백화점 영업이익이 1310억원으로 21.1% 늘어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고 마트(320억원)와 슈퍼(80억원) 영업이익 역시 전년 대비 각각 91.8%, 235% 신장했다. 점포·인력 효율화와 판관비 개선 노력 등이 효과를 냈다.

쿠팡과 롯데쇼핑이 저마다 흑자 경영에 본격 돌입한 반면, 신세계그룹은 그동안의 공격적인 투자가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모습이다. 2021년 스타벅스코리아(4743억원)와 이베이코리아(3조4000억원)를 잇따라 인수한 것이 컸다.

인수에 직접 투입된 비용만 부담이 아니다. 향후 손익 계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시장 평가 가치보다 높은 금액에 인수를 하다 보니, 그 차액만큼 이마트에 편입된 무형자산(약 2조1000억원)이 급격히 늘어났다. 쉽게 말해 1조원으로 평가받던 기업을 웃돈을 얹어 3조원에 샀다면, 자산으로 추가 편입된 2조원만큼을 비용으로 떨어내야 한다. ‘PPA(Purchase Price Allocation·기업인수가격배분) 상각비용’이다. 이마트는 앞으로 10년에 걸쳐 이를 상각해 없애기로 했다. 올해 1분기에도 PPA 상각비가 400억원으로 인식되며 손실로 반영됐다. 이 밖에 인수를 위해 빌렸던 자금에 대한 이자를 비롯한 금융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베팅은 과감했지만 성과는 기대 이하다. 지마켓과 이마트 사이 시너지는 여전히 요원한 모습이다. 수익은커녕 손실만 불어나는 중이다. 인수 직전 해인 2020년 8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지마켓은 지난해 65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서현정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마트는 온라인 사업비용 부담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PPA 상각비, 이자비, 임차료 등 구조적인 비용 증가가 지속되는 중”이라며 “결국 고정비 부담이 많은 할인점 매출이 늘어야 이익이 늘어날 텐데, 올해 예정된 점포 리뉴얼과 소비 심리 위축으로 당분간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은 리뉴얼 등 오프라인 점포 혁신으로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3월 말 리뉴얼을 마친 ‘이마트 연수점’. (신세계그룹 제공)
위기 헤쳐 나갈 묘수 없나

온·오프 통합 멤버십 기대감

온라인에서는 쿠팡과 정면 대결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2022년 국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은 쿠팡이 25%, 신세계는 쓱닷컴과 지마켓을 더해 11% 수준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올해는 차이가 더 벌어질 공산이 크다. ‘거래액이 줄더라도 과도한 마케팅을 줄이고 내실 경영을 하자’는 최근 신세계그룹 온라인 사업 기조에 비춰 보면 더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신세계는 자신만의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위기를 헤쳐 나간다는 계획이다. 바로 ‘오프라인 경쟁력’이다.

먼저 차별화된 점포로 고객을 끌어모으고 브랜드 파워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마트는 2020년 이마트타운 월계점 리뉴얼을 시작으로 그로서리(신선식품) 부문과 체험 요소를 강화한 공간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0년 9개점, 2021년 19개점에 이어 지난해 8개 점포를 리뉴얼 개장했다.

올해 3월 리뉴얼로 새 단장을 마친 인천 ‘이마트 연수점’이 대표적이다. ‘미래형 대형마트’를 표방하는 이마트 연수점은 직영 매장 면적을 절반 넘게 줄인 대신 채소를 직접 키워 파는 스마트팜, 참치 해체쇼, 치킨 로봇 등 다양한 볼거리로 남은 공간을 채워 넣었다. 30m 쇼케이스를 포함한 대형 축산매장이 들어오는 등 그로서리 면적을 넓혔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리뉴얼 개장 이후 한 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 늘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최근 오프라인에 힘을 싣는 행보를 보인다. 올해 3월 이마트24 상품 전시회 ‘딜리셔스페스티벌’과 ‘스타벅스 더북한산점’에 방문하더니 지난 5월에는 이마트 연수점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현장에서 정 부회장은 “온라인 시장이 중요해졌다고 오프라인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오프라인 매장의 압도적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매장 리뉴얼은 꼭 필요한 투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는 6월 출범하는 통합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도 오프라인 경쟁력에 기반한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다. 기존 쓱닷컴·지마켓 통합 멤버십 ‘스마일클럽’에 이마트·신세계백화점·스타벅스·신세계면세점 등 오프라인 핵심 계열사 혜택을 더한 새로운 유료 멤버십 서비스다. 멤버십 하나로 온라인·할인점·백화점·커피 전문점까지 할인·적립 혜택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연회비 3만원 전액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쓱머니’로 캐시백해준다.

다만 통합 멤버십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아직 멤버십 가입 시 누릴 수 있는 오프라인 계열사 혜택은 모두 공개되지 않았지만 선공개된 지마켓 혜택 변경안을 보면 축소된 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일배송 1% 적립, 스마일프레시 5% 적립 혜택이 사라졌다. 대신 계열사 어디에서든 쓸 수 있는 신세계포인트 0.1%를 적립해주고 최대 1만원까지 깎아주는 5% 할인 쿠폰을 무제한 지급하기로 했다. 무료 배송 서비스도 축소됐다. 스마일클럽 가입자에게 제공하던 쓱닷컴 월 2회 무료 배송 서비스를 종료했고, 지마켓 스마일배송 카테고리에서 1만5000원 이상 구입 시 무제한 무료 배송도 없어졌다.

신세계 관계자는 “쓱닷컴은 4만원 이상 구입 시 무료 배송 서비스가 여전히 있고, 지마켓 역시 스마일배송관 상품 80%를 차지하는 무료 배송 제품 중 하나만 담아도 액수와 관계없이 무료로 배송해준다. 실질적인 혜택이 줄었다고 볼 수 없다”며 “혜택이 줄었다고 느끼는 기존 스마일클럽 고객도 있을 수 있겠지만 앞으로 추가 공개될 다양한 관계사 혜택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0호 (2023.05.24~2023.05.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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