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양동도 재건축 시동…한강변·9호선 ‘강점’ 용적률 확보가 ‘관건’ [재건축 임장노트] (19)
# “지금이야 부동산 시장이 주춤하니 매수 문의도, 실거래도 뜸하지만 (가양동은) 마곡, 여의도로 출퇴근하려고 입주한 신혼부부나 청년층이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지역입니다. 최근 집값이 주춤했어도 지난 몇 년으로 치면 꽤 많이 올랐는데 아직도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크죠. 마침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기면서 길게 보고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가양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9호선 가양역 4번 출구를 나와 5분가량 걸었을까. 오른편에 등장한 ‘가양6단지’ 아파트 외벽에는 ‘승강기 교체’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단지 곳곳에는 예비안전진단 동의서 모집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공인중개업소에는 ‘동의서 모집 장소’라는 문구가 내걸려 있었다. 가양동 일대 다른 노후 단지에서도 어렵지 않게 재건축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재건축 관련 규제가 속속 완화되자 서울 강서구 가양동 일대 구축 단지들이 기존 리모델링 사업 추진을 철회하고 재건축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가양동 일대 아파트는 한강변에 위치한 9호선 역세권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대부분 소형 평형으로 구성된 데다 중층 단지여서 추가 용적률 확보가 사업의 최대 관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강변3단지, 예비안전진단 첫 통과
가양동 일대는 1992년부터 진행된 가양택지지구 건설 사업의 일환으로 2단지부터 9단지(9-1·9-2단지)까지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섰다. 9개 단지 가운데 4·5·7·8·9-1단지는 임대 아파트고, 최근 재건축 사업 움직임이 있는 곳은 분양 아파트인 2·3·6·9-2단지다. 가장 늦게 지어진 9-2단지(1993년 2월 준공)를 포함해 2·3·6단지(1992년 준공) 모두 재건축 가능 연한(30년)을 넘겼다. 입지별로 차이는 있지만 단지 모두 지하철 9호선 역세권인 데다 한강변에 위치해 가양동에서도 입지가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일대에서는 9호선 급행열차가 지나는 가양역 역세권 3단지와 6단지 아파트가 대장 단지로 꼽힌다. 하지만 나쁘지 않은 입지임에도 그동안 재건축은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 단지가 모두 중층 아파트인 데다 용적률이 높은 점이 문제였다.
용적률은 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을 뜻한다. 말하자면 같은 크기 땅에 건물을 얼마나 높게 지을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미 지어진 아파트의 현재 용적률은 낮으면 낮을수록, 해당 지역에 허용된 용적률은 높으면 높을수록 새롭게 확보할 수 있는 가구 수가 많아진다. 반대로 기존 용적률이 이미 허용 용적률에 가깝다면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가구가 적어지고, 아파트 매입 비용에 추가 분담금까지 더해 최악의 경우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구조다.
현재 가양동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용적률은 ▲가양2단지성지 195% ▲강변3단지 212% ▲가양6단지 192% ▲가양9-2단지 196%다. 게다가 10~20평대 소형 평형으로 구성돼 있다 보니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이 적은 편이다.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은 조합원들이 평균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대지지분을 나타내는 지표다. 지분이 적으면 일반분양도 적고, 지분이 크면 일반분양도 많이 나올 수 있어 사업성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평균 대지지분이 15평 이상으로 나타난다면 기존 물량에서 15~20% 정도 신규 물량이 나올 것으로 추정돼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가양동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은 ▲가양2단지성지 29.04㎡(8.8평) ▲강변3단지 27.06㎡(8.2평) ▲가양6단지 33.99㎡(10.3평) ▲가양9-2단지 29.04㎡(8.8평)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치고는 크게 유리한 구석이 없는 편이라 한때 리모델링 정도만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하나둘씩 풀어주면서 가양동 단지들도 재건축으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
강변3단지가 가장 발 빠르게 움직였다. 총 1556가구 규모 강변3단지는 최근 재건축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정밀안전진단을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강변3단지는 모든 예비안전진단 항목을 D등급으로 통과했다. 3단지는 당초 리모델링을 추진했지만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움직임에 소유주들이 재건축으로 선회했다. 강변3단지 재건축 추진위는 “정밀안전진단을 위한 동의서를 받으면서 관련 정책 추이에 따라 재건축 추진 속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1476가구 규모 가양6단지는 최근 예비안전진단 실사를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재건축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안전진단 동의서도 접수하고 나섰다.
3·6단지는 가양대교 남단에 위치했으며 한강변을 끼고 있다. 올림픽대교가 가깝고 가양대교를 통해 강변북로와 내부순환도로로 연결돼 서울 강남과 강북 주요 도심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두 단지 모두 지하철 9호선 급행 가양역 역세권 단지다. 마곡이나 여의도, 강남으로 이동하기 수월하다. 특히 가양역에는 향후 부천 대장지구와 서울 홍대입구를 연결하는 ‘대장홍대선’도 지날 예정이다. 대장홍대선이 예정대로 2031년 개통하면 디지털미디어시티, 홍대입구, 부천으로 이동하기도 수월해진다.
이외에도 1624가구 규모 가양2단지(가양2단지성지)는 예비안전진단 동의서를 접수 중이다. 소유주 10%가 동의하면 예비안전진단에 들어갈 수 있다. 재건축 추진 단지 중에는 9호선 지하철역(양천향교역)과 가장 멀리 떨어졌지만 단지 북쪽으로 올림픽대로가 지나고 한강 영구 조망권도 확보했다. 1005가구 규모 9-2단지는 재건축 관련 입주민 여론을 모으는 중이다. 2·9-2단지는 3·6단지에 비해 사업 속도가 빠르지는 않은 편이다.
용적률 완화 없인 사업 기대 어려워
아직 정밀안전진단도 통과하지 못한 사업 초기 단계지만 가양동 일대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믿는 구석은 있다.
서울시는 서울 모든 지역 한강변 아파트에 적용해오던 ‘35층 층수 규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2040 서울 플랜)’을 올해 초 확정·공고한 바 있다. 한강변 단지여도 초고층 단지로 재건축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여기에 최근에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서울 노후 아파트 단지 34곳 4만가구를 10만가구 이상으로 재건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SH와 서울시는 경관이나 조망, 한강 접근성 등을 충족할 경우 임대 아파트도 50층 이상 아파트로 재건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오세훈 서울시장은 하계5단지를 타워팰리스처럼 서울형 고품질 임대 주택 1호로 조성하겠다고 밝히면서 용적률을 93.11%에서 435%까지 상향한 바 있다.
만약 임대 아파트인 가양4·5·8·9단지에 같은 내용이 적용되면 가양동 한강변에도 초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된다. 같은 동네 민간 단지들은 이를 두고 재건축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보는 분위기다. 임대 아파트를 50층짜리 아파트로 지을 수 있으면, 같은 지역 민간 아파트도 비슷한 용적률 조건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다만 반대로 높은 용적률을 적용받지 못할 경우에는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가양동 일대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용적률을 충분하게 받지 못할 경우 신규 분양 물량이 줄어들면서 사업성이 떨어지므로 재건축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0호 (2023.05.24~2023.05.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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