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25년 준비하는 ‘57살 창비’… 다시 젊어진다

김남중 2023. 5. 25.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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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호 발간… 환해진 표지 눈길
기후위기 등 8가지 새로운 이슈
대전환 지향… 젊은잡지로 변화
2030대·지역독자 모임 활성화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서교창비빌딩에서 열린 ‘창작과비평 200호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백지연 편집부주간, 이남주 편집주간, 황정아(왼쪽부터) 편집부주간이 200호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창비 제공


계간 ‘창작과비평’ 200호가 발간됐다. 연한 분홍·파랑·노랑 등이 혼합된, 이전에 비해 훨씬 환해진 표지가 눈길을 끈다.

“요긴한 정론과 함께 수준 높은 문학작품을 소개하고 비평을 펼치면서 지령 200호까지 이어온 잡지는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희귀해요.”

창작과비평 창간호(1966년 겨울호). 창비 제공


권두대담에서 한기욱 전 편집주간이 밝힌 것처럼 ‘창비 200호’는 1966년 시작돼 57년의 시간이 축적된, 우리 문학사와 잡지사에서 특기할만한 사건이다. 창비는 다음달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잡지의 역사를 전시할 예정이다.

1988년 2월 27일 창작과비평 복간 기념 현판식을 하고 있는 장면. 왼쪽부터 김윤수, 백낙청. 창비 제공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서교창비빌딩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남주 편집주간은 “문학과 담론을 겸한다는 게 창비의 독특한 구성이고, 이는 문학적 상상력과 인문사회적 시대인식이 분리될 수 없다는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구성을 이어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창비는 그동안 수많은 작가들을 발굴했고, 굵직한 문학담론과 사회담론을 발신했다. 창비의 담론으로는 문학 분야에서 시민문학론, 민족문학론, 세계문학론, 리얼리즘론을 꼽을 수 있고, 인문사회 분야에서는 분단체제론, 변혁적 중도론, 근대 이중과제론 등을 들 수 있다. 이 주간은 “비현실적인 이상에 자족하지 않고 그렇다고 현실을 추수하지도 않으면서 변혁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창비 담론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창비’는 오래된 잡지지만 여전히 읽히는 잡지다. 매호 1만부 가량을 발간하며, 정기 구독자가 5000명에 이른다. 전자책으로 창비를 보는 온라인 유료 구독자 수도 2000명이 넘는다. 문학과 사회를 다루는 잡지로 이 정도 규모의 발행부수와 구독자를 가진 잡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주간은 종이잡지의 위기에 대해 “심각한 도전이라고 생각하지만 정기 구독자들이 급격히 감소하진 않아서 아직 위기를 크게 느끼진 않는다”면서 “종이잡지의 유용성이 여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황정아 편집부주간은 “계간지는 슬로 매체”라며 “빠르게 못 쫓아가니 답답할 때도 있지만 슬로 매체로서 한 템포 쉬면서 찬찬히 들여다보고 곱씹어보고 갈무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창비는 2016년 봄호로 ‘50주년 기념호’를 내면서 ‘현장성 강화’를 주요한 편집방향으로 천명하고 소수자 운동, 젠더 불평등, 돌봄, 생태, 지역 문제 등으로 관심을 넓혀왔다. 백지연 편집부주간은 “2010년대 중반 이후 페미니즘 리부트가 있었고 소수자 이야기와 장애인 이야기, 돌봄 문제 등이 터져나왔지만 창비가 이런 목소리들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반성이 있었다”면서 “50주년 이후에는 장애, 지역 등을 관심있게 다루고 있다. AI(인공지능)나 플랫폼 노동 같은 주제도 다루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200호의 주제는 ‘새로운 25년을 위하여’이다. 특집에서 장애인인권, 플랫폼 노동, IT 기술, 농촌과 지역, 기후위기, 언론, 한국정치, 동북아 평화 등 8가지 이슈를 8명의 인터뷰로 다뤘다. 창비가 앞으로 주시할 주제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주간은 200호 이후의 편집 방향을 “대전환이라는 지향을 구체화시키는 일”이라고 제시하고 “창비가 꺼내든 대전환이라는 주제는 사상부터 정책과 운동까지 여러 차원과 관련되어 있고 분단, 돌봄, 생태, 젠더, 지역 등 다양한 의제와도 연관된다. 그래서 지금은 새로운 의제를 찾아내기보다 지금까지 제기된 다양한 의제를 대전환의 길에 어떻게 배치하고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지 방법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창비는 또 ‘젊은 잡지’와 ‘지역독자’를 향해 변화해 나갈 예정이다. 20∼30대 창비 독자들이 중심이 된 온라인 독서모임 ‘클럽 창작과비평’을 더욱 활성화하고, 잡지에서도 특집 원고 분량을 줄이고 에세이를 늘리는 등 젊은세대에게 읽히는 잡지가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창비부산’ 같은 지역 문화공간을 늘리고, 지역 작가와 독자들이 참여하는 지역 기획과 행사도 늘려나간다. 황 부주간은 “근래 창비는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늘려 왔다”면서 “지역적 삶을 새롭게 상상하는 것이 지구적 위기를 헤쳐나가는 데 긴급한 과제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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