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8만전자' 기대감 '쑥'..."엔비디아 고마워"

박근아 2023. 5. 2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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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박근아 기자]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주가가 뉴욕 증시의 시간 외 거래에서 27%가량 폭등하자 25일 장중 삼성전자가 '7만 전자'를 달성하는 등 국내 반도체 업종이 동반 상승했다. 장중 고가 기준 삼성전자가 7만원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3월 31일(7만200원) 이후 약 1년 2개월 만이다.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44% 오른 6만8천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에는 2.19% 상승한 7만원으로 52주 신고가를 새로 쓰기도 했다.

지난해 글로벌 긴축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와 반도체 업황 악화로 삼성전자의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으나, 올해 감산 등으로 업황 저점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반등에 나섰다.

지난해 9월 30일 장중 5만1천80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던 삼성전자는 작년 연말까지도 5만원대 중반에 머무르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지만, 올해 들어 이날까지 주가가 24.41% 뛰었다.

외국인 투자자가 올해 들어 이날까지 삼성전자를 9조2천억원어치 순매수하는 등 외국인 수급이 삼성전자의 주가를 밀어 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29일 49.24%까지 내려갔던 삼성전자 외국인 보유율도 전날 52.20%까지 올라섰다. 이는 지난해 2월 24일(52.2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SK하이닉스도 5.94% 상승한 10만3천500원에 마감했다. SK하이닉스가 종가 기준 10만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7월 27일(10만원) 이후 처음이다.

한미반도체도 장중 10.92% 치솟은 2만9천45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후 2.82% 오른 2만7천300원으로 장을 끝냈다.

또한 SK스퀘어(2.70%), 제주반도체(2.33%) 등 다른 반도체 기업들도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국내 반도체 업종의 강세는 엔비디아가 '가이던스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전망치)를 발표하면서 반도체 업계 전반에 업황 개선 기대감을 심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시간 외 거래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정규장 종가보다 26.64% 급등한 386.74달러(약 51만883원)에 거래됐다.

엔비디아는 회계연도 2분기 매출이 시장 전망치를 50% 이상 웃도는 110억 달러(약 14조5천31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회계연도 1분기(2∼4월) 매출도 71억9천만 달러(약 9조4천979억원)로 시장 전망치보다 약 10% 많았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제재를 두고 불거진 갈등은 일단 국내 기업에 호재지만, 정치 상황에 따라 불안정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예상됐다.

앞서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마이크론 제품이 심각한 보안 문제로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제품 구매를 중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미 하원의 마이크 갤러거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미국 상무부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미국의 수출 허가가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채우는데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한국도 (한국 기업이 마이크론의) 빈자리 채우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미국이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가 근거 없는 행위라 일축하고 경제적 강압에 맞서겠다고 공언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글로벌 반도체 업계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모양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중국 정부의 마이크론 판매 금지 결정으로 중국 기업들은 마이크론의 메모리 반도체를 중국 현지 업체나 한국 업체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마이크론 제재가 현실화하기 전에 중국 기업들은 이달부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부터 재고 축적을 위한 단기 주문을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마이크론 제품의 중국 판매가 제한될 경우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공백을 메우지 않도록 미국이 요청한 부분은 정치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짚었다.

김 연구원은 "최근 한국 정부는 미국 반도체법(CHIPS Act)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의 세부 규정에 대한 공식 의견을 제출했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보조금 수령 이후에도 중국에서 생산능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향후 두 기업의 중국 현지 공장 생산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다소 완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현우 NH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제품의 중국 내 수요가 늘면서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고, 장기적으로는 중국 기업인 YMTC, 창신 메모리 등이 외산 제품을 대체해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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