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선의 캐릭터탐구㊴] ‘범죄도시3’ 마석도, 한국영화 구원투수 될까

홍종선 2023. 5. 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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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200만’ 한국영화도 없다…주먹도 입담도 센 ‘마블리’ 마동석 등판
마동석, 침체된 한국영화 흥행에 돌풍 일으키나 ⓒ 이하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한국영화 시장, ‘범죄도시3’가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영화진흥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 우리나라 극장 현황은 코로나19 이전(2019년)과 비교했을 때 매출액은 63%, 관객 수는 51% 감소했다. 그중에서도 한국영화 매출액 점유율은 26.8%, 관객 수는 25%밖에 되지 않는다. 줄어든 관객의 4분의 3이 외화를 선택했다는 얘기다.


넷플릭스 등 OTT(Ove The Top, 인터넷TV)의 약진이 극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늦췄다는 요인을 제해도 한국영화가 우리나라 관객의 선택을 4분의 1밖에 받지 못했다는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올해 들어 ‘교섭’(172만 명)이 한국영화 최고 성적이고, 5월 25일 현재까지 관객 200만을 돌파한 영화가 없다.


우리 관객들이 주로 택한 영화는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545만 명)과 ‘더 퍼스트 슬램덩크’(466만 명)였다. 실사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에 대한 선호를 보여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어려워진 경제 사정과 인상된 극장 나들이 비용 속에 고르고 골라 한두 편을 선택하는 상황이다 보니 ‘검증된 영화’를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


검증된 영화는 두 가지 맥락에서 얘기할 수 있다. ‘스즈메의 문단속’을 예로 설명하자면, 영화 ‘초속 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등의 전작을 통해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의 대가로 인정받은 감독 신카이 마코토의 신작이라는 점이 첫 번째 검증이다. 두 번째 검증은 먼저 본 관객들의 반응이다. 이번에도 역시, 잊어버린 순수와 동심을 불러일으켜 각박한 세상살이에 위로를 전하고 다시금 살아볼 희망을 전한다는 호평에 관람을 결정하는 것이다.


아침 출근길 시민들 분노유발 양아치에게 한방! ⓒ

같은 맥락에서 볼 때 ‘범죄도시3’(감독 이상용, 제작 빅펀치픽쳐스·홍필름·비에이엔터테인먼트, 배급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는 어떤가. 먼저 2017년 688만 명의 선택을 받은 1편에 이어 코로나19로 극장가 빙하기였던 지난해 1269만 명의 사랑을 받은 2편의 후속작이라는 측면에서 대중적 재미가 검증된 연작물이다.


1편은 서울 금천경찰서 강력반 형사들이 지역구 내에서 벌어지는 폭력조직 간의 아귀다툼, 하얼빈에서 넘어와 단숨에 서울을 장악한 신흥폭력조직 보스 장첸(윤계상 분)을 제압하는 스토리였다. 2편은 베트남으로 도망간 용의자를 잡기 위해 급파된 금천서 강력반 형사들이 현지에서 한국 관광객들을 상대로 무자비한 악행을 일삼는 강해상(손석구 분)을 끝까지 추격, 제거하는 이야기다.


1, 2편을 통해 배우 마동석이 연기한 주인공 마석도는 ‘주먹 한 방’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의 정의와 평화를 지키는 괴물 형사로 자리매김했다. 마석도의 주먹 한 방이면 괴력의 빌런도 나가떨어지고 잠긴 문도 그냥 열린다. 칼이나 총을 쓰지 않아도 그렇게 믿음직할 수가 없고, 칼날이나 총알보다 액션 쾌감이 크다. 스무 살에 권투 그만두고 형사가 된 마석도의 주먹을 맞는 상대가 불쌍해 보일 지경이다. 마석도의 손아귀에 잡힌 손, 맞은 뺨에는 엑스레이 필수다.


마약 복용에 유통, 여성들 유인 약취하는 약쟁이에게 한방!! ⓒ

그렇다면 두 번째 검증, 영화를 먼저 본 관객들의 반응은 어떨까. 오는 5월 31일 개봉이기에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지난 22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범죄도시3’가 공개된 후 쏟아진 반응을 보면 희망적이다.


검증된 영화, 검증된 주인공 캐릭터. 우리는 ‘범죄도시’ 시리즈의 이야기 틀을 알고 있기에 ‘범죄도시3’로의 진입장벽이 거의 없다. 또, 시리즈의 중심, ‘주먹왕’ 마석도의 장기가 무엇인지 알고 있기에 미리 기다린다. 마석도가 주먹을 쓰기도 전에 ‘야, 지금이다! 이제 넌 큰일 났다!’ 한방을 기대하며 미리 즐겁다. 주먹을 날리기 전부터, 실제로 날리고, 악당이 날라갈 때까지…더 길~게 즐긴다.


1, 2편에 없던 미덕도 추가됐다. 3편의 소재들이 최근의 보도들과 딱 맞아 떨어지는 시의성을 보이면서 극의 현실성을 높이고 액션 쾌감을 배가시킨다.


먼저, 극의 현실성. ‘범죄도시3’는 마석도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차출돼 가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1편이 2004년, 2편이 그로부터 4년 뒤인 2008년, 3편이 그로부터 7년 뒤이므로 2015년이 배경이다. 마석도는 20대 여성의 호텔 추락사를 조사하다 사건이 마약에 연루돼 있음을 알게 된다. 하루가 멀게 마약 관련 보도가 이어지며 ‘마약청정국’에서 멀어진 지금, 시의성에 딱 맞아 현실감을 높인다.


물 건너와 대한민국 물 흐리는 야쿠자에게 한방!!! ⓒ

이번엔 같은 주먹이어도 더욱 시원한 이유. 여러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게 되는 극 중 하이퍼라는 이름의 푸른 알약은 일본 야쿠자 토모(안세호 분)가 자국에서 횡령해 한국 파트너 주성철(이준혁 분)과 손잡고 유통하는 마약이다. 토모의 횡령을 눈치챈 야쿠자 보스 이치조 회장(쿠니무라 준 분)은 해결사 리키(아오키 무네타카 분)를 한국에 급파하고, 토모는 자신의 안전을 이유로 주성철을 배신하고 300억 원대 20kg의 하이퍼를 들고 잠적한다.


토모를 찾아 약을 회수하려는 주성철 일당과 리키 무리, 이 모두를 소탕하려는 마석도와 광수대의 얽히고설킨 대결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진다. 당연히 최종 승리는 마석도이고, 우리는 다 알고 관람하지만 ‘알아서 더 재미있는’ 이유가 3편에서는 특별하다. 한·일 관계에 대한 보도가 잦은 시점에서, 아니 그렇지 않다고 해도 마치 언제나 관심받는 한·일 축구전의 결과처럼 우리가 이겨야 기분 좋고 지면 원통한데, 마석도가 강력한 펀치로 일본 야쿠자들을 소탕해 주니 속이 시원하게 뚫린다.


한·일 양국 빌런 한꺼번에 덤벼도 대한민국은 마석도가 지킨다 ⓒ

‘범죄도시3’는 2편과 마찬가지로 이상용 감독이 연출했지만, 결이 다른 영화다. 2편이 잔인한 액션 느와르로 완성됐다면, 3편은 한층 공들여 디자인한 액션 시퀀스들과 우리가 익히 아는 범죄도시 시리즈의 장점들을 재미있게 즐기는 대중 오락영화다. 리키의 부하 ‘마하’에게 “너도 마 씨냐” 묻는 마석도의 입담, “짜잔” 단 두 글자로 몬스터 체격에서 귀여움을 뽑아낼 줄 아는 마동석의 매력은 덤이다.


최근 TV 드라마에서도 복잡하고 어두운 서사보다 같은 이야기도 편안하고 밝은 분위기로 전하는 작품들이 사랑받는 추세를 고려하면, 가볍고 신나는 영화로 머리를 식히고 싶어 하는 대중의 콘텐츠 소비 욕구에 적합한 ‘팝콘 무비’이다. 당연히 그 중심엔 ‘주먹왕’ 마석도, ‘마블리’ 마동석이 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영화 ‘범죄도시3’가 장기 침체가 예고되는 한국영화 시장과 극장가에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배우 마동석과 제작·배급사가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이미 구원투수로 투입돼 마운드에 선 상황. 보수적으로 잡아도, 여름 성수기 대작들의 길을 터놓는, 텐트폴 영화(유명 감독과 배우, 거대한 자본 투입을 통해 제작해 흥행이 확실시되는 상업 영화)들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전 연령층, 성별을 불문하고 ‘범죄도시3’를 기다리는 목소리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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