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불확실성 시대, 정책 신뢰 회복이 먼저

조강욱 2023. 5. 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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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기는 자에게는 십금(十金)을 주리라." 전국시대 진나라 효공(孝公) 때의 재상 상앙은 백성들 사이에서 팽배했던 불신을 씻고자 남문에 길이 3장(三丈:약 9m)에 이르는 나무를 세워 놓고 이렇게 써 붙였다.

공자는 제자 자공이 정치의 요점에 관해 물었을 때 "식량을 족하게 하고(足食), 군대를 튼튼히 하고(足兵),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民信)"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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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장관 '전세 폐지론' 논란
말 바꿨지만 시장 혼란만 부추겨

"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기는 자에게는 십금(十金)을 주리라." 전국시대 진나라 효공(孝公) 때의 재상 상앙은 백성들 사이에서 팽배했던 불신을 씻고자 남문에 길이 3장(三丈:약 9m)에 이르는 나무를 세워 놓고 이렇게 써 붙였다. 하지만 처음에는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고 포상금을 올리자 그제야 옮기는 사람이 있었다. 상앙은 즉시 약속대로 상금을 주었다. 그리고 법령을 공포하자 백성들은 조정을 믿고 법을 잘 지켰다고 한다. 신뢰 구축 이후 시행한 정책이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지난해부터 인천 미추홀구와 서울 강서구 화곡동 등을 중심으로 시작된 전세 사기 사건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자 전세제도 자체에 대한 ‘무용론’이나 ‘폐지론’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전세제도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수명이 다한 게 아닌가 보고 있다"며 ‘전세제도 폐지론’을 언급한 것이 본격적인 불을 붙인 모양새다. 이에 시장에서는 정부의 전세제도 폐기정책의 실현 가능성과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펼쳐지고 있다.

또 원 장관은 전세보증금을 금융에 묶어놓는 ‘에스크로’ 계좌 도입 가능성을 언급하며 "가능한 모든 방법을 올려놓고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시장에서는 이 제도가 과연 전세사기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을지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에스크로는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집주인이 아닌 금융기관에 맡아뒀다 계약 만료 시 돌려주는 방식이다.

주택정책 주무부처 수장이 이토록 강경하게 전세제도 개편을 언급한 건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번 발언을 두고 ‘전세가 없어질 수 있다’는 정부의 시그널로 주목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일주일여 지난 23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 있던 원 장관은 "전세를 제거하려는 접근은 하지 않겠다"고 말을 바꿨다. 또 에스크로 도입에 대해서도 "가장 극단적으로 에스크로까지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 뜻으로 언급한 것"이라며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더 나아가 "현재까지 검토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말로 전세제도 폐지나 에스크로 제도 도입을 검토하지 않았는지, 원 장관의 진의가 무엇일지에 대해선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겠다. 다만 전세사기나 역전세 등으로 전세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에서 주무부처 장관이 성급한 발언으로 시장의 혼란을 부추겼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직전 대선을 좌우한 것이 ‘부동산 민심’이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핵심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부처의 수장이 아니던가 말이다.

공자는 제자 자공이 정치의 요점에 관해 물었을 때 "식량을 족하게 하고(足食), 군대를 튼튼히 하고(足兵),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民信)"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가운데 가장 큰 자산을 ‘믿음’으로 꼽았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는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이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지방은 극심한 ‘거래가뭄’에 시달리는 등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경기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역전세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 PF 대출은 금융권 부실의 뇌관이다.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국민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일관된 정부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조강욱 건설부동산부장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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