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중호 '골짜기 세대'의 반란, 16강 조기진출 꿈꾼다

이준목 2023. 5. 2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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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온두라스와 2차전... 기대보다 큰 활약 보여주는 선수들

[이준목 기자]

▲ 회복훈련하는 선수들 23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멘도사 클럽 데포르티보 고도이 크루즈 트레이닝센터에서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회복훈련을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연합뉴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이 '거함' 프랑스를 격침시키는 이변을 연출한 데 이어 내친김에 '16강 조기확정'이라는 또 하나의 목표 달성을 노리고 있다. 김은중호는 5월 26일 오전 6시(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멘도사의 멘도사 스타디움에서 온두라스와 대회 조별리그 F조 2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1차전에서 우승후보로 꼽히던 프랑스를 2-1로 제압하고 첫 승을 신고했다. 김은중호에 대한 평가와 기대치를 완전히 반전시킬 만한 성과였다. 한국은 이날 경기 전까지 프랑스를 상대로 U-20 역대전적 1승 3무 4패, 본선 맞대결에서는 2패만을 기록하고 있었다.

김은중호는 지난 3월에 열렸던 아시안컵에서 월드컵 출전권을 따냈으나 전반적으로 좋지 못한 경기력을 보여준 데다, 주축 멤버로 예상된 이현주, 성진영 등의 부상 공백으로 전력이 약화되는 악재까지 겹쳐 본선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져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프랑스전에서 '강한 자가 이기는게 아닌, 이기는 자가 강한' 축구의 묘미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은 이날 점유율과 슈팅 숫자 등에서 압도적으로 밀리고도 탄탄한 수비와 압박으로 실점을 최대한 막고 역습과 세트피스 상황에서 빠른 스피드로 한 방을 노리는 효율적인 '실리축구'의 정석을 보여줬다.

원정 적응과 편파판정이라는 불리한 요소를 극복하고 거둔 성과라는 것도 더욱 값졌다. 유일한 실점도 논란의 판정으로 인한 PK였고 필드골은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첫 경기부터 프랑스를 잡으며 선수단이 강팀과 유럽 징크스에 대한 부담을 털어내고 남은 경기에서 한결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은 승점 3점 이상의 성과였다.

'경우의 수' 없는 16강 조기확정 가능할까?
 
▲ 결승골 넣은 이영준 23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멘도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한민국 대 프랑스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이영준이 골을 넣은 후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연합뉴스
 
현재 승점 3점을 확보한 한국은 역시 온두라스를 2-1로 잡은 감비아와 F조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다. 2차전 상대인 온두라스는 최종전 상대가 프랑스인 만큼 한국전에게 어떻게든 승점을 노려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한국 입장에서 최상의 2차전 시나리오는 당연히 온두라스전 승리다. 더불어 감비아가 프랑스와 비기거나 패하면, 한국은 최소한 조 2위를 확보하여 감비아와의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16강행을 조기에 확정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은 온두라스전에서 최소한 무승부 이상만 기록해도 6개조 3위 상위 4개팀까지 주어지는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한국축구가 피파 주관의 세계 대회에 도전할 때마다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것이 '경우의 수'였다. 객관적 전력상 언더독인 한국축구로서는 조별리그 통과를 위하여 최종전까지 복잡하고 골치 아픈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상황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이번 대회는 선수구성상 준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2019년 대회에 비하여 '골짜기 세대'로 불릴 만큼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많았기에, 2차전 만에 16강행을 확정한다면 그야말로 기적이라고 할 만하다.

한국의 U-20 월드컵 2차전 역대 전적은 5승 4무 6패다. 이번 대회 전까지 1차전을 이기고 시작한 경우는 6차례가 있었지만, 아쉽게도 이후 2차전 전적이 1승 2무 3패로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은 1981년 호주 대회를 제외하면 나머지 5번은 1차전을 승리한 대회에서는 모두 최소한 16강 진출에 성공한 바 있다.

그동안 한국축구가 U-20 월드컵에서 2경기 만에 16강행을 조기 확정한 경우는 홈에서 열린 2017년 대회 단 한 번 뿐이다. 당시 신태용호는 1차전에서 기니에 2-0, 2차전에서는 강호 아르헨티나를 2-1로 격침시키는 이변을 일으키며 사상 최초로 조별리그 첫 2경기를 연승하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훗날 대회 우승팀이 되는 잉글랜드에 0-1로 패하며 조별리그 전승에는 실패했고, 조 2위로 밀려 올라간 16강에서는 포르투갈에 1-3으로 완패하며 초반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조기탈락하여 용두사미로 끝난 바 있다. 한국이 첫 경기에서 우승후보 프랑스를 잡았듯이, 이변이 많은 U-20 대회의 특성상 찰나의 방심이 언제든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할 이유다.

'골짜기 세대'의 반란
 
▲ 첫 경기 승리 자축하는 축구 대표팀 23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멘도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한민국 대 프랑스 조별리그 F조 1차전을 2 대 1 승리로 마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기뻐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연합뉴스
 
한국은 온두라스와 U-20 대표팀간 상대 전적에서는 2전 전승(2005년 2-1 승, 2017년 3-2 승)을 기록중이며 월드컵에서는 이번이 첫 맞대결이다. 온두라스는 U-20 월드컵에서 통산 8차례나 본선 진출에 성공했지만, 통산 성적이 5승 19패에 그치며 조별리그를 통과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을 정도로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한국은 모든 연령대 대표팀을 통틀어도 온두라스와 8승 1무 1패의 압도적인 우위다.

하지만 유일한 패배였던 2016년 리우 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에서 당시 23세 이하 대표팀이 '와일드카드'인 월드스타 손흥민까지 앞세워 압도적인 공세를 퍼붓고도 0-1로 충격패를 당했던 장면은, U-20 대표팀도 복기해야 할 반면교사다. 김은중 감독은 온두라스와 3차전에서 만날 감비아의 전력이 모두 "절대 만만치 않다"며 섣부른 방심을 경계했다.

온두라스는 감비아와 첫 경기서 패하긴 했지만, 스코어가 보여주듯 경기력은 거의 대등했다. 경기 막판에는 동점골을 넣고도 비디오판독(VAR) 결과 간발의 차이로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며 통한의 패배를 당했다. 빠른 측면 역습과 크로스에 이은 마무리는 온두라스의 가장 주된 공격패턴이다. 특히 간판 공격수 마르코 아세이투노(레알 에스파냐)는 북중미 U-20 챔피언십에서 팀 내 최다인 6골을 넣은 데 이어 감비아전에서도 온두라스의 유일한 득점을 기록하며 한국전에서도 경계대상 1호로 꼽힌다.

무엇보다 이번 김은중호의 도전이 대견한 이유는, 이름이 크게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이 뭉쳐서 반란을 일궈내고 있다는 점이다. 김은중호의 선수구성을 보면, 지난 대회 이강인(마요르카)같은 월드클래스급 유망주는 아예 전무한 데다, 표면적으로 다수가 K리그를 비롯한 프로팀 소속이라고 해도 소속팀에서 정기적으로 경기 출전 기회를 얻고 있는 선수들이 손에 꼽을 정도다.

많은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통하여 큰물에서 그동안 잠재력을 만개하지 못했던 한을 마음껏 푸는 기회가 되고 있다. 단순히 개인 기량만이 아니라 실전경험과 경기체력도 부족한 선수들을 데리고 세계 최고의 유망주들을 보유한 팀들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은중호의 선전을 더 응원하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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