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 '탈출'로 주어진 도전과 영광 [칸 리포트]

류지윤 2023. 5. 2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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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적인 캐릭터, 나쁘다고 생각 안해"

"기능적인 측면을 알고 들어가도 조박이 전체의 무드를 깨뜨릴 수 있고, 내가 잘 못해서 느낌이 안 나올 수도 있고 그래요. 혼자 다른 톤의 롤을 맡는다는 게 불안해요."


주지훈이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를 통해 두 번째 칸을 찾았다. '탈출'은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22일(현지시간)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다. 긴박한 생사의 갈림길에서 주지훈은 영화에서 유일하게 코미디 색채가 짙은 조박 역을 맡았다. 조박은 렉카 기사로,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가 하면, 가벼운 언행을 남발하지만 결국 위험한 순간마다 모두를 구해내는 선택을 한다. 일명 '양스러운' 비주얼로, 등장부터 그에게 극을 환기시키는 임무가 주어졌다는 걸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주지훈은 22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칸 호텔 그레이 달비옹 살롱에서 영화 '탈출' 인터뷰에서 "혼자 다른 톤을 연기를 해야 할 때 무섭기도 하다"면서 긴장하면서 영화를 감상했다고 털어놨다.


"연기를 하다 보면 헷갈리기도 하고요. 그래서 계속 소통하는 수밖에 없었어요.내가 선택한 거지만 잘못하면 욕먹기 딱 좋거든요. 쉽게 말하면 기능적 측면이 있는 캐릭터예요. 저는 이게 전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만약 모르고 들어갔는데 강요했다면 화나겠지만 합의가 됐다면 잘 해내야죠."


사실 주지훈은 '탈출'에 출연하기 위해 대본을 본 것이 아니었다. 김용화 감독의 리뷰를 부탁 받아 충실하게 의견을 건네자 캐스팅 제안으로 이어졌다.


"이 작품은 제가 작품을 고른 게 아니라 정확히는 캐스팅을 당한 거죠. 리뷰 부탁을 받고 조박이 잘 노는 배우가 하면 매력적일 거라고 제 나름의 리뷰를 했는데 '너 할래?' 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뭐 저는 일단 재미있게 봤으니까 한다고 했죠."


그는 브리지를 넣은 단발머리와 옷차림 등 조박의 인상을 결정짓는 모든 것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제작진이 준비한 의상도 있었지만 결국 주지훈이 제안한 스타일링으로 결정됐다. 홍경표 촬영 감독은 주지훈의 사전 피팅을 본 후 "그래 이거야!"라고 박수를 찍고 사진까지 찍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사람들에 저에 대한 니즈가 있잖아요. 어느 정도 고착된 이미지도 있고요. 제작진은 그걸 바꾸는 게 두려웠던 것 같아요. 제작진은 주지훈이란 배우를 활용해 써먹고 싶은 게 있었을 텐데 제가 그걸 없애고 가려고 했으니까요.(웃음) 전체적인 이미지는 제가 어릴 때 봤던 주유소에서 일했던 형들을 참고했어요. 그런 부분을 가져오면 조박의 서사를 설명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게 있을 것 같았거든요."

조박은 위험한 상황에도 꼭 자신의 반려견 조디를 챙겨 다닌다. 이 역시 조박의 캐릭터를 설명해 주는 설정이다. 주지훈은 "저도 그렇게 극진한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다"라며 강아지 등장 신이 안전하게 촬영됐다고 밝혔다.


"강아지를 단순히 보여주는 게 아니라 조박이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항상 꼭 먼저 챙겨 다니잖아요. 무의식이 주는 캐릭터성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조박이 어떤 사람인지. 하는 행동이 얄밉고 이기적이긴 한데 나쁜 사람은 아니거든요. 조박이 왜 저렇게 됐을까란 궁금증으로 캐릭터 입체감을 선사해 줄 수 있다고도 생각했고요. 빌런은 아니지만 밉지 않은 캐릭터를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였죠. 촬영장에 주인 분들이 다 있었고 수칙들도 있었어요. 강아지가 오면 바로 촬영 들어가고 위험한 신에서는 강아지랑 똑같이 만든 인형을 안고 연기했어요. 강아지가 다치면 안되니까요. 너무 웃긴 건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 강아지가 퇴근하면 꼬리를 딱 올리고 너무 신난 발걸음으로 퇴근해요. 강아지도 퇴근을 너무 좋아하더라고요.(웃음)"


'탈출'은 한국형 재난 블록버스터답게 볼거리가 화려하다. 기후 변화와 차량 액션 등 복합적 재난 상황을 실감나게 묘사했고 스토리에 힘을 더하기 위해 다수의 특수효과 기술을 사용했다. 살상용 개들 역시 CG로 모두 만들어졌다. 이 같은 기술 작업은 '신과 함께' 시리즈로 한국에서 구현할 수 있는 VFX 기술을 사용해 한국 영화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을 받은 '신과 함께'의 덱스터 스튜디오가 참여했다.


"개들이 말을 하거나 그렇진 않지만 감정이 느껴져야 하는데 이걸 CG로 어떻게 표현을 하려고 하나 걱정이 많았어요. 영화와 같은 사이즈의 인형을 3D 모델링을 해서 줬는데 규모와 사이즈만 느껴지는 거지 실제와는 다르니까요. 그래도 덱스터가 참여하니까라는 믿음은 있었는데 영화를 본 후에는 안도가 되더라고요. 사실 똑같은 VFX 촬영이어도 회사마다 스타일이 다 달라요. 그런데 익숙한 곳과 하니까 서로 편하게 작업했어요."


CG로 충분히 가능했지만, 자신이 직접 위험한 장면을 촬영한 장면도 있다. 살상용 개들에게 위협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구하려 훔친 위스키를 횃불에 뿜어 보호하는 신이다. 주지훈은 "나이 먹을 수록 미묘하게 유연성이 없어지는 것 같다"라고 웃어 보였다.


"CG로 해준다고 했는데 제가 직접 하겠다고 했어요. 히어로처럼 멋있게 불을 쏘는 장면을 만들고 싶지 않았고 제가 표현하고 싶은 건 '어쩔 수 없이 했다'였어요. 위스키는 쓰고, 불은 뜨거울 거고, 이걸 연기로는 못할 것 같더라고요. 거기서 '써', '뜨거워' 이런 말들이 진짜 쓰고 뜨거워서 나온 말들이었어요. 촬영 전에 차력사 분이 오셔서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셔서 연습했어요. 연습은 물로 했고요. 저는 안 무서웠는데 뇌가 무서웠나 봐요. 물을 저도 모르게 세게 뿜어내 침샘이 아프더라고요. 병원에 가보니 너무 세게 불어서 침샘에 염증이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주지훈은 2019년 '공작'으로 칸 영화제에 참석한 바 있다. 그리고 3년 만에 다시 찾은 칸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이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인지 절감하고 있다.


"사실 이 작품을 출품한다고 했을 때 '이거를?' 싶었어요. 장르물과 칸 영화제 이미지가 잘 어울리지 않았거든요. 예술 영화 느낌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초청 됐다는 소식을 듣고 얼떨떨했죠. 비행기 타고 오는데 한국이 아니라 전 세계 영화인 중에 칸 레드카펫을 밟고 배우 생활을 끝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말 영광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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