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라덕연 막을까…계좌 동결-과징금 2배, 주가 조작 처벌 강화 법안 봇물

황윤주 2023. 5. 25.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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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덕연 일당의 주가 조작 사태 이후 현행법 강화 방향 개정
본회의 통과까지 시간 걸려…라덕연 일당 등에게 개정법 적용 어려워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라덕연 일당의 주가 조작 사태에 국회가 솜방망이 같은 현행법을 뜯어고친다. 모든 종류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고, 부당이익 산정 방안도 법제화한다. 나아가 불공정거래 행위 과정에서 일반 주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완 장치도 마련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을 연내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다만 본회의 통과까지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라덕연 등 이번 사태와 관련된 주범들에게 개정 법안 내용을 적용할 가능성은 작다.

주가 조작범 최대 10년간 신규 거래 금지…상장사 임원 선임 불가

주가 조작범은 앞으로 주식·파생 등 자본시장의 모든 상품을 거래할 수 없다. 차명 계좌를 이용한 간접 투자도 제한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자본시장법)'의 핵심 내용은 불공정거래 행위자를 자본시장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주가 조작범은 최대 10년간 자본시장 내 모든 금융투자상품의 신규 거래와 계좌 개설이 제한된다. 금융위원회의 증권선물위원회가 개별 사안별로 제한 기간을 결정하게 된다.

윤 의원의 법안은 행정제재 수단을 적극 동원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주가 조작은 유형별로 △미공개 정보 이용 △부정거래 △시세조종 △시장질서 교란 등으로 분류된다. 비중이 큰 3대 불공정행위(미공개 정보 이용·부정거래·시세조종)는 주로 형사처벌에 의존해왔다. 윤 의원의 법안이 통과되면 형사 재판 기간 범죄자들은 자본시장에서 다시 활동하기 어려울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거래 제한 대상자로 지정되면 동시에 상장·금융회사의 임원 선임도 제한된다. 위반 행위자의 직급과 상관없이 지정이 가능해진다. 주가 조작 범죄를 저질렀을 당시 직원 신분이더라도 위법성의 정도가 클 경우 임원으로 선임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임원으로 재직 중인 경우에는 직위해제 조치도 가능해진다. 코스피·코스닥·코넥스 등 전체 상장사에 적용된다. 금융회사의 경우 상장과 관계없이 일괄 적용한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행정제재를 동원해 불공정거래 행위자를 게임판에서 배제하는 제도가 마련된 점은 의미가 있다"며 "룰 브레이커를 인정하지 않고 프로페셔널한 사람들이 경쟁하는 자본시장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돈에는 돈'…과징금 2배로, 부당이득 산정 방식 법제화

발의된 법안 중 눈길을 끄는 것은 박용진·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부당이득 산정 방식 법제화'이다. 개정안에서는 부당이득을 주가 조작 등 불법 거래로 발생한 총수입에서 그 거래를 위한 총비용을 공제한 차액으로 규정했다. 부당이득의 정의와 산정 방식을 처음으로 자본시장법에 명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증선위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16~2020년 사이 5년간 불공정거래 관련 고발·통보된 사건 중 불기소율은 55.8%로 나타났다. 불공정거래 관련 대법원 선고(2020년 기준) 중 실형은 59.4%(38명), 집행유예는 40.6%(26명) 수준이었다.

주가 조작범 절반은 법원조차 가지 않는 셈이다. 재판을 받아도 10명 중 4명은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이유가 있다. 형사 처벌은 판결이 나기까지 최소 2~3년이 걸린다. 더구나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되는 '부당이득' 산정 방식도 법에 없어 법의 심판을 받는 게 사실상 어려웠다. 법이 있어도 '솜방망이 처벌'이 나왔던 이유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면 범죄 수익이 클수록 엄격한 형사 처벌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에는 불공정거래 행위자에게 부당이득 금액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도 담겼다. 부당이득을 산정하기 어려울 경우 50억원 이하의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위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4건의 의원 발의안(박용진 의원 대표 발의 2건, 윤관석 의원 대표 발의, 윤창현 의원 대표 발의)을 대안 반영으로 폐기하고 정무위 안으로 의결해 법사위로 넘어갔다. 국민의힘 정무위 관계자는 "여야 모두 법안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다"며 "연내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라덕연 일당 등 최근 논란을 일으킨 주가 조작범들에게는 개정법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안 통과는 연말께 가능하며, 소급적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내부자거래 사전 공시 의무화

이번 주가 조작 사태로 주목을 받는 또 다른 법안은 '내부자거래 사전 공시 의무화'이다. 내부자거래 사전 공시 제도는 상장사의 주요 주주가 보유 주식을 대량 매도할 때 최소 30일에서 최대 90일 이내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간 안에 미리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재는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하면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를 상장사의 대주주, 임원 등 내부자로 확대한 것이다.

'카카오페이 먹튀' 사태가 계기였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4월 발의했으나 금융위가 국정과제를 야당 대표 발의안만으로 통과시키기 어렵다는 이유로 정무위 여야 간사 합의에 실패하면서 법안이 1년 넘게 정무위에 계류됐다.

다시 관심이 집중된 계기는 올해 초 발생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였다. 당시 최고경영자(CEO) 등 임원들이 파산 전 지분을 매각해 논란이 생기자 법안 통과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후 라덕연 일당의 주가 조작 사태까지 겹치며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급 정보를 가진 내부자는 현재 주가의 고평가·저평가 여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며 "내부자 거래 사전 공시를 의무화할 경우 일반 투자자의 정보 열위성을 완화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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