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美 부채협상 난항에 또 하락세...나스닥 0.61%↓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24일(현지시간) 부채한도 관련 협상이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채무불이행(디폴트) 날짜가 다가오면서 하락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255.59포인트(0.77%) 떨어진 3만2799.92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30.34포인트(0.73%) 낮은 4115.2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76.08포인트(0.61%) 하락한 1만2484.16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에서 에너지 관련주를 제외한 나머지 10개 업종이 모두 하락세를 나타냈다. 특히 부동산 관련주의 낙폭은 2%를 웃돌았다. 금융, 산업, 소재 관련주도 1%이상 밀렸다. 의류업체 아베크롬비앤피치는 이날 개장전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공개하며 전장 대비 31.07% 상승 마감했다. 콜스 역시 기대 이상의 실적으로 7%이상 올랐다. 시티그룹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멕시코 사업을 분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3%이상 내렸다. 구리 가격이 작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피바디에너지, 카펜터 테크놀로지, 뉴몬트 마이닝 등 관련 주들도 일제히 1~3%대 하락세다. 이날 장 마감 후 실적 발표에 나선 엔비디아는 약보합으로 정규장을 마쳤다.
투자자들은 이르면 6월1일 디폴트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 속에서 정치권의 부채한도 상향 논의, 기업 실적, 연방준비제도(Fed)의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발표 등을 주시했다.
양측 실무 협상팀이 연일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디폴트 경계감은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전히 거리가 멀다. 우리는 견해차가 어디에 있는 지 안다"면서 "오늘 진전을 이루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날 CNN에 출연해 "우린 작년보다 지출을 더 줄여야 한다"고 대규모 정부 지출 삭감을 부채한도 상향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공화당의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얼마나 더 줄여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협상의 일부다. 민주당은 덜 쓰고 싶은게 아니라 더 쓰고 싶어한다"고 민주당에 잘못을 돌렸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포럼에 참석해 "우리가 6월 초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게 거의 확실(almost certain)해보인다"고 재차 디폴트를 경고했다. 최근 일각에서 지출 조정 등을 통해 6월 중순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옐런 장관이 재차 ‘6월 초’를 시한으로 그은 것이다. 그는 지급 우선순위에 대한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았다. 또한 디폴트에 대비해 재무부가 투자자들을 위한 별도의 준비를 하고 있지는 않다고도 확인했다.
50파크인베스트먼트의 애덤 사라한 CEO는 "두려움이 엄습할 때 투자자들은 먼저 매도하고 질문은 그 다음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것이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에드워드 존스의 모나 마하잔은 "이러한 부채한도 협상은 양측 양보로 막판에 해결되는 경향이 있다"고 합의를 기대했다. 다만 그는 "최종 합의안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당혹감, 정치적 극장이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시장에서도 최악의 시나리오인 디폴트가 현실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직전까지 이어질 불확실성과 그 여파를 우려하는 모습이다. 부채한도 협상을 둘러싼 경계감이 높아지면서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장보다 8%이상 치솟아 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20선을 넘어섰다.
이날 오후 공개된 5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이달 초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미국 Fed 당국자들이 오는 6월 추가 인상이냐, 동결이냐를 두고는 의견 분열을 나타냈다. 다만 좀더 많은 참석자들이 ‘동결’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파악된다. 경제매체 CNBC는 통상 Fed의 어법을 볼 때 ‘일부’ 보다 ‘여럿’이 더 많은 수로 간주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금리 동결 시나리오를 지지하는 이들이 더 많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들은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언제든 추가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선택지’도 함께 열어뒀다. 의사록은 "다수의 참석자들은 얼마나 더 많은 추가 긴축정책이 적절한 지에 대해 불확실성이 높다고 표명했다"며 "향후 회의에 ‘선택지’를 남겨둘 필요가 있음도 강조했다"고 밝혔다.
현재 시장에서는 6월 금리 동결 관측이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6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65%가량 반영하고 있다. 추가 베이비스텝 전망은 34%대를 나타내고 있다. 이번 주 후반에는 Fed가 주시하는 물가지표인 4월 개인소비지출(PCE)가격지수(26일), 1분기 경제성장률 수정치(25일) 등 경제 지표 발표도 예정돼있다. 4월 근원 PCE는 전년 동월 대비 4.5%, 전월 대비 0.3%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날 크리스토퍼 윌러 Fed 이사는 "6월에 최선의 결정을 취하기 위해서는 유연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3주내 발표되는 지표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향후 몇달 간 입수되는 지표가 우리가 최종금리에 도달했음을 명확히 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국채금리는 상승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3.74%선,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4.38% 선을 나타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 지수)는 전장보다 0.3%이상 오른 103.8선을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재고 감소 소식에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격은 전장보다 1.43달러(1.96%) 오른 배럴당 74.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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