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초격차 기술 없다"…'배터리 박사'들의 팩트 체크
2차전지연구소-선양국·박철완
“K배터리는 의심할 여지없이 세계 최고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주식이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큰 호응을 받는 주장이다. 한때는 이런 주장에 힘입어 몇몇 2차전지 회사의 주가가 연초 대비 7배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2차전지 전문가들은 유튜브나 온라인상에 알려진 이야기 중 ‘틀린 이야기’가 많다고 우려했다. 2차전지 전문가 중 전문가인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와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로부터 들어봤다.
Q : 2차전지 시장 전망은.
선양국=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그중 ‘모빌리티’(자동차) 부문에서 동력원의 전환이 가장 빠르다. 더 넓게 생각하면 ‘전기로 움직이는 모든 것’에 2차전지가 필요합니다. 2차전지 외에도 퓨어셀(Fuel Cell·연료 전지)이란 대안이 있지만 검증이 안 된 상황이라 배터리가 유일한 선택지다. 군대나 인공위성 등 배터리가 쓰일 곳은 너무 많다.
Q : 2차전지 산업에서 한국의 위상은.
박철완=3년 전 LG에너지솔루션이 테슬라에 납품하면서 한국이 잠깐 1등을 했었다. 하지만 명실상부 2차전지의 1등은 중국이다. 전 세계 시장에서 국가 점유율을 보면 한국이 24%, 중국이 60%로 더블스코어 차이가 난다.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 기업이 1등’이라는 자만 대신 위기를 인정해야 한다. 또 점유율에선 중국에, 기술 면에서는 일본(파나소닉)에 밀리는 모습이다.
Q : 2차전지 관련 기업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이 주식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두 기업은 정말 ‘초격차’ 기술을 가졌나.
선=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만드는 회사는 LG화학과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에코프로비엠, 코스모신소재 등이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농도구배형 기술(중심부에 니켈을 집중시키고 바깥쪽엔 니켈 농도를 낮추는 기술로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면서도 화재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과 전구체 제조기술 등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는 회사다. 하지만 LG화학도 최근 새로운 특허를 확보했다. 각 회사가 계속 특허와 기술로 경쟁 중이기 때문에 어느 회사가 압도적으로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박=에코프로가 경쟁사보다 잘하는 때도 있었다. 다만 ‘초격차’는 없다고 본다. SK온은 에코프로뿐 아니라 엘앤에프에서도 양극재를 받고 있다. 양극재도 기술 평준화에 들어가고 있다고 본다.
Q : 최근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2차전지 업계와 주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선=유명하다는 유튜브 방송을 봤다. 사실과는 다른 부분도 많이 포함돼 있었다. 우려스러운 부분도 많다.
박=1년 전에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주식으로서 좋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전문가의 시선으로 기업의 펀더멘털과 비교해 봤을 때 주가는 과대평가로 보인다. 2차전지는 기술적인 이야기가 많다 보니 사람들이 가짜와 진짜를 가려내기 어려운 시장이다.
Q : 좋은 2차전지 기업을 가려낼 수 있는 방법이 있나.
박=어마어마한 비전을 이야기하는 회사가 많다. 하지만 2차전지는 ‘장치산업’이다. 결국 투자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투자를 받으려면 매력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 회사가 정말 투자할 능력이 있고, 투자받을 여력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선=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만큼 원료를 싸게 가지고 오는 게 중요한 시대다. 특히 원료 중에 제일 중요한 게 리튬과 니켈이다. 유망한 2차전지 기업은 공급망을 확보한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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