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청년의 든든한 울타리… 주일예배도 함께 드려
혜림교회(대한예수장로회합동)는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북로 ‘아파트 숲’ 한 가운데 위치한다. 주말이면 지역의 어린이들이 교회 1층 키즈까페에 몰려오는 것은 물론 로비에서 공도 차고 술래잡기도 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교회 건축 때부터 어린이를 교회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삼았다. 교회가 어린이를 사랑하겠다고 선포하자 성도들도 어린이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깊어졌다. 그렇게 혜림교회는 지역사회에 어린이를 환영하는 교회로 소문이 났다. 김영우(59·사진) 담임목사를 지난 11일 혜림교회에서 만났다.
지난해 혜림교회는 설립 50주년이었다. 홍선기 원로 목사에 이어 2004년 김 목사가 부임했고, 2018년에는 성전을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서 지금의 위치로 옮겼다. 현재 규모 2000석의 예배당에는 “오직 말씀! 오직 어린이! 오직 청년사랑 또 사랑!”이라는 올해 표어를 담은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총 5번의 주일예배가 있는 혜림교회 주일예배의 특징은 초등부와 중고등부 예배가 따로 없이 3세대가 모두 함께 예배드린다는 것이다. 모든 예배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특별히 오전 9시 2부 예배는 초등부 학생들이, 11시 3부 예배는 중고등부 학생들이 주인공이다. 2부 예배와 3부 예배의 성경 본문 말씀은 다르다. 김 목사는 각 연령의 학생들에게 가장 알맞은 말씀을 매주 준비하고 있다. 김 목사는 “성도들은 어른 예배에 학생들이 곁가지로 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학생들의 예배에 어른이 함께 참여한다는 분위기다”라고 주일예배를 소개했다.
김 목사는 어린 시절부터 신앙생활을 하며 예배가 은혜로운 교회가 좋은 교회라고 생각했고, 그중에서 말씀은 교회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른들은 말씀이 좋은 교회를 찾으면서도 어린이들은 어떤 말씀을 듣는지 부모가 잘 알지 못한다. 또 어린이들은 교회학교 전임 목회자의 이동 및 변경으로 “말씀의 긴장 상태”에 놓이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김 목사는 전 교인의 목자가 되기로 했다. 영유아를 제외한 모든 혜림교회 성도들은 담임 목사의 설교를 듣고 말씀 중심으로 신앙생활을 펼치고 있다.
2부 예배에는 초등학생과 그 가족 그리고 초등부 교사가 함께 말씀을 듣고, 예배가 끝나면 그 자리에서 교사와 학생이 모인다. 말씀을 경청하며 작성한 설교 노트를 교사와 학생이 함께 나누고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살핀다. 초등부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격주로 학생들이 예배 사회와 대표 기도를 맡아 예배가 역동적이며, 부모는 자녀의 교사가 누군지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래서 교사는 반 아이들에 책임감을 느끼고 부모는 교사를 신뢰하며 기도해주는 선순환을 하고 있다.
초등부는 1학년만 함께 모이고 2학년부터 6학년까지 한 반으로 구성되며, 교사의 역량에 따라 반 인원도 각각 다르다. 현재 39명의 아이를 맡고 있는 교사도 있다. 각 반의 교사는 매일 새벽예배 말씀을 요약해서 아이들에게 전하며 반 아이들을 품고 기도한다. 김 목사는 “마땅히 부를 말이 없어 초등부라고 부르지만, 우리 교회에는 초등부가 없고 선생님의 반이 있을 뿐”이라며 “한 반이 곧 주일학교라는 정신으로 개개인 선생님이 반목회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초등부부터 고등부까지 담당 목사는 담임 목사로 동일하다. 그래서 초등부부터 고등부까지 600명의 출석부도 교회 목양실(당회장실) 문 앞에 붙어있다. 매일 김 목사는 아이들의 이름을 보며 기도하고, 출결 상황도 확인한다. 아이들도 본인들의 출석부를 보려고 수시로 몰려온다. 교회 안 어디서든 위험하지만 않으면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데 목양실 앞도 예외가 아니다.
출석부의 또 다른 특징은 반 이름이 없다는 것이다. 모든 반은 교사 이름이 곧 반 이름이다. 김 목사는 교회에서 아이들과 마주치면 이름을 묻는다. 김 목사가 아이들의 이름을 듣고 “이름이 낯이 익는데. 그래, 너는 그 선생님 반 학생이구나” 먼저 아는 체를 하면 아이들은 크게 기뻐한다.
각 부서에는 교사와 김 목사 사이를 잇는 디렉터가 있다. 디렉터는 평신도 교사 중 한 명으로 교사들의 기도 제목 및 각 반 상황을 취합해 김 목사에게 전달하고 있다. 초등부 40명 교사의 디렉터 윤수진 집사는 “모든 선생님과 아이들이 하나의 말씀을 듣고 같은 목자의 양으로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며 “교회의 어린아이들까지 담임 목사님을 ‘우리 목사님’이라고 부르며 설교 시간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현재 혜림교회는 매주 아이들이 새롭게 교회를 찾으며, 매년 100명 내외의 아이들이 정착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오직 어린이”에 “오직 청년”을 더해 다음세대 사역에 집중할 것을 선포했다.
하남=박성희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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