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영 교수의 ESG와 기독교-18] ESG 경영, 성경속의 생물다양성과 기업 ESG 실천사례
유엔은 2017년 매년 5월 20일을 ‘세계 꿀벌의 날’로 정하고 멸종 위기에 처한 꿀벌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 정부도 2016년 하와이 토종 꿀벌 7개 종을 보호해야 할 위기종으로 지정한 바 있다. 국내의 현실은 어떤가 확인해 보니, 꿀벌이 2022년에 60억 마리에 이어 2023년에도 약 208억여 마리가 사라졌다는 한국양봉협회의 연구 결과와 과수농가 피해 보도가 연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꿀벌의 위기는 생물다양성 보전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하나의 작은 사례일 뿐이다. 2022년 10월 13일 발간된 세계자연기금(World Wide Fund For Nature, WWF)의 ‘지구생명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8년까지 관찰된 1,398종을 대표하는 6,617개 개체군 중, 포유류, 조류, 양서류, 파충류, 어류 등이 평균 83% 감소했으며, 특히 개발과 환경오염에 노출된 아마존강에서 야생동물 개체군이 94%나 급감했음을 보고했다. 문제는 이러한 추세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개체가 사라지면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면서 연쇄적으로 다른 개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꿀벌의 예를 들면, 세계적인 현상인 개체의 급격한 감소는 농작물 재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는 생산비용을 높여 농산물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연쇄적으로 식료품 가격의 상승을 가져오고, 식량 불안정을 겪고 있는 수많은 이들을 위기 상황으로 몰아갈 것이다. 하나의 작은 곤충인 꿀벌이 겪고 있는 위기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식량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엔세계식량계획(UN World Food Programme, WFP)에 따르면 2021년 중 세계 53개 국가와 지역에서 약 1억 9,300만 명이 심각한 식량 불안정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동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 마다가스카르 남부, 남수단, 예멘의 57만명은 긴급 식량 지원이 없으면 생존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식량 위기가 점점 더 광범위한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식량 위기는 이상기온에 따른 가뭄과 사막화로부터 기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생물다양성의 급격한 감소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창세기 1장 21절에 기록된 하나님의 창조 이야기는 ‘모든 생물을 그 종류대로’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좋았더라!’는 감탄사로 마무리된다. 성경적 세계관은 창조된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가 선하고 온전한 상태라는 것이다. 그 온전함이 훼손된다는 것은 ‘선한 상태의 훼손’ 즉 악의 시작으로 연결된다. 즉 생물다양성의 훼손은 이러한 창조 세계의 선함과 온전함이 깨어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느헤미야 9장 6절을 보면 ‘주는 여호와시라 하늘과 하늘들의 하늘과 일월 성신과 땅과 땅 위의 만물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지으시고 다 보존하시오니 모든 천군이 주께 경배하나이다’ 말씀한다. 모든 피조물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만들어졌고 그들을 보존함으로 주께 경배하게 됨을 강조한다. 생물다양성 보전이 하나님의 뜻임을 제시하는 말씀이다.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활동을 하는 비정부단체(NGO)로 세계자연보전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and Natural Resources, IUCN)이 있다. 이 단체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자연환경이 심각하게 파괴되자 자연보호를 위해 유엔의 지원으로 1948년 설립되었다. IUCN은 2021년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기업 수준의 전략을 개발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지침을 제시했는데 ‘기업의 생물다양성 성과 계획 및 관찰지침(Guidelines for planning and monitoring corporate biodiversity performance, 기업 생물다양성 지침)’이 바로 그것이다.
‘기업 생물다양성 지침’은 생물다양성 관리를 위해 기업이 따라야 할 네 가지 단계를 제시했다. 기업은 우선, 전체 가치사슬(value chain)이 미치는 생태계적 영향을 파악하고, 특정 생물 종과 생태 서식지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여 관리를 위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둘째, 기업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목표와 핵심 전략을 수립하고 시한별 활동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셋째, 기업은 생태 다양성 보전 활동의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정량적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은 자료수집 및 분석을 통한 지속적인 생태계 영향을 감시해야 한다.
생물다양성 보존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국내 기업들도 2022년 이후 IUCN 지침을 참고하여 관련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포스코는 홈페이지에 생물다양성 관련 정책을 상세히 제시하고 있다. 생물다양성 보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윤리규범 실천 지침에 반영하였으며 회사 사업이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조사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사업장인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주변의 해양 수질, 토양 오염도를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생물다양성 보호에 필요한 요건을 준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업의 특성상 공장이 바다에 인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반영하여 인공어초를 이용한 바다숲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플랑크톤, 어류, 조류 등 생물 생태계 복원에 나서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식품 관련 중견기업인 풀무원도 생물다양성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음을 홈페이지에 명시하고 있다. 생물다양성 보존이 인류 생존과 의식주 해결의 기반임을 인식하고 2021년 10월부터 파주시에 위치한 ‘풀무원 평화의 숲’ 조성 사업을 통해 생태계 보호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2,400평 규모의 이 숲을 조성함으로 기후변화로 사라지고 있는 고유 수목인 구상나무, 상수리나무, 버드나무 등을 심고 관리하여 생태계 다양성 보전을 위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2022년 11월에는 생물전문가, 임직원 및 시민들과 함께 본사 인근의 생태계 탐사 활동을 진행하여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여 ESG경영 정책 결정에 활용한다는 내용도 있다.
금융기업도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나서고 있다. 금융기업은 직접 제조과정에 참여함으로 유해가스 또는 공장폐수 배출 등을 통해 생태계 질서나 생물다양성 보존에 직접적 위협을 가하지는 않지만, 제조업체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금융상품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생물다양성 보전과 연계된 다양한 전략을 실행할 수 있다. 선도적인 글로벌 금융사들도 2022년 12월 이후 생물다양성 보전과 연계된 블루본드(Blue Bond) 투자에 참여하고 다양한 금융상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다수의 기업에서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행동에 나서고 있는 세계적 추세 속에서 기독교 공동체는 침묵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생물다양성 보전은 기독교 가치관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시편 148편은 해와 달, 별, 바다와 땅, 산에 있는 과수와 모든 백향목, 조류와 가축을 포함한 모든 짐승, 그리고 남녀노소 모든 인류가 함께 여호와를 찬양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창조 세계의 다양성을 보전하는 것이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이라는 십계명의 실천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생물다양성 보전에 중요한 성경적 의미가 있음을 인식하고 기독교 공동체도 지역사회의 생물다양성을 위한 노력에 힘을 더해야 할 것이다. (다음 회, ESG경영과 인공지능, 기독교윤리적 관점)
◇ 이호영 교수는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교내 ESG/기업윤리 연구센터 센터장으로 ESG경영, 재무회계와 회계감사, 경영윤리를 강의하고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ESG 관련 자문을 하고 있다.
정리=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션 톡!] 교도소 담장을 넘어온 SOS “캄캄한 절망 속 외톨이에게 빛을” - 더미션
- 목사 안수 49명 중 47명이 여성… 특별한 안수식 열린다 - 더미션
- 가장 세속적 도시서 복음 전한 ‘21세기 CS 루이스’ - 더미션
- 신혼부부 다섯 중 한 쌍 이혼?…“우리 교회는 예외” - 더미션
- 막다른 골목에 생명 박스… 어린 영혼을 구하다 - 더미션
- “미추홀 전세사기 피해자 돕자”… 미자립교회가 먼저 움직였다 - 더미션
- ‘변호사·의사 한인가족’ 총기사고로 잃은 한인목사의 눈물 - 더미션
- 미자립교회 고려냐, 젊은 목회자에 기회 부여냐… 교단 ‘정년 연장’ 딜레마 - 더미션
- 셀린 송 감독 “‘기생충’ 덕분에 한국적 영화 전세계에 받아들여져”
- “태아 살리는 일은 모두의 몫, 생명 존중 문화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