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걸 오래 보고 싶다" 마음으로 낸 식물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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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연 기자]
서울시민인 나는 탈서울을 꿈꾼다. 서울에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 있고, 다양한 문화 예술 생활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탁한 공기, 귀와 눈 모두가 시끄러운 주변환경은 나를 예민하고 약하게 만든다. 물가는 너무 올라서 매달 생활비도 부족하다. 신선한 재료로 요리할 만한 시간적, 재정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도 조금 우울하다.
내가 주로 먹는 음식은 대체로 건강하지도 않고 아름답지도 않다. 몇 년 전 친구네 텃밭에서 딴 부추로 만든 비건만두가 너무나 그립다. 부추를 따서 다른 야채를 곁들여 속을 만든 후 친구들과 둘러앉아 만두를 빚고 쪄서 나눠 먹던 그 풍요로운 시간이 말이다.
문득 서울이 아닌 곳에서 자기만의 색을 뽐내며 잘 살아가고 있는 또래들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내가 인터뷰를 요청하게 된 첫 주인공은 경기도 의정부시 식물작업실 '헤비메탈플라워' 대표 김보라씨이다.
▲ 헤비메탈플라워의 시그니처, 비즈 행잉 식물 깜찍한 디자인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한다. |
ⓒ 헤비메탈플라워 |
"안녕하세요, 저는 의정부에서 식물작업실 헤비메탈플라워를 운영하는 김보라입니다. 대학교 때 서양화를 전공하고 그 이후 미술학원을 10년 이상 운영했어요. 장난스럽지만 귀엽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좋아하며 의외의 것에서 매력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지금은 그러한 재미를 식물에서 발견하고 있지요. 식물 판매자 이전에 식집사로 다양한 식물을 키우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립살리스 친구들을 좋아합니다."
▲ 헤비메탈플라워 대표 김보라씨 작업 중인 모습 |
ⓒ 헤비메탈플라워 |
"헤비메탈과 플라워. 왠지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죠? (웃음) 친구와 함께 조합하면 재미있을 것 같은 단어들을 열거하다가 튀어나온 이름입니다. 당시 상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의 저는 주짓수를 하면서 꽃꽂이를 배우고 있었고, 스케이트보드를 타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으며, 타투를 배우면서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있기도 했어요. 그러고 보니 저는 좋아하는 것들의 이미지가 극과 극인 측면이 있는 사람 같네요.
'헤비메탈+플라워'도 그런 맥락에서 튀어나온 말 같아요. 꽃이라는 소재에 매우 강하게 매료되어 있었고 언젠가 꽃을 이용한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쭉 갖고 있었는데요. 평소에 즐겨 듣는 헤비메탈 음악과 합쳐보고 싶은 느낌이 들었나 봐요.
▲ 헤비메탈플라워 식물작업실 풍경 |
ⓒ 헤비메탈플라워 |
"무언가를 표현하는 것에 대한 갈증이 항상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한 직업을 가지고 살다 보니 문득 나는 어떤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며 마주하는 '선생님은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요?'나 '선생님은 꿈이 뭐에요?'라는 질문에 더 이상 무딘 대답을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관심 있었던 이런 저런 분야에 '일단 도전해 보자' 하는 시간을 가졌죠. 처음엔 꽃이었어요. 그런데 꽃꽂이를 하다 보니 꽃이 아닌 꽃 주변을 장식하는 다양한 풀에 마음이 끌리기 시작했어요. 화려하진 않지만 자세히 보니 생김새도 다 다르고 무척 귀엽더라고요. 제 꽃꽂이 세계 안에서 이 풀들이 꽃을 이기는 순간이 찾아 왔어요.
그리고도 한참 동안 절화(꺾은 꽃)를 다루며 지냈는데요. 어느 순간 이 아름다운 것들을 더 오래 바라보고 싶다라는 열망이 생겼어요. 좋아하는 것을 오래 바라보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이 살아있는 식물을 키우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그렇게 식물을 가꾸고 키우는 공부를 새로 시작하게 되었고 식물 가게를 차리게 되었네요."
▲ 헤비메탈플라워 작업실 내부 다양한 비즈 행잉 식물들이 걸려 있다. |
ⓒ 헤비메탈플라워 |
"저는 어려서부터 반짝이고 귀여운 것들을 좋아했어요. 그리고 무엇이든 주렁주렁 꿰어보거나 묶어보곤 했죠. 식물가게를 하면서 저만의 작업을 접목해 보고 싶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어요. 좋아하는 색, 좋아하는 형태의 소재들을 만들어 묶어도 보고 꿰어도 보며 저만의 방법으로 작업을 시작했죠. 여전히 그 방식을 고수하고 있고요.
그런데 마침 제가 좋아하는 종류의 식물들은 주로 착생하여 자라는 성질이 있고 부작이나 행잉으로 작업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사실 식물 가게를 처음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많은 종류의 식물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어요. 종류만큼이나 관리법도 다르고 형태나 번식하는 방법도 달라요. 그걸 연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가 좋아하는 작업방식과 연결이 된 것 같아요.
▲ 헤비메탈플라워의 식물들 작지만 다양한 볼륨의 식물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
ⓒ 헤비메탈플라워 |
"저는 혼자서 일한 시간이 많아 어떤 일을 해결해 가는 프로세스가 지극히 개인적이며 두서 없기도 합니다. 주위에 저와 같은 1인 자영업자 사장님들과의 교류를 통해 이러한 고충에 대해 터놓기 이야기하기 시작하자 서로 이해하고 응원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어요. 무엇보다 서로의 브랜드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는 바를 나누다 보니 혼자서는 생각할 수 없는 부분까지 사고가 뻗어나가게 되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자극을 주고받으며 그것들을 스스로에게 적용시키고 발전하게 된 거죠.
한번은 주변 가게 사장님들과 지역에서 프리마켓을 기획하고 진행한 적이 있는데요. 자신만의 색을 가진 다양한 브랜드를 알아가고 이해해 가는 과정이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이런 기획을 발전시켜 나가다 보면 모두가 비슷한 것을 만들고 그것을 소비하기 보다는 좀더 본인만의 취향에 집중해서 여러 경험을 만들어가는 특유의 문화가 형성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그 일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풀어갈지에 대한 고민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기만의 색과 작업이 잘 드러나는 일이라면 그곳이 서울인지 아닌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거든요. 내 시선과 마음이 머무는 곳이 어디인지 찬찬히 살펴보세요. 그 곳이 남들과는 달라서 어쩌면 무모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약간의 무모함까지 포용할 수 있다면 내 손에 쥔 핸들을 크게 돌려 나만의 방향을 개척할 수 있어요.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지시면 좋겠어요."
▲ 헤비메탈플라워 전면 풍경 경의로 145번길 16 경의공업사 간판 |
ⓒ 헤비메탈플라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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