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st] 김민재와 함께 데뷔, 그러나 잊혀진 1600일… '선방 부자'로 화제 모으는 박대한 스토리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요즘 주말마다 5초 이내 짧은 영상, 일명 '짤'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축구선수 중 한 명이 박대한이다. 박대한은 매주 엄청난 선방을 양산하면서 충북청주FC의 성적을 바꿔놓았다. 벌써 '우리 대한이 너무 유명해지지 마라'라는 청주 팬들의 걱정이 따른다.
박대한은 후보로 이번 시즌을 시작했다. 청주는 초반 9경기에서 21실점을 내준 팀이었다. 골키퍼를 박대한으로 교체한 뒤 리그 4경기에서 단 2실점만 내줬고, 2승 1무 1패를 거뒀다. 개막전에서 승리한 뒤 수비가 불안해 무승 행진 중이었던 팀이 단숨에 끈끈한 경쟁력을 찾았다.
K리그2의 강팀을 상대할수록 선방은 더욱 빛났는데, 21일 김천상무 원정도 그 중 하나였다. 유효슛 4개 중 3개는 국가대표 선수가 날린 위협적인 슛이었다. 박대한은 환상적인 선방쇼로 0-0 무승부를 지켰다. 이영재의 높고 낮은 중거리슛은 몸을 날려 쳐냈고, 조영욱이 코앞까지 침투했을 때는 과감히 전진하며 골문을 가로막아 선방했다.
한때는 촉망받는 유망주였지만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진 시간이 약 1,600일, 그 사이 유튜브 출연으로 간간히 얼굴을 알렸을 뿐이었다. 박대한과 가진 전화 인터뷰를 통해 어떻게 살아왔는지 물었다.
▲ 김민재, 황인범과 함께 청소년 대표 소집됐던 유망주
박대한은 몇몇 숫자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2017년 3월 5일은 프로 데뷔전을 치른 날이다. 전남드래곤즈 유소년 출신 박대한은 인천대를 거쳐 1군에 합류, 첫 경기부터 선발로 뛰었다. 전북현대의 동갑내기 김민재와 데뷔전 맞대결이었다. 이후 선발 출장을 이어가다 부상으로 주춤했다.
이듬해 고(故) 유상철 감독 아래서 출장 기회를 잡았지만 한정적이었다. 그래도 프로 경쟁력을 갖춘 22세 골키퍼는 귀했다. 김학범 감독의 눈에 들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승선을 노렸지만, 결과적으로는 강현무(현 김천)와 나란히 탈락했다. 조현우가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2020년 수원FC에서 1년을 보냈는데 프로 출장은 못하고 당시 팀 동료였던 조원희의 유튜브에 출연한 것이 그나마 대외적인 활동이었다. 2021년부터 군복무를 겸해 충주시민축구단에서 뛰다 올해 창단팀 청주에 합류했다. 전남 유소년팀 은사인 이승준 골키퍼코치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인연이 닿았다.
▲ 프로 경기 못 뛴 날짜 세며 절치부심
박대한이 기억하는 두 번째 수자는 1,611이다. 박대한은 이번 시즌 첫 경기였던 FC안양전을 앞두고 한 기자에게 "마지막으로 프로 경기를 뛴 지 1,611일이 되었다"고 말했다. 어떻게 정확한 숫자를 알고 있었던 걸까.
"1천 5백 며칠부터 디데이 계산기로 계속 세고 있었어요. 얼마나 더 인내해야 기회가 주어질지 생각하면서. 그렇게 절실한 마음을 품은 시점에 기회가 왔어요. 경기를 뛰게 해 달라고 감독님께 말씀드릴까 몇 번이나 생각했지만 결국 참았죠."
김천 상대로 보여준 선방쇼뿐 아니라 빌드업에도 자신이 있다. 이날 청주의 첫 슛은 박대한의 장거리 킥에서 비롯됐다. 킥뿐 아니라 패스를 돌리는 능력, 백패스를 받아 안정적으로 연결하는 능력에도 자신이 있다. 박대한은 경기 후 제공되는 세부기록을 통해 자신의 스타일과 팀 상황을 자가점검한다. 현재까지 4경기 내내 롱킥 횟수가 20회를 넘었다. 청주가 밀리는 경기를 자주 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자신의 선방과 롱킥이 중요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 단신의 핸디캡? 골문 앞에서는 다 똑같죠
박대한이 강조한 세 번째 숫자는 183.2다. "제 키가 180cm라고 나무위키(사용자 참여형 인터넷 백과)에 나와 있더라고요. 아닙니다. 183.2cm입니다. 이것도 작은 편은 맞죠. 하지만 전 의식하지 않습니다. 자신 있어요. 두려움 없이 경기하면 됩니다."
보통 단신 골키퍼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나름의 요령을 이야기하지만 박대한은 그런 것도 필요 없다는 투였다. 팔 뻗어서 크로스바에 닿기만 하면 나머지는 동등하다는 것이다. 신체조건보다 중요한 건 노력이고, 남들보다 열심히 기본기를 수련해 왔기 때문에 골키퍼에게 중요한 안정감을 갖췄다고 스스로 장점을 어필했다.
▲ 대한+민국 골키퍼 형제 결성까지
박대한은 맹활약을 통해 자기 손으로 주전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청주 동료들의 자신감도 함께 향상됐다. 너무 늦지 않게 프로에서 실력을 보여줄 수 있어 다행이다. 뛰지 못한 시간을 셀 정도로 출장이 고팠다. 짧게나마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던 친구 김민재, 황인범, 나상호 등이 월드컵의 핵심 '96즈'라는 별명을 얻는 동안 '나는 뭐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럴 때 박대한은 단 한 경기라도 일단 복귀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지금 박대한이 더 열심히 뛰어야 하는 이유는 가족이다. 전남 순천에 사는 부모님은 아들의 출장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날도 청주까지 먼길을 운전해 찾아왔다. 시즌 초반에는 아들이 뛰는 모습은 못 보고, 경기 후에 함께 식사만 하고 돌아가곤 했다. 이젠 뛰는 모습, 그것도 수많은 선방으로 팀을 구해내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 부모님 목소리가 부쩍 밝아졌다.
"제가 잘 해야 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면 동생입니다. 동생은 지금 금호고(광주FC 유소년팀) 3학년 골키퍼로 뛰는 박민국입니다. 제가 대한, 동생이 민국. 둘이 함께 K리그에서 뛰면 이름만으로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겠죠? 동생이 프로에 올라올 때 즈음에는 저도 확실히 자리를 잡아두고 싶어요. 부모님께 그것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을 것 같고요."

▲ 청주의 '신생팀 흥행돌풍'을 되살리기 위해
박대한은 가장 고마운 사람을 묻자 프로 경력을 되살리게 해 준 이승준 코치, 최윤겸 감독, 김현주 대표를 거론한 뒤 홈팬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청주는 사상 첫 홈 경기였던 2라운드 김천전에서 7,035명이나 되는 관중을 받았다. 구단 관계자들이 당황할 정도로 시민들의 호응이 컸다. 그러나 승리하지 못하는 날이 이어지면서 관중은 빠르게 줄어 한때 1천 명 이하로 떨어졌다. 현재 K리그2 평균관중 6위, 총관중 4위다.
최근 팀 성적이 회복되자 관중 역시 오름세다. 가장 최근 홈 경기였던 14일 안산그리너스전은 1,728명이 입장했다. 이날 3-0 대승을 보여줬기 때문에, 27일 경남FC를 상대하는 홈 경기는 더 늘어날 거라는 기대가 크다.
"첫 홈 경기부터 큰 응원을 받아서 힘이 났지만 한편으로 죄송스럽기도 했어요. 잘해야 응원을 신나게 하실 텐데. 앞으로 경기장을 찾은 날은 웃으면서 보내실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저의 개인적인 목표도 팬들의 마음이 놓이는 선수입니다. 제가 경기장에 있을 때는 동료들이나 관중들 모두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골키퍼가 되고 싶어요."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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