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건부 "SNS, 청소년 정신건강에 특히 위험"…'틱톡규제론' 힘받나
미국 보건 당국은 소셜미디어(SNS)가 성인보다 어린이·청소년 등 미성년자의 정신건강에 더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지적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23일(현지시간) "이 보고서를 토대로, 그간 미국의 일부 주(州)에서 이뤄졌던 미성년자의 틱톡 등 SNS에 대한 사용 규제가 미국 전역으로 확대·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미국 공중보건정책을 총괄하는 비베크 머시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 겸 의무총감은 보건복지부(HHS)의 보고서를 인용해 "SNS가 미성년자의 정신 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칠 위험이 있다"면서 "SNS를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사용하는 청소년은 우울증 위험이 2배로 높아진다"고 전했다. 이는 SNS가 특히 미성년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이례적 경고'라는 평가가 나왔다.
보고서는 과도한 SNS 사용이 미성년자들의 감정·충동 조절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머시 단장은 "정체성·가치관이 형성되는 이 시기에는 사회적 압력이나 또래들의 의견, 또래와의 비교에 특히 영향받기 쉽다"면서, SNS가 이러한 비교의 '온상'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특히 SNS에서 유통되는 성(性)학대·폭력·마약·자살 등 극단적이고 부적절한 '유해 콘텐트'가 미국 청소년의 몸과 마음 건강을 해친다고 강조했다. SNS에서 끊임없이 타인의 신체와 비교해 자기 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될 경우, 미성년자들의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섭식장애·자해 등 문제 행동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머시 단장은 SNS의 유해 콘텐트에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호소하면서 관련 법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1960년대 흡연, 1980년대 에이즈, 2000년대 초 비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했듯, 현재는 미성년자의 과도한 SNS 사용을 '긴급한 공중 보건 위기'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문제는 미국 미성년자의 절대 다수가 SNS를 이용 중이란 점이다. 퓨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13~17세 미국 미성년자 중 95%가 적어도 하나 이상의 SNS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3분의 1 이상은 '거의 지속해서 SNS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SNS 사용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대다수 SNS 운영업체가 이용 최저 연령을 13세로 설정했음에도 실제로는 미국 8~12세 어린이의 40%가 SNS에 노출됐다.
외신들은 이번 보고서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학내 정신건강 지원 조치와도 맞물려 있다고 전했다. 앞서 미 질병관리통제센터(CDC)가 지난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미국 여고생의 30%는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 3월 미국 교육부는 2억 달러(약 2633억원)에 달하는 학교 내 정신건강 지원 예산을 교부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미국에서 SNS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강화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 몬태나 주에서는 짧은 동영상 앱인 틱톡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미국 50개 주 중에서 처음으로 통과된 바 있다. 몬태나 주는 틱톡이 위험한 행위 조장 콘텐트를 미성년자에게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유타 주에서는 만 18세 이하 미성년자의 경우, 부모 동의가 있어야만 틱톡·인스타그램·페이스북 가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돼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머시 단장은 NYT에 "부모가 자녀와 함께 하는 식사 시간, 대면 모임 등을 통해 자녀와 유대감을 형성하고 SNS를 멀리하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전했다.
서유진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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