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사진' 가장 날 것의 스냅샷…20세기 사진 거장 윌리엄 클라인展
1950년대 사진집 '뉴욕'으로 세계적 작가 반열에…그림·패션·영화 다방면 활동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1826년 사진이 세상에 나오자 회화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00여년 후, 텔레비전이 세상에 나오자 이번에는 사진이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사진의 '새로운 길', 그 선두에 있던 윌리엄 클라인(William Klein, 1926-2022)이 한국에 왔다.
뮤지엄한미는 2023년 해외작가 기획전으로 20세기 시각예술의 새 흐름을 선도한 클라인의 첫 유고전 'DEAR FOLKS'를 24일부터 오는 9월17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 본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96세의 나이로 타계한 클라인의 첫 대형 회고전이란 점에서 많은 미술인과 사진인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클라인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어렵다.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영화를 제작하며 평생 거의 모든 영상 매체를 다뤘다. 그러나 그의 수많은 작품 활동을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가 있다. 바로 '역설'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객원 큐레이터 라파엘 스토팽은 지난 23일 뮤지엄한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클라인은 한 마디로 '역설', 패러독스의 사람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며 "그의 모든 작업에서 우리는 기존의 규범을 탈피한 클라인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총 8개의 파트로 구성됐다.
클라인 경력의 시작점인 1950년대 초기 회화부터 회화와 사진, 그래픽 디자인의 영역을 교차시킨 '포토그램'을 선보이는 △황홀한 추상과 야외에서 카메라로 촬영한 첫 사진작업인 △흑백의 몬드리안, 현대사진의 도화선이 된 '뉴욕'과 도시 거리사진 및 그 사진집 섹션인 △도시의 사진집, 1960년대 문자와 추상을 결합한 △레트리즘 회화, 1955년 패션지 '보그'와 협업으로 시작한 △패션, 다큐멘터리 영화와 장편 극영화를 살펴볼 수 있는 △영화, 클라인의 작업이 집대성한 △페인티드 콘택트까지 그의 전 생애에 걸친 작업 전반이 소개된다.
클라인의 고향은 미국 뉴욕이나 그는 대부분의 생애를 프랑스 파리에서 보냈다. 뉴욕시립대에서 사회과학을 전공했으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파병되었던 프랑스 파리에 남아 그림공부를 했다. 이때 입체주의 회화의 거장 페르낭 레제에게서 그림을 배웠다. 실제 그가 남긴 그림에서 레제의 화풍이 엿보인다.
그가 세계적인 예술가로 세상에 등장한 건 1956년 프랑스에서 발간된 사진집 '뉴욕'(Life is Good & Good for You in New York: Trance Witness Revels)을 통해서다.
클라인은 군중과 거리를 두지 않고 그 속으로 들어가 거리 속 사람들을 찍었다. 당시 현대 대도시에서의 익명성보다 개개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싶어 했고 이를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그는 이 사진집으로 '나다르 사진상'을 받는다.
이번 전시의 한 부분인 △뉴욕에서 클라인의 다양한 뉴욕 사진들을 볼 수 있는데, 하나같이 거칠고 직설적이면서 대담하다. 이 가운데 한 사내아이가 거친 표정으로 총구를 카메라에 들이대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은 클라인의 사진 미학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뉴욕 사진으로 거장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던 배경은 '새로움'이다. 스토팽은 "클라인은 꼭 사진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그 당시 '사진이란 이래야 한다'는 관념,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작업을 했다"며 "오히려 그 관행이나 관념에 역행하는 작업을 했는데, 특히 뉴욕 작업에서 완전히 새로운 시도들을 선보인다"고 말했다.
뉴욕 사진집의 성공으로 클라인은 이탈리아 로마와 러시아 모스크바, 일본 도쿄에서 작업하고 이를 사진집으로 출간했다.
클라인을 대표하는 또다른 한 축은 패션 사진이다. 클라인은 1955년부터 1965년까지 10년간 세계적인 패션지 '보그'와 일했다. 보그의 아트 디렉터인 알렉산더 리버만은 클라인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한 인물이다.
스튜디오에서 시작한 클라인의 패션 사진은 거리로 확장하고, 거울을 통해 여성의 신체를 분열시켜 늘리거나 모델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지워 그 정체성을 없애는 등 패션 이미지 자체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는 시도를 한다.
클라인은 픽션과 다큐멘터리, 단편과 중편, 장편으로 구성된 약 21편의 영화를 제작해, 20세기 최고의 영화감독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는 영화를 통해 때론 미국 흑인 인권을 위해 애쓴 무하마드 알리에게 경의를 표하고 때론 프랑스 68혁명에 앞서 미국의 헤게모니를 비판하는 등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며 보다 직접적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세상에 던진다.
송영숙 뮤지엄한미 관장은 "클라인은 사진사적으로 획기적인 이정표를 세운 한편, 매체의 정형적인 범주를 유쾌하게 비틀고 타 장르를 자유분방하게 넘나든 혁신가였다"며 "가장 사진적이면서도 사진의 틀을 넘어 매체에 대한 치열한 탐색과 자유로운 정신이 융합한 그의 진면모를 마주하고 이해하는 기회가 이번 전시"라고 말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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