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동 NH투자증권 센터장 “친환경 테마에 주목…글로벌 정책 수혜 기대” [리서치센터장에게 듣는다] (12)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3. 5. 23.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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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녀에게 주식을 추천한다면 친환경 테마를 사라고 할 것.”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만난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녀에게 추천할 주식으로 ‘친환경 테마’를 자신 있게 꼽았다. 글로벌 환경이 우호적이고 전 세계 정부의 방향성과 일치한다는 이유에서다. 길게 보고 투자하면 반드시 주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 업종이라고 내다봤다.

1972년생/ 서강대 경제학 학석사/ 1999년 세종증권 투자전략팀/ 2002년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 2013년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 2015년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2020년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현)
최근 열풍이 불었던 2차전지 역시 친환경 테마로 분류했다. 올해 국내 주식 시장에는 에코프로 광풍이 불고 지나갔다. 10만3000원으로 올해 주식 거래를 시작한 에코프로는 지난 4월 11일 한때 82만원까지 치솟았다. 4개월 만에 무려 주가가 696% 폭등했다.

2차전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수익률이 수직 상승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차전지테마’는 올해 1분기 69.8%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레버리지와 인버스를 제외한 상장 ETF 중 1위에 올랐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차전지산업’ 53.4%, KB자산운용의 ‘KBSTAR 2차전지액티브’ 48.5%로 역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배터리뿐 아니라 2차전지 밸류체인(가치사슬)을 폭넓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차가 상용화되려면 배터리는 물론, 충전기 등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오 센터장은 “배터리, 풍력, 태양광 등 큰 틀에서 모두 친환경 정책의 수혜를 볼 수 있는 업종”이라며 “코넥스 상장사기는 하지만 전기차 급속 충전기 전문 업체인 SK시그넷도 이런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안전한 종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美·中 사이 선택 불가피

화장품·면세 빅사이클 지났다

오 센터장은 현재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본다. 현재 미국이 경제 블록화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이라는 판단에서다. 우리나라는 미국 편에 들어가는 과정이고, 선택을 하지 않을 경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도라고 분석했다. 오 센터장은 “그동안 우리나라는 중립 외교를 펼치며 실리를 추구했지만 미국과 중국의 경제가 명확히 구분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선택을 피할 수 없는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앞으로 과거와는 다른 환경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과거 20년 동안 ‘테러와의 전쟁’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중국에 대한 견제를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보조금을 지급하고 자국에 공장을 짓게 하는 목적도 중국의 가격 경쟁력을 따라잡기 위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미국을 선택한다면 그에 따른 손해도 불가피하다.

특히 지난 10년간 중국 프리미엄을 누렸던 화장품이나 여행, 면세 등 업종의 매력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외 유럽이나 동남아 등 다른 매출처를 찾아야 하지만, 빠른 시일 내 진행되기 어려운 만큼 과도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오 센터장은 “그동안 중국의 수혜를 받았던 화장품, 면세, 여행 업종을 장기적으로 보유하면 한동안 힘들어질 수 있다”며 “이제는 멕시코 등 미국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지역으로 시선을 옮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사이클을 보고 순수하게 투자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때로는 국제 정세나 글로벌 패턴에 의해 사이클이 만들어질 때도 있다”며 “지금이 그런 국면이라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는 미국이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모양새지만, 2025년부터는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2025년이 되면 중국이 코로나19에서 완전히 벗어나 미국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반대로 말하면 내년까지는 중국이 코로나19 영향을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이 소극적으로 대응할 내년까지는 국내 업체들이 미국의 보호무역 수혜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미국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2차전지 업종은 내년까지 성장성을 반영해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이유로 오 센터장은 내년 코스피지수가 일시적으로 3000포인트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특히 내년은 미국 대선이 있기 때문에 경기가 안 좋을 경우 시장에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실제 기업가치보다 시장에서 주가가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반대로 2025년 중국이 본격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국내 주식 시장에는 호재보다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놨다. 오 센터장은 “2025년 국내 주식 시장은 위험한 국면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내년까지 미국의 수혜를 받아 국내 업체들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지만 중국의 본격적인 대응이 시작되면 호재보다는 악재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반기 네카오·바이오 관심 가져야

2차전지 여전히 성장성 높아

오 센터장은 올해 국내 주식 시장 변동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우리나라는 펀더멘털(기초체력) 회복이 느린 특성 때문에 지수가 급등할 가능성이 적고 당분간 크게 떨어질 근거도 없다는 전망이다.

한마디로 투자자 입장에서 흥미로운 시장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올해 순환매가 활발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분석했다. 오 센터장은 “시장이 크게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일부 섹터가 빠르게 돌아가면서 자금을 돌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국내 주식 시장은 순환매가 빠르게 진행됐다. 인공지능(AI), 로봇, 반도체, 2차전지 등 다양한 업종이 돌아가며 급등했다. 오 센터장은 하반기 시장을 이끌 업종으로 반도체와 인터넷을 꼽는다. 연말로 갈수록 대형 바이오 업체가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오 센터장은 “순환매가 빠른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종목을 하나씩 따라가면 오히려 투자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차라리 내년에 좋을 만한 업종을 미리 사놓는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런 관점에서 내년 업황 반등이 예상되는 반도체와 올해 부진했던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 업종의 하반기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며 “연말로 갈수록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형사 위주로 그동안 부진했던 바이오 업종도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가파른 주가 상승으로 과열 조짐을 보인 2차전지 업종도 더 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여전히 성장성이 높은 업종이라는 이유에서다. 오 센터장은 “장기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지만 기업가치를 단기적으로 판단하는 투자자가 많다”며 “2차전지 등 친환경 업종은 향후 글로벌 정책 수혜가 기대되는 만큼 성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 센터장은 개인 투자자는 ‘시간’ 활용을 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탁자에게 정기적으로 평가를 받는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단기적인 성과를 거둬야 한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는 시간적 여유를 갖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 센터장은 “개인 투자자는 1년 이내의 단기 투자 성과를 바라면서 투자하기보다는 노후 자금 축적을 위한 목적으로 적립식 투자를 하거나 ETF 등의 패시브 투자 전략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성장성이 높거나 산업을 대표하는 종목을 선택해 장기간 버티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0호 (2023.05.24~2023.05.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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