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에 유독 못 오르는 韓 증시…내수 살리겠다던 ‘소주성’은 뭐 했나 [임상균 칼럼]
당연히 글로벌 증시도 화색이 완연하다. 프랑스, 이탈리아 증시가 4월에 직전 최고치를 넘어섰고, 영국은 2월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의 다우지수 역시 5월 18일(이하 현지 기준) 종전 최고치의 92.6%까지 회복됐다. 상하이와 대만 증시도 최고치의 89%와 87%까지 올라왔다. 인도 센섹스지수는 2022년 12월 기록한 고점의 97%에 다가섰다.
회생 가능성이 없다던 일본은 더 드라마틱하다. 닛케이225지수는 종전 최고치 3만670을 곧 넘어설 기세다. 전체 종목을 묶은 TOPIX지수는 1987년 5월 이후 최고치다. 버블 경제 붕괴를 완전히 극복했다.
한심한 곳이 한국 증시다. 5월 18일 코스피 종가는 2515.4로 2021년 7월 기록한 역사상 최고점의 76.1%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증시 전체적으로 코로나와 금융 긴축 질곡을 거의 벗어났지만 한국만 아직 먼 느낌이다. 수출 부진, 중국 리오프닝 효과 지연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우리 못지않은 제조업 강국이자 수출 시장 경쟁 상대인 독일, 일본, 대만 등과 비교하면 이것만으로 설명이 부족하다.
일본 경제는 1분기 0.4%의 ‘깜짝 성장’을 했다. 예상치 두 배다. 연율로 따지면 1.6%로 우리나라 올해 예상 성장률 1.4~1.5%를 뛰어넘는다. 일본도 수출은 부진했다. 하지만 든든한 내수 경제가 있었다. 일본 GDP에서 민간 소비와 민간 투자를 합친 내수 비중이 74%에 달한다. 1분기 일본 민간 소비는 0.6% 증가하며 4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민간 설비 투자는 0.9% 늘었다. 1분기 성장률에 대한 내수 기여도는 0.7%포인트에 달해 대외 수요가 0.3%포인트 감소한 것을 충분히 만회했다.
하지만 한국은 GDP의 내수 비중이 55%에 그친다. 올 1분기 민간 소비가 0.5% 증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수출에 의존하는 절뚝발이 경제 구조가 유독 한국 경제와 증시의 부진 원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문재인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이 대표적이다. 민간 소득을 올려 소비를 늘리고, 이를 통해 경제 성장을 이룬다는 목표였다. 방향은 맞았지만 민간 소득을 늘리는 방법이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중소기업 임금 상승, 공공 부문 일자리 늘리기 등이었다. 기업에 세금을 더 걷고, 각종 규제로 손발을 묶어놓고는, 강제로 임금과 고용을 늘리라고 윽박질렀다. 지속성이 있을 리 만무했다. 기업 경쟁력만 더 갉아먹은 게 아닌지 걱정이다.
일본의 경제 회생 정책인 아베노믹스도 방향은 비슷했다. 임금 상승 → 소득 증가 → 소비 증가 → 물가 상승 → 기업 이윤 증가 → 고용과 임금 상승의 선순환을 노렸다. 출발점은 엔화 약세를 유도하는 공격적인 양적 완화과 법인세 인하였다. 기업이 수출 시장에서 맘껏 활개 치며 돈을 벌어와 임금을 높이라는 주문이었고, 그 효과가 이제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소주성 정책은 경제적 효과보다는 정치적·이념적 목적이라는 비난을 많이 받았다. 그 결과 내수 육성 실패에 끝난 게 아니라 우리 수출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한 것은 아닌지 따져볼 일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0호 (2023.05.24~2023.05.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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