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 제한 풀리자 봄바람 ‘솔솔’…분양권 거래 증가했지만 아직은 ‘미풍’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서울 지하철 1호선과 수인분당선, 경의중앙선과 경춘선 환승역인 청량리역 5번 출구로 나오면 높은 건물 여러 동이 한눈에 들어온다. 올해 7월 입주를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롯데캐슬SKY-L65’다. 아파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무려 65층 건물로 청량리 일대 스카이라인을 바꿀 것으로 기대되는 단지다. 총 4개동, 1425가구로 구성된 이곳은 2019년 분양 당시 ‘강북 최대어’로 불릴 만큼 주목받았다. 분양 당시 1195가구 모집에 1만7229명이 청약해 평균 청약 경쟁률이 14.41 대 1을 기록했다.
3.3㎡당 평균 분양가는 2600만원으로 전용 84㎡ 기준 분양 가격은 8억5500만~10억8400만원대였다. 지난 2020년 7월에는 동일 면적 매물이 12억4195만원(19층)에 거래됐으며 2021년 11월에는 분양 가격 대비 약 3억원 이상 오른 13억5520만원(40층)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3월 거래를 끝으로 올해 3월까지 이 단지 분양권은 1년 이상 거래가 끊겼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함께 각종 규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분양권 전매 제한 규제 완화와 함께 롯데캐슬SKY-L65 분양권 거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캐슬SKY-L65는 4월 한 달 동안 총 11건이 거래됐다. 거래 가격은 전용 84㎡를 기준으로 대부분 10억원대 초반에서 11억원대 중반에 형성됐다.
다만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실거래가에 등록된 가격대로 나온 매물은 없으며 정상적인 거래가 아닐 것으로 판단한다. 현재 나온 분양권 매물은 대부분 14억~18억원 수준이며 실거래가에 등록된 10억~11억원 매물은커녕 12억~13억원대 매물 역시 찾기 어렵다. 전농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실거래가에 등록된 가격을 보고 찾는 매수인이 부쩍 늘었지만 현재 그 가격대에 나온 매물은 아예 없다”며 “대부분 가족 간 증여나 ‘이동식 중개업자(떴다방)’를 통한 분양 초기 거래 등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진행된 거래가 아닌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한다.
정부가 지난 4월 수도권 분양권 전매 제한 규제를 완화한 후 분양권 거래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실제 거래된 가격을 살펴보면 프리미엄(웃돈)이 거의 없는 거래가 상당수며 직거래도 많아 분양권 거래가 살아났다고 판단하기에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분양권 거래 늘었다는데
지난해 대비 2.5배 증가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 분양권 거래 규제가 풀린 지난 4월 7일부터 5월 7일까지 한 달 동안 수도권 분양권 거래는 총 949건(입주권 제외, 7일까지 신고건 기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391건)에 비해 142% 늘어난 수치다.
서울은 해당 기간 총 3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건)보다 8배 가까이 증가했다. 서울 분양권 거래는 올해 1월 2건, 2월 1건, 3월 2건에 불과했지만 4월부터 전매 제한 기간이 단축되면서 거래량이 급증했다.
다른 수도권 지역도 비슷한 분위기다. 같은 기간 경기와 인천 분양권 거래량은 각각 553건, 358건이었다. 4월 거래 신고 기한이 한 달가량 남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래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초 ‘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수도권 전매 제한을 최대 10년에서 3년으로 대폭 줄였다. 지난 4월 7일부터 공공택지와 규제지역은 분양 시점으로부터 3년, 과밀억제권역은 1년, 그 외 지역은 6개월로 완화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수도권 120개 단지 12만가구의 분양권 거래가 가능해졌다.
서울에서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단지는 지난해 초 분양한 중구 힐스테이트세운센트럴자이다. 1·2단지를 포함해 총 14건이 손바뀜했다. 동대문구에서는 청량리역 인근 분양권 거래가 많았다. 롯데캐슬SKY-L65가 총 11건, 청량리역한양수자인그라시엘은 4건 손바뀜했다. 강동구에서는 강동밀레니얼중흥S-클래스(3건), 힐스테이트천호역젠트리스(2건) 등이 거래됐다.
경기 지역에서는 안성시와 용인시 처인구가 각각 69건으로 많았다. 안성시는 공도읍에서 분양한 이트리니티공도센트럴파크, 쌍용더플래티넘프리미어가 분양권 거래 대부분을 차지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클러스터 호재가 있는 처인구에서는 힐스테이트몬테로이(16건), 힐스테이트용인고진역(7건) 등이 활발하게 거래됐다. 인천에선 서구(134건), 연수구(94건), 미추홀구(64건) 순으로 분양권 거래가 이뤄졌다.
분양권 거래는 늘었지만 웃돈은 거의 붙지 않은 거래가 대부분이다. 롯데캐슬SKY-L65는 물론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산성역자이푸르지오 전용 59㎡도 5억원대 후반에 거래되고 있다. 2020년 8월 최고 분양가(5억4700만원) 수준이다.
인천에서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거래도 상당수 나오고 있다. 검암역로열파크씨티푸르지오1단지 전용 59㎡는 대부분이 4억원대 초·중반에서 분양권이 손바뀜했다. 2021년 같은 면적 평균 분양가인 4억3125만원보다 낮은 가격에 이뤄진 거래도 많았다.
실거주 없는 분양권 거래는 처벌 대상
전매 제한 완화와 함께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분양권 거래가 늘어나고 있지만 앞으로도 분양권 거래가 활성화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세금 문제가 대두된다. 현재 청약 당첨일로부터 1년 이내에 분양권을 팔면 시세 차익의 77%, 2년 이내에 팔면 66%를 양도세(지방소득세 포함)로 내야 한다.
주택 시장이 여전히 침체돼 있다는 점도 생각해볼 부분이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가격이 급락한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급매물을 중심으로만 거래될 뿐 매도자와 매수자 간 적정 가격에 대한 괴리감은 크다.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굳이 분양권을 매수하는 것보다 급매물을 찾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분양권 거래가 활발한 곳은 대부분 프리미엄이 거의 없거나 적은 단지”라며 “아직은 인근 단지 급매물을 더 싼 가격에 매수할 수 있기 때문에 분양권 거래가 활발해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한다.
분양권 거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고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4월부터 전매 제한이 완화됐지만 사실상 반쪽짜리 규제 완화로 시장에서는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당초 정부는 분양권 전매 제한 완화와 함께 실거주 의무 폐지를 골자로 하는 주택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해당 법안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정부·여당은 실거주 의무로 아파트 청약 당첨을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늘 수 있고 이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주택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면 갭투자 수요가 증가해 깡통전세를 추가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주택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한 채 전매 제한 규제만 완화되다 보니 분양권 시장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전매 제한 기간이 줄었는데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지 않으면 분양권을 판 사람이 최대 징역 1년 혹은 1000만원의 벌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며 “실거주 의무가 폐지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분양받거나 분양권을 거래한 사람들의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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