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미래 빛낼 ‘될 성 부른 신예’ 만나고 싶다면

손영옥 2023. 5. 23. 22: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호미술관 ‘금호 영아티스트’전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모색’전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모색’전, 금호미술관 ‘금호 영아티스트’전 등 주요 미술관이 가동하는 신진 작가 공모 혹은 추천 프로그램은 될 성 부른 신예를 찾는 좋은 기회가 된다. 사진은 금호영아티스트 임노식 개인전. 금호미술관 제공


10년 후 미술계를 짊어질 청년 작가는 누굴까.

매년 미술대학에서 수많은 졸업생이 배출되지만, 그들 가운데 실제로 40, 50대가 되어서도 작품 활동을 하며 작가로 살아가는 이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미술애호가라면 될 성 부른 청년 작가에게 눈길을 주면 좋지만 그 감별법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럴 때 미술관의 제도적 권위에 기대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요 미술관들이 선발 시스템을 통해 좋은 작가를 선별하는 ‘거름망’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 삼청로 금호미술관은 35세 이하 청년 작가를 대상으로 공모전 ‘금호영아티스트’전을 시행한다. 제20회 금호영아티스트 공모프로그램 당선자는 지난해 7월 발표됐다. 당선자는 1차 내부 심사에 이어 2차 외부 심사를 거쳐 확정된다. 김원진 이희준 임노식 조재 정영호 현승의 등 당선자 6명은 올해 두 차례로 나눠 개인전 형식의 전시 기회가 주어진다. 지난 3∼4월 1부 전시에 이어 이달 5일부터 2부 전시를 통해 이희준 임노식 현승의 등 3명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이희준은 건축 시공 과정에서 사용하는 임시 구조물인 ‘비계’ 개념을 접목한 회화와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특히 그의 회화는 계단 등 건축 현장의 주변부를 찍은 사진 위에 아크릴 물감을 시멘트로 쓱 바르듯 칠해 공사장 느낌을 준다.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넘는 작품이 인상적이다.

임노식은 ‘깊은 선’이라는 제목의 개인전을 꾸렸다. 고려청자 상감기법을 끌어와 가족, 나무, 돌 등의 추억 속 이미지를 캔버스나 나무판에 검은 선으로 새긴다.

금호영아티스트 현승의 개인전. 금호미술관 제공


현승의의 개인전 ‘평범한 ■씨의 휴가’는 가상의 인물 아무개 씨의 제주 휴가를 상징적인 이미지들로 구성했다. 아무개씨가 찍은 장소는 4·3항쟁 등 역사적 상처가 있는 곳이거나 난개발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 현장이다. 작가는 흔한 제주 관광지를 장지 위에 먹과 함께 목탄, 파스텔 등 차곡차곡 쌓듯이 그려서 ‘검정색 회화’로 표현한다. 그러면서 인물들을 좀비처럼 흰색으로 처리하는데,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휴가 사진 속 장소, 사진 속 포즈라 뜨끔해진다. 2000∼4000원. 6월 1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이 시행하는 ‘젊은 모색’전은 1981년 청년작가 전으로 출발해 올해 42주년을 맞이한 국내 최장수 신진 작가 발굴 프로그램이다. 1989년 이불 최정화, 1990년 서도호, 2000년 문경원 같은 스타 작가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젊은 모색전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제공


올해는 40주년(2021년) 이후 첫 전시라 새로운 시도를 했다.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의 젊은 작가를 발굴하는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기존의 순수미술 중심에서 벗어나 건축과 디자인 분야로 장르를 크게 확장했다. 기존에는 내외부 심사를 거쳐 선정된 청년 작가들의 작품을 개인전처럼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시된 특정 주제를 작품화하도록 했다.

김경태, 김동신, 김현종, 뭎(손민선, 조형준), 박희찬, 백종관, 씨오엠(김세중, 한주원), 오혜진, 이다미, 정현, 조규엽, 추미림, 황동욱 등 13인(팀)의 신진 작가는 제시된 주제에 맞춰 ‘젊은 모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전을 만들었다. 원문에 주석을 다는 것처럼 미술관이라는 제도적 공간에 대한 해석을 하는 작품들이 나온 것이다.

젊은 모색전에 나온 'X의 설치·영상 작품.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과천관에서 열리는 전시라 성채처럼 위압적인 과천관의 공간적 특성이나 전시 행위 자체를 해석한 작품들이 나왔다. ‘공간에 대한 주석’에서는 가구 디자이너 씨오엠이 과천관 건물 형태를 가구처럼 재해석해 내놓는 등 미술관 공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건축적 형식을 작품으로 보여준다. ‘전시에 대한 주석’에서는 미술관이 생산한 전시 도면, 책자 등 전시 부산물에 대한 기록을 토대로 한 작업들이 나왔다. 예컨대 그래픽 디자이너인 김동신은 전시 도면을 인간처럼 시각화한 종이 입체 작품을 내놓았다. 건축가 그룹인 뭎은 중앙 홀을 신전처럼 꾸며 제의적인 공간으로 만들었는데, 상승하는 형식의 구조물을 천천히 걸어 올라가면서 미술관이 갖는 아우라를 곱씹어보는 재미가 있다.

선정된 작가 13명은 회화, 조각, 영상 등 순수미술 작가보다는 건축, 그래픽 디자인, 가구디자인, 공간 디자인 분야가 대부분이다. 순수미술 작품만 보아 오다가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만든 입체적인 작품 세계는 다소 낯설다. 공간을 입체적으로 장악하는 능력,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 화음을 만들어내는 능력 덕분에 칸막이를 치지 않았는데도 전시 디스플레이가 밀도 있다. 무료. 9월 10일까지.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