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만 콕 찍어 타격… ‘항체약물접합체’ 항암치료 새 장

조정한 2023. 5. 2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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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에만 강력한 살상 능력 발휘
연평균 22% 성장… 19조원 시장 전망
세계 바이오 기업들 개발 경쟁 치열


바이오 업계가 최근 ‘항체약물접합체(ADC·Antibody-Drug Conjugate)’ 치료제 분야 사업화에 힘을 쏟고 있다. ADC는 강력한 살상 능력으로 암세포에만 작용하는 치료 기술로 글로벌 항암제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암 발병률이 증가하는 가운데 ADC 연구·개발도 활발해지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존 암 치료 화학요법은 암세포가 표적이지만 정상세포와 암세포를 구분하지 않고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를 죽여 전신독성, 세포독성 등 부작용을 피하기 어려웠다. 치료용 단일클론 항체(하나의 세포 또는 항원에만 반응)도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줄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런 점을 보완한 차세대 항암 치료 기술이 ADC다. 특정 항원에만 반응하는 항체에 치료 효과가 뛰어난 화학 약물을 결합해 약물이 항원에만 정확히 작용하도록 했다. 항체에 링커로 연결된 화학 약물이 표적 항원인 암세포를 만나는 순간 링커가 끊어지면서 약물을 전달, 세포를 즉시 사멸시키는 것이다. 마치 암세포라는 자물쇠에만 반응하는 맞춤 열쇠가 작용하는 방식이어서 정상세포에 미치는 부작용을 줄여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ADC 시장은 전 세계 암 발병률이 증가하면서 덩달아 커지고 있다. 영국 암 연구소에 따르면 2040년까지 매년 2750만 건의 새로운 암 사례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ADC 시장은 지난 2022년 약 59억 달러(약 8조원) 규모에서 연평균 22% 성장해 2026년 약 130억 달러(19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효과적인 ADC에 대한 연구개발 증가, 새로 개발된 다양한 ADC에 대한 규제승인 증가, 새로운 표적치료제 개발 등이 잇따르면서 성장을 이끌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유방암·난소암·위암 등 다양한 암을 목표로 한 ADC 치료제가 개발 중이다.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Pfizer)는 지난 3월 ADC 분야 선두 기업인 씨젠(Seagen)을 430억달러(약 56조원)에 인수했다. 엘버트 불라 화이자 회장은 “씨젠이 보유한 ADC 기술과 화이자의 능력·전문성을 결합해 차세대 암 치료제 혁신을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2000년에는 화이자의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마일로탁(Mylotarg, 성분명 겜투주맙)’이 미국 FDA(식품의약국)에서 첫 승인을 받았다. 이 치료제는 불안정한 링커로 중증 간독성을 유발해 2010년 시장에서 퇴출당했다가 2017년 재설계를 거쳐 다시 출시됐다. 이 외에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의 ADC 유방암 치료제 ‘캐싸일라(Kadcyla)’ 등이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ADC 치료제 분야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4월 ADC 기술 개발업체인 ‘피노바이오’에 지분을 투자했다. 피노바이오가 개발한 ADC 파이프라인의 항체를 확보하는 한편 치료제의 생산 우선 공급자 요건을 확보하면서 향후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으로 확장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삼성물산과 함께 조성한 ‘삼성 라이프 펀드’를 통해 차세대 ADC 기술을 갖춘 스위스 바이오 기업 아라리스 바이오텍에 투자했다. 이 회사는 항체와 약물을 연결하는 핵심 기술을 가지고 있다. 셀트리온은 미래에셋그룹과 함께 영국 ADC 개발사 익수다 세라퓨틱스에 총 4700만 달러(약 530억원)를 투자해 47.05%의 지분을 확보했다.

제약사들도 ADC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종근당은 네덜란드 ADC 개발 전문 바이오기업 시나픽스와 ADC 플랫폼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 기술을 활용해 항암제를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한미약품은 북경한미약품 및 레고캠바이오사이언스와 북경한미가 개발한 이중항체 플랫폼 ‘펜텀바디’를 적용한 ADC 치료제를 공동 연구·개발하고 있다.

임상시험도 활발하다.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8개의 ADC가 미 FDA의 승인을 받았다. 2022년에는 57개의 ADC가 임상 1상 시험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대비 90%가 증가한 수치다. 또한 ADC를 평가하기 위한 임상시험도 같은 기간 35% 증가한 249개가 새롭게 시작됐다.

정부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가신약개발단은 지난 4월 ‘ADCaptain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ADC를 국가대표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2030년 말까지 미 FDA와 유럽약품청(EMA)에서 4건의 신약을 승인받고 그중 1개는 1억 달러 이상 매출을 내는 블록버스터 신약을 탄생시키는 게 목표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ADC의 항체, 링커 등은 모두 성공적인 ADC 개발을 위해 중요한 요소다. 한 기업에서 모두 다 해결할 수 없어 학계, 연구계 및 다른 기업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협력모델을 기반으로 국가에 연구개발 과제를 제안하고 공동 연구를 수행한다면 기술 완성도를 높이면서 다양한 ADC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한 기자 j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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