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증권사 엉터리 ‘장부가 평가’… 당국, “원칙대로 하라” 뒷북

임송수,김진욱 2023. 5. 2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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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증권업계 랩어카운트·신탁 상품을 판 증권사들이 수천억원에 이르는 고객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환매(중도해지·반환) 중단 사태가 벌어졌던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금융당국의 관리 부실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열린 단기자금시장점검회의에서 금융투자협회(금투협)는 당국에 "랩어카운트·신탁 계정에 있는 채권 모두를 원칙적으로 장부가(매입가)로 평가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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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지난해 증권업계 랩어카운트·신탁 상품을 판 증권사들이 수천억원에 이르는 고객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환매(중도해지·반환) 중단 사태가 벌어졌던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금융당국의 관리 부실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는 채권을 시가가 아닌 장부가로 평가하는 꼼수를 쓰며 피해를 키웠는데 금융당국이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열린 단기자금시장점검회의에서 금융투자협회(금투협)는 당국에 “랩어카운트·신탁 계정에 있는 채권 모두를 원칙적으로 장부가(매입가)로 평가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기준금리가 급등한 데 이어 레고랜드 사태까지 겹치면서 채권가격이 폭락, 랩어카운트·신탁 수익률이 곤두박질치자 묘안을 짜낸 것이다. 채권을 ‘매입 당시 가격’인 장부가로 평가하면 랩어카운트·신탁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아닌 제로(0)인 것처럼 속일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랩어카운트·신탁 계정 채권은 시가 평가가 원칙”이라며 금투협 요구를 일축했다. 금융당국은 이 과정에서 랩어카운트·채권 신탁 계정 채권 평가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업계가 랩어카운트·신탁 계정 채권가격을 평가하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온갖 편법 거래를 한 뒤였다. 펀드 자산은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는 규정은 2000년 생겼지만 랩어카운트·신탁 계정 채권의 가치 평가와 관련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태다. 유형에 따라 장부가 평가가 가능하다는 전언이다.

당시 KB·하나증권을 비롯한 수많은 증권사가 랩어카운트·신탁 계정 채권을 폭락한 시가 대신 장부가로 평가해 다른 증권사에 떠넘겼다. 예를 들어 KB증권이 30%가량 하락한 랩어카운트·신탁 계정 채권을 하나증권에 장부가(100%)로 넘긴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KB증권은 자사 랩어카운트·신탁을 산 고객에게 원금을 전액 돌려주기 위해 이런 행각을 벌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원칙’을 강조하며 단속에 나선 뒤에야 증권업계는 랩어카운트·신탁 계정 채권가격을 장부가에서 시가로 바로잡았다. 900억원에 이르는 MMT와 채권형 신탁 평가손실을 장부가로 평가해 숨겨오던 KB증권도 연말이 돼서야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KB증권 관계자는 “랩어카운트·신탁 계정 채권은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는 회계법인 자문을 받아 회계상 손실을 인식한 것”이라고 말했다.

랩어카운트·신탁 계정 채권 평가 규정을 모호하게 둔 금융당국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KB증권은 파킹 거래를 통해 고객 원금을 보전해줬지만 다른 고객에게 손실을 떠넘긴 증권사도 있다”면서 “랩어카운트·신탁이 대부분 법인 고객 대상 상품이라 ‘뒷말’이 크게 나오지 않았을 뿐 당시에는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수백~수천억원의 피해를 본 기업이 나오는 등 문제가 심각했다”고 말했다.

임송수 김진욱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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