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화의 직필] 김태리씨, 재능기부가 열정페이의 다른 말이란 걸 몰랐나요?

전형화 2023. 5. 23.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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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 사진=MMM엔터테인먼트

배우 김태리가 공정을 추구하는 MZ세대의 역린을 건드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김태리는 지난 22일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유튜브 영상에 외국어 자막을 달아줄 사람을 찾는다는 장문의 공지글을 올렸다. 김태리는 그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행 브이로그 ‘거기가 어딘가’를 올려왔다. 

김태리는 “유튜브 댓글을 보니 정말 많은 나라의 팬분들이 계시더라. 모두에게 자국의 언어 자막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이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태리의 자막 스피드가 너무 가슴 답답하여 '내가 하면 금방인데?' 생각하며 직접 번역에 뛰어들고 싶으신 각국의 숨은 실력자분들이 혹시 계시지 않을까?”라고 적었다. 

이어 “그래서 이름하야 '이 번역이 거긴가?' 이 프로젝트는 재능기부로 이뤄진다. 관심 있으신 분들이 양식을 채워주면 우리 팀이 다시 컨텍드리겠다”고 덧붙였다. 김태리는 “자막이 완성 된다면 원하시는 분에 한해 메일 혹은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자막 말미에 넣어드린다. 거기가 여긴가 브이로그에 자국의 자막을 넣고 싶으신 분들 많이많이 연락달라”며 글을 맺었다. 이후 지원양식에 ‘어떤 언어를 번역하고 싶은가’ ‘그 언어에 어느 정도 유창한가’ ‘한국어와 영어는 어느 정도 유창한가’ ‘얼마나 많은 에피소드를 맡을 수 있나. 각 에피소드는 약 30~40분 정도이며 번역하는데 4~6시간이 소요된다’ 등 구체적인 질문을 담았다.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이 아니라 실제로 공짜로 자신의 브이로그를 번역해 줄 사람을 찾았던 것이다. 

하지만 김태리의 천진한 요청과는 달리 이 글을 접한 누리꾼들 사이에선 팬들의 사랑을 공짜로 여겨 노동력을 무상으로 착취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남들의 재능과 노력을 착취하려는 행태를 열정페이라고 부를 만큼, 사회적인 시선이 곱지 않은 데다 특히 MZ세대는 공정에 민감한 터. 재능기부가 열정페이의 다른 말로 쓰이고, 그걸 경계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태리의 천진한 요청은 MZ세대의 분노를 촉발시킨 것이다.

더욱이 앞서 다비치의 강민경이 저임금으로 영상 작업을 할 인력을 뽑으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기에 김태리의 이 같은 처신에 더욱 비난이 쇄도했다.

무엇이 잘못인지 바로 깨닫고 대처를 했다면 그나마 괜찮았을 법 했지만, 이후 김태리 측 처신은 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김태리는 인스타그램에 비난글이 쏟아지자 해당 글을 삭제한 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비난 여론이 진정되지 않자 김태리 소속사 MMM매니지먼트는 공식 SNS 계정을 통해 “모든 시리즈 영상물에서는 광고를 포함한 그 어떠한 부분에서도 수익이 창출되지 않고 있다”며 “저희의 부족함으로 다수의 분들에게 불편함을 드리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는 글을 올렸다. 

소속사는 “다양한 언어 자막 번역에 대한 도움을 요청드린 것 역시 더 많은 해외 팬분들이 영상을 즐겨주셨으면 하는 마음만으로 시작한 일”이라며 “모든 과정에서 누군가의 마음이 옳지 않게 쓰이는 것을 바란 적이 없고, 지극히 당연하게 지급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정당하게 지급 되었음을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소속사가 사과의 글을 올렸지만 여전히 누리꾼 반응은 차갑다. “사고는 배우가 치고 사과는 소속사가 한다” “수익창출을 하지 않는다고 용역을 착취해도 되는 건 아니다” “김태리도 재능기부로 출연하라”라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에 대해 소속사 관계자는 “김태리는 그간 해당 영상물 영어 자막을 직접 작업해서 달아왔다”며 “자신의 뉘앙스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직접 작업을 하다보니 오래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기에 팬들이 번역을 하는 작업을 자신과 소통의 일환이라고 생각한 듯 하다”고 덧붙였다. 소속사 측은 현재 이번 일과 관련해 어떤 방식으로 대처할지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민경은 열정페이 논란이 일자 자신의 무지를 사과했으며, 이후 노무사와 어떤 식으로 인력을 채용 해야 할지 논의했다. 또한 관련 업계 고용 방식 등을 공부했으며, 이에 대해 영상을 통해 설명했다. 무엇이 잘못했는지 인지하고 사과하고 재발하지 않으려 노력한 것.

남의 사랑을 당연하게 생각해선 안된다. 그럼에도 받는 것에 익숙해지면 어느샌가 당연하게 여기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이런 마음을 경계해야 하는 건 김태리를 비롯한 연예인들 뿐만은 아닐터다. 그렇기에 무엇을 잘못했는지 인지하고 사과하고 재발하지 않으려 노력한다면 팬들도 이해할 테다. 

김태리는 영화 ‘아가씨’로 대중의 주목을 받은 이후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스물다섯 스물하나’ 등으로 승승장구해왔다. 남자팬들보다 열성 여성팬들이 더 많다는 평판에 여성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CF를 섭렵해왔다. 그런 김태리가 이번 일을 반성과 성장의 계기로 삼을지, 아니면 남탓으로 치부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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