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중독, 임신중 외도 남편... 아내는 2년 전에도 고발했다
[이준목 기자]
▲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 MBC |
남편은 도박과 외도, 아내는 술에 빠져서 각자 길을 잃었다. 그리고 아내는 이미 2년전부터 이런 상황을 방송을 통하여 고발한 전적이 있었다. 말 그대로 지옥이 되어버린 결혼 생활을 보내고 있는 부부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5월 22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서는 '참을 수 없는 OO의 유혹, 홀릭 부부' 편이 그려졌다. 이날의 의뢰인인 김태준-공채희 부부는 8살 연상연하 커플로 올해로 결혼 4년 차였다. 특이하게도 부부는 <결혼지옥> 최초의 재출연 신청 부부이기도 했다.
아내는 첫 결혼에 실패하고 혼자 10년 동안 아들을 키우다 지인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나 재혼했다. 아내는 연애 시절, 남편의 성실한 모습에 반하여 생활력있고 든든한 가장이 될 것 같아 결혼을 결심했다고.
그러나 아내는 "처음부터 모든 게 다 거짓이었다. 마치 사기 결혼을 당한 것 같다"고 남편을 향한 분노를 드러냈다. 남편은 "잘못된 습관 때문에 가족의 중요성을 잘 몰랐다"고 변명했지만, 아내는 "남편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다음 생에 태어나도 남편의 말은 못 믿을 것 같다"며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모습으로 궁금증을 자아냈다.
부부의 관찰 영상이 공개됐다. 부부는 이미 촬영 당시부터 별거중인 상태였다. 배달 대행업을 하는 남편은 사무실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아내는 남편을 쫓아내고 집 비밀번호까지 바꿔놓았다. 그런데 아내는 별거중임에도 위치추적을 통하여 남편의 행적을 휴대폰으로 일일이 확인하는가 하면, 남편이 일을 하고 있지 않을 때엔 바로 연락하여 일을 하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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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부부로서의 관계를 떠나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였다. 아내는 "열심히 일을 해 빚을 갚을 생각을 해야 하는데 일을 안 한다"고 밝히며 "제 앞으로 있는 빚이 3000만 원이다. 매일 10만 원씩 갚기로 했다"고 하며 차용증까지 공개하여 모두를 놀라게 했다. 아내는 남편 때문에 자신 명의로 3000만 원의 대출을 빌렸고 그 밖에 지인에게도 돈을 많이 빌린 상태였다.
남편이 빚을 지게 된 이유는 바로 '도박'이었다. 성실해보였던 남편은 알고보니 여러 가지 사행성 게임에 빠져 막대한 돈을 탕진하고 거액의 빚까지 진 상태였다. 이에 남편은 "결혼 전까지는 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초기에 "사행성게임에 100만 원을 투자하여 큰 돈을 번 뒤에 본격적으로 빠지게 됐다"고 털어놨다.
아내는 재혼하자마자 남편의 도박 빚에 시달렸다. 처음에는 남편의 채무를 대신 갚아주기도 했지만, 빚은 이후로도 점점 감당할 수 없이 불어났다. 아내는 임신중에도 빚에 쪼들려 식사를 굶기도 했다. 집에 압류딱지가 붙거나 심지어 빚을 갚으라며 아이의 학교까지 찾아온 채무자도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내는 꼭 필요한 육아와 생활용품도 마음대로 구입하지 못하는 현실에 답답함을 털어놨다.
하지만 남편은 방송 촬영중에도 여전히 사행성 게임의 유혹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이며 충격을 안겼다. 남편은 배달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안절부절하다가 결국 은행을 찾아 스포츠 베팅 사이트에 입금을 했다. 그런 남편의 모습을 화면으로 바라보는 아내의 수심은 더욱 깊어졌다.
또한 아내는 시어머니가 아들인 남편을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도박을 부추겼다는 사실도 털어놨다. 남편은 도박을 끊지 못 하는 이유로 "돈을 벌 자신이 있었다. 훈수 둔 대로 하면 돈을 벌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는 위험한 속내를 털어놨다. 아내가 굳이 방송에 사연을 신청한 또다른 이유는 바로 남편의 이름과 얼굴을 세상에 드러내 도박 중독자라는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돈을 빌려줘서도 안 되고, 갚을 능력도 없는 사람"임을 알리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심지어 남편은 도박에 깊이 중독되면서 수차례 거짓말까지 했다. 한번은 뺑소니 사고로 합의금이 필요하단 거짓말을 해서 아내에게 돈을 받아간 일도 있었다고. 급하게 대출을 알아보느라 스트레스를 받았던 아내는 임신 8주 만에 유산을 했던 아픔도 털어놔 모두를 안타깝게 했다. 아내는 돈을 빌린 한 지인과 통화하다가 다 갚았다고 생각했던 빚이 더 남아있었고, 그것도 고액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으며 또 한번 남편의 도박빚과 거짓말에 진저리쳤다.
남편의 만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남편은 아내가 둘째 아이를 낳았을 때 외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남편은 처음엔 발뺌을 하고 지인들에게까지 아내에게 거짓말을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내는 지인에게 받은 녹취로 증거를 잡았다.
아내는 "순간 링거를 다 빼고 당장 달려가고 싶었다. 도박 빚까지 갚아주고 심지어 자기 아이를 뱄는데 아빠 자격이 없구나 생각했다. 배신감이 불타올랐다"고 회상하며 분노를 감추지 못 했지만, 차마 아이를 생각해서 그럴 수 없었다. 남편은 잘못을 인정하며 "그때는 거의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뒤늦게 반성했다.
아내는 도박 빚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한 번의 유산을 겪은 후 둘째를 미숙아로 낳았다며 자책했다. 아직도 아내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남편의 외도증거에 대한 녹취를 듣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외도하다 걸린 녹취 파일을 전송할 만큼 여전히 당시의 배신감과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굳이 스스로를 괴롭게 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이유에 대해 아내에게 묻자 "남편을 미워하는 감정을 더 세게 만들려고"라는 놀라운 대답이 돌아왔다.
▲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 MBC |
고단한 현실에서 아내가 그나마 도피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술이었다. 남편이 도박중독이라면 아내는 알콜중독이 의심될 만큼, 아이를 키우면서도 매일같이 술을 만취할 정도로 마시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술상을 치우며 "지겹다"라며 중얼대면서도 아내는 "매일 밤 술을 마셔야 남편 생각이 그나마 안 난다"라고 말하며 술에 의지하지않고는 버티지 못할만큼 일상이 망가진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알고보니 아내에게는 유년 시절 아버지의 외도와 이로 인해 어머니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충격적인 가정사가 있었다. 그래서 아내는 더욱 '좋은 가정'에 대한 갈망과 집착이 강했던 것.
늦은 저녁 또다시 혼자 술을 마시던 아내는 갑자기 열이 올라 아픈 아기를 보고 당황했다. 안절부절 못하던 아내는 결국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함께 병원에 가기로 했다. 부부가 모처럼 화해를 할 수도 있는 기회였지만, 아이의 상태 때문에 한껏 예민해진 부부는 병원에 가기도 전에 날선 대화를 주고받았다. 급기야 아내는 욕설을 내뱉었고 화가 난 남편도 휴대전화를 내던지며 혼자 집을 뛰쳐나와 촬영을 거부했다. 아픈 아이와 집에 남겨진 아내는 그대로 오열했다. 아내는 결국 남편없이 혼자 아이를 데리고 새벽에 응급실로 향해야 했다.
두 사람은 이후 빚 상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하여 다시 마주앉았다. 아내는 "빚이 줄지를 않는다. 나랑 왜 결혼했냐. 나한테 저지른 만행들은 어떻게 할 거냐. 나는 지금 지옥에 살고 있다"고 눈물을 흘리며 "이번엔 믿어달라고 애원하지 않았냐"고 남편에 대한 원망을 드러냈다. 부부의 대화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고, 아내가 끝내 이혼을 요구하자 남편은 "알아서 해라. 이혼 서류도 다 써놨고. 할 얘기 없다"고 통보하며 다시 집 밖을 나섰다. 남편은 제작진에게 "아내와는 대화가 안 될 것 같다. 제 마음을 못 알아주는 것 같다"며 솔루션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상을 유심히 관찰한 오은영은 "남편은 현재 '확실한 도박 중독' 상태"라고 단언하며 "'중독'이란 말이 붙는 것들은 나이-직업-학력-재산과 무관하게 너무나 끊어내기 힘들다. 남편 같은 분은 쉽게 도박 중독이 될 수 있는 성향이란 것을 알고 계셔야 할 것 같다"라고 남편의 상태를 짚었다.
▲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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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오은영은 두 사람에게 모두 부부로서의 관계만이 아닌, '부모로서의 역할'을 자각할 것을 촉구했다. "큰아들은 1, 2년만 있으면 성인이고, 둘째는 눈 떠보면 술 마시고 있다. 아이들이 너무 가엾지 않나. 두 사람 다 말도 안 된다. 정신 차려야 한다. 부모다. 엄청나게 큰 문제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라고 직격을 날리며 부모의 삐뚤어진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에게 장차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일깨워줬다.
힐링 솔루션을 내리며 오은영은 "두 분에게 공통점이 있다. 두 분 다 절제가 안 된다. 아내는 술, 남편은 사행성 게임 중독으로 절제가 안 된다"라고 분석하며 각자 전문의에게 치료와 도움을 받길 권했다.
오은영은 아내의 심리에 대하여 "여태껏 겪어온 일 때문에 남편이 본인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 정도로 괴롭지만, 미워할 대상이라도 있어야 외롭지 않은 것"이라며 남편을 미워하면서도 한편으로 의지하게 되는 애증을 분석했다. 또한 우울 증상 중 하나인 불면증 때문에 중독되어 버린 음주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남편에게는 "아내에게는 사과가 아닌 '속죄'를 해야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과와 속죄는, 단어 자체의 무게감이 다르다. 아내의 마음을 열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끊임없이 긴 시간 동안 노력하시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그럼에도 남편의 도박과 외도, 아내의 술 문제가 반복되면 이혼하시라"고 조언하며 "노력하시길 마음으로 깊이 응원한다"라고 덧붙였다.
방송 후 홀릭부부의 사연에 안타까움과 분노를 드러내는 시청자들의 다양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아내가 2년 전인 2021년 6월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사연자로 출연하여 이미 같은 고민을 의뢰했던 내용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당시에도 MC였던 서장훈과 이수근은 조심스럽게 이혼을 권유했으나, 아내는 "곁에 있어도 죽을 것 같고 없어도 죽을 것 같다"며 남편에 대한 복잡한 애증을 드러낸 바 있다.
또한 홀릭부부는 <결혼지옥> 최초의 재신청 출연 부부였다. 아내는 1년 전에도 <결혼지옥> 방송에 사연을 의뢰하여 선정되었지만, 촬영을 앞두고 "한 번만 더 믿어 달라"는 남편의 사과에 출연을 반려하고 한 번 더 기회를 줬다고. 하지만 몇 달 만에 남편의 도박 중독이 재발하며 결국 다시 방송에 도움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시청자들은 2년여 동안 부부의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경제적-정신적으로 악화되면서 더욱 초췌해진 아내의 모습을 비교하며 안타까워했다. 한편으로 이전에 <결혼지옥>에 출연했던 몇몇 부부들처럼, 똑같은 출연자들이 비슷한 사연을 여러 상담 콘셉트 방송에 돌아가며 재탕하는 사례를 두고, 출연자의 진정성과 방송 솔루션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청자들은 후일담에서 과연 이 홀릭부부의 최종 결말은 어떻게 될지 궁금증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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