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잠'…이선균, 안주하지 않는 마음으로 [칸 리포트]
배우 이선균이 올해 '잠'과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두 작품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칸 국제영화제를 찾았다. 한 편도 진출하기 어려운 콧대 높은 칸 국제영화제에 '기생충' 이후 4년 만에 두 편의 공식 초청되는 영광이 이선균에게 주어졌다.
21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남부 칸 팔레 데 페스티발의 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이선균은 밝음 웃음으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잠' 시사를 마친 후라 작품이 어떻게 보일지 기대와 설렘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올해 비평가 주간에 초청된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 분)와 수진(정유미 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이선균에게 신인 감독이라는 타이틀은 중요하지 않았다. 대본이 재미있게 읽혔다. 다른 이유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저 좋은 대본이면 됐다. 여기에 봉준호 감독의 추천까지 있었다.
"대본을 밀도감 있게 봤어요. 잠이라는 게 일상적이고 편안한 공간이잖아요. 특별한 장치로 이 공간을 공포로 만든 게 좋았어요. 이전에 유재선 감독님의 단편을 봤는데 일상적인 이야기를 찍는데도, 장르적인 재미를 가지고 있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끌고 가겠다 싶었죠. 봉준호 감독님도 자기보다 더 뛰어난 친구라 기대하고 있는 신인 감독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신뢰감을 가지고 있었죠."
현수는 평소에는 아내 수진을 위해 아침밥을 차리고 퇴근 시간에 데리러 가는 다정한 남편이지만 잠이 드는 순간, 몽유병으로 아내 수진을 위협하는 인물이다. 이선균은 캐릭터 플레이보다는 현수와 수진의 관계가 서서히 뒤틀리면서 오는 갈등에 초점을 맞췄다.
"연극배우라는 설정이 꿈을 가지고 있는 청년인데 감독님의 모습이 많이 보였어요. 감독님이 예의 바르고 친절하신 분이거든요. 그런 부분이 닮았더라고요. 사실 어떻게 보면 현수가 수면 중 이상행동은 공포스러운데 현실에서는 답답할 만큼 착하잖아요. 그런 게 참 흥미로웠어요. 빌드업 고민은 많이 안 했어요. 캐릭터 빌드업보다 현수와 수진의 관계가 더 중요했거든요. '킬링 로맨스' 조나단은 캐릭터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작품이라면 둘의 관계와 함께 수진의 액션을 현수가 리액션 하느냐가 도움이 될까 연구했어요."
'잠'은 열린 결말을 맺는다. 개봉을 한다면 현수의 이상 현상 증세 이유와 결론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오고 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부부의 갈등이 절정에 이르는 마지막 장면이 중요했다. 정확한 정답을 제시보다는 모호한 행동으로 혼란을 야기해야 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유미 씨와 긴 호흡으로 해프닝이 벌어지고 입장이 충돌하잖아요. 거기서 느껴지는 재미와 마지막 논란이 될 것 같은 결말을 쌓기 위해 고민 많이 했어요. 저희끼리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결말을 정해 놓기 보다는 관객들에게 던져놓고 각자 해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 너무 과하면 결론이 보일 것 같아 모호하게 보이도록 신경 썼습니다"
이선균은 '첩첩산중', '옥희의 영화', '우리 선희'에 이어 '잠'에서 정유미와 신혼 부부로 만났다. 두 사람이 한 프레임에 담긴 것 만으로도 편안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저랑 가장 많이 작품을 찍은 배우가 유미 씨예요. 거의 작품에서 관계가 똑같아요. 제가 따라다니는 설정이죠. 하하. 작품 전에 관계를 만들어 갈 필요가 없어서 너무 좋아요. 서로 신뢰가 있어서 이번에도 의지하면서 해나갔죠. 10년 전부터 유미 씨와 좋은 기회가 있으면 또 만나자고 계속 이야기 했어요. '좋은 시나리오 있으면 서로 던지자' 이런 식 으로요. 하하."
칸 영화제에서 관객들은 영화들을 향해 웃음과 박수, 놀란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이선균은 '잠'을 처음 관람하게 된 터라 정신이 없었지만 관객들의 솔직한 리액션에도 귀를 기울였다.
"영화제 상영은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리액션을 해주면서 보시잖아요. 그런 점들이 즐거워요. 또 해외 관객과 한국 관객들의 웃음 포인트가 다른 것도 흥미롭고요."
칸에서 만난 해외 취재진들이 이선균에게 빼놓지 않는 질문이다. 바로 '기생충'의 의미다. '기생충'으로 인생이 크게 변하진 않았지만 내면의 동기부여로 자리하고 있다.
"훌륭한 작품이라 지금까지도 언급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책임감이 생겨요. 좋든 안 좋든 빨리 털어야 한다는 마음도 있어요. 안주하면 안 되니까요."
한편 '잠'은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공식 초청됐으며, 유재선 감독은 올해 황금 카메라상 수상 후보로도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서는 올해 가을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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