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로 못 찾는 CJ ENM···신사업 적자폭 확대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3. 5. 22.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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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의 주가 부진이 심상치 않다. 올 들어 주가 하락이 지속되는 가운데,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며 상승 동력마저 잃은 모양새다. 대내외 여건이 만만치 않은 탓에 본업 부진은 물론, 야심 차게 투자한 신사업도 손실이 계속되고 있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로 단행한 조직 개편의 뚜렷한 성과도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는 점이다. 단순 비용 절감과 조직 개편이 당장의 성과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단기적인 수익성 개선을 위해 인력 투자를 멈춘다면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잘나가는 사업부가 안 보인다

경기 침체 우려로 본업 실적 악화

CJ ENM의 1분기 실적은 전체적으로 좋지 않다.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한 9490억원, 영업손실은 503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주력 사업인 미디어플랫폼(TV·디지털·티빙) 부문과 영화·드라마 부문의 부진이 뼈아프다. 1분기 음악과 커머스 부분이 81억원, 17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동안 미디어플랫폼과 영화·드라마 부문은 각각 343억원, 40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미디어플랫폼 부문에서 티빙에 투자한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 CJ ENM은 티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콘텐츠 투자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KT 시즌과 합병하며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1위에 등극해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정작 신규 가입자 증가폭은 전분기 대비 4%로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광고 매출도 지지부진하다. 1분기 TV 광고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줄었으며, 티빙이 포함된 디지털 광고 매출은 34% 감소했다.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확대에 따른 제작비 부담과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한 광고 시장 위축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영화·드라마 부문은 사정이 다소 심각하다. 특히 지난해 약 94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미국 콘텐츠 제작사 피프스시즌(옛 엔데버콘텐트)이 콘텐츠 공급 부재로 1분기 4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CJ ENM은 해외 제작 기반을 다지겠다는 목표로 지난해 피프스시즌을 인수했지만, 올 1분기 납품한 콘텐츠는 다큐멘터리 ‘고잉 바시티 인 마리아치’ 단 1편에 불과하다.

여기에 투자·배급을 맡은 영화도 관객에게 외면받았다. CJ ENM은 1분기 영화 ‘유령’과 ‘카운트’를 극장에 선보였다. 그러나 흥행에 실패하며 모두 손익분기점의 절반 수준도 기록하지 못하고 극장에서 내려왔다.

음악 부문은 81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이익이 43% 줄었다.

그나마 커머스 부문이 선전했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커머스 부문 영업이익은 1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다. 고마진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한 게 주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빙·피프스시즌 손실 지속

증권사 목표가 줄줄이 ‘하향’

CJ ENM은 올 들어 주가 하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1분기 실적이 기대를 밑돌며 주가 상승 동력이 완전히 꺾인 모양새다. 한국거래소에서 CJ ENM은 올해 10만4700원으로 주식 거래를 시작했다. 연초 주식 시장에 훈풍이 불며 한때 주가가 11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2월부터 주가가 급격히 꺾였다. 2월 15일 주가가 10만원 선 밑으로 떨어지더니 5월 들어 주가는 7만원대에 형성된 상태다. CJ ENM의 52주 최저가가 7만1600원임을 감안할 때 자칫하면 신저가를 갈아치울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CJ ENM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5월 들어 증권가에서는 CJ ENM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보고서가 줄줄이 발간됐다.

대신증권(7만9000원), DB금융투자(8만6000원), 이베스트투자증권(8만8000원), 한화투자증권(9만원), 유진투자증권(9만원), 삼성증권(9만9000원), 메리츠증권(10만원), 현대차증권(10만원), 흥국증권(10만원), 하나증권(10만5000원), KB증권(11만원) 등이다. 그중 DB금융투자, 이베스트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은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했다. 국내 증권사에서 ‘중립’ 의견은 사실상 ‘매도’ 의견으로 해석된다.

미디어플랫폼과 영화·드라마 부문 이익 하향을 고려할 때 현 주가 대비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 증권사들이 전망하는 CJ ENM 이익 추정치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전망하는 CJ ENM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3월(651억원), 4월(424억원), 5월(149억원)로 매달 축소되는 중이다. 2개월 사이에 이익 추정치가 무려 77% 하향 조정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연내 업황 반등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둔다. 이익은 줄고 있지만, 야심 차게 투자한 티빙과 피프스시즌에 자금 투입이 계속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돈을 버는 매출처는 계속해서 줄어드는데 투자를 어쩔 수 없이 이어가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피프스시즌의 손익분기점은 회사도 통제를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 부채 규모를 고려하면 최근 형성된 기업가치가 그다지 낮다고 평가할 수 없다”며 “본업이 회복돼야 하지만 거시적인 경기 흐름을 보면 그마저도 쉽지 않고, 비용 절감을 위해 구조조정을 할수록 안 좋은 소문이 흘러 나가 회사도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CJ ENM이 투자·배급을 맡은 영화 ‘유령’과 ‘카운트’ 포스터. 두 작품 모두 손익분기점의 절반 수준도 기록하지 못하고 극장에서 내려왔다. (CJ ENM 제공)
자회사 CJ라이브시티에 현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부분도 부담이다. CJ ENM은 현재 CJ라이브시티 부채에 총 3800억원 규모로 지급 보증을 책임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신용평가보고서를 통해 “CJ ENM은 차입 부담이 확대된 상황으로 향후 재무 구조 개선 성과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나이스신용평가 또한 “연결 기준 차입 규모가 크게 증가하는 등 재무적 여력이 축소된 가운데, 향후 추가적인 대규모 투자 집행이 이어질 경우 재무안정성 저하가 나타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커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1분기 대비 2분기 광고주 수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1분기 작품 공급이 부재했던 피프스시즌의 콘텐츠 공급이 늘어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피프스시즌은 2분기 TV 시리즈 1편, 영화 3편과 다수의 다큐멘터리 공급이 예정돼 있으며 하반기 공급하는 작품 수는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대표이사 부임 후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만큼 하반기로 갈수록 판관비 효율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최근 우려가 커진 재무 상황도 주식, 부동산 등 비핵심 자산의 유동화를 통해 건전성을 확보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0호 (2023.05.24~2023.05.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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