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시행 또 혼란… '예외적 초진' 범위 놓고 충돌

신은진 기자 2023. 5. 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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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 범위를 두고 의료계와 산업계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6월 1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시행이 확정됐으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비대면 진료는 재진을 중심으로 하되, 특수 상황에 한해 초진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방침이 확정됐으나 '예외적 허용 상황'의 범위를 두고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다. 예외적 초진 허용 대상에 감염병 확진자, 거동불편자, 도서벽지 등 의료취약지 거주자 외에도 소아청소년의 야간·휴일 진료 등을 포함하는 방안이 검토되자 전문가들이 '비대면 진료 허용 불가' 입장을 연달아 내놓은 것이다.

여기에 비대면진료 수가(의료행위의 대가)가 대면진료 수가보다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민단체의 반발까지 더해지고 있다.

◇의료계 "더 위험한데 초진 예외적 허용? 이해 불가"
예외적 비대면 초진 허용 대상으로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소아청소년 야간·휴일 진료의 경우, 당사자인 소아청소년과의사회의 반발이 거세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소아청소년 비대면 초진 허용은 비대면 회사 돈벌이를 위해 아이들은 죽어도 된다는 얘기"라고 밝혔다. 임 회장은 "아이들은 의사표현이 서툴러 의사가 직접 진찰해야만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가능한데 비대면 진료로는 이를 할 수 없다"며, "아이들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소아청소년 비대면 초진을 추진하겠다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폐과를 계속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비대면 진료가 활발하게 진행했던 내과의 입장도 같다. 대한대한내과의사회는 "중증, 응급 환자에 버금가게 정확한 문진과 진찰이 필요한 소아환자의 진료에 대해 오진 위험이 큰 비대면진료를 가능케 한 걸 보면 정부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진심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지 묻게 된다"고 말했다.

내과의사회는 광범위한 내과 질환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재진이면 모두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회 측은 "안전성을 고려할 때 시범사업을 하려면 만성질환 중에서도 비교적 중증화율이 낮고, 합병증이 동반되지 않은 환자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심장질환, 만성신부전증 등 병세가 급격히 변하고 대면 진료로도 정확한 평가가 힘들 수 있는 만성질환을 모두 가능케 했다"고 말했다. 이어 "30일 이내에 대면 진료를 받은 적이 있고, 의사가 비대면 진료를 하겠다고 하면, 비대면진료를 가능케 하면서 '제한적 시범사업'이라고 범위를 설정한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도 "일부 정신질환자의 경우 비대면 진료 시 자·타해 위협 또는 자살기도 등이 실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이런 경우 사고가 일어난다면 그 책임은 플랫폼이나 보건복지부가 책임을 지는 것이냐"며, "의사에게 책임을 고스란히 전가해 형사범으로 입건시키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한 정신건강의학사회는 정신질환 특성상 소아와 고령환자의 비대면 진료는 더욱 어렵고, 약물 오남용 문제가 커질 것을 우려했다. 의사회는 "소아와 고령 환자를 이런 방식으로 제대로 진료할 수 있는 의사가 몇이나 되겠느냐"며, "비대면 플랫폼 간 과당 경쟁으로 의료쇼핑과 약물 오남용 등 문제도 함께 불거질 것이다"고 말했다.

◇덜 정확하고 더 위험한데 돈 더 내라는 비대면 진료
수가도 문제다. 정부는 이번 주 예정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비대면진료 수가를 확정할 예정이다. 비대면진료 수가는 기존 대면진료보다 30% 인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의료단체는 불가피한 의료사고 위험성 등이 높은 비대면 진료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일반 진료보다 더 높은 수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비대면진료 수가를 대면진료보다 50% 이상 높게 책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는 30% 인상안이 상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반대의견도 만만치않다. 시민단체들은 대면진료보다 안전성과 효과성이 미흡한 비대면진료에 더 높은 수가를 책정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40여개 시민단체가 소속된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안전과 효과 면에서 대면 진료에 비해 크게 부족할 수밖에 없는 비대면 진료에 환자들이 더 많은 가격을 부담해야 하는 것을 시민 입장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가 재난 상황이 종식돼 대면 진료가 가능한데도 비대면 진료라는 꼼수를 써서 지속하려 한다"며 "의료 사각지대를 해결할 생각이 있다면 도서 벽지와 취약 지역에 병원과 인력을 확충하고 공공의료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계는 비대면 진료의 초진과 재진 구분이 의미 없다고 보고 있다. 비대면 플랫폼 업체인 닥터나우 전신영 홍보총괄이사는 헬스조선을 통해 "환자 부담금만 다르게 내면 되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초·재진의 구분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전 이사는 "대부분의 비대면 진료는 아주 간단한 처방을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일어난다"며, "이미 진료 선택권은 의사에게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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