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매도 의견 냈다고 금감원에 민원 내다니

황윤주 2023. 5. 22.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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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 목표주가 45만5000원 제시, 투자의견 매도로 하향'.

이때 증권가에서 처음으로 '매도' 의견을 제시한 보고서가 나온 것이다.

에코프로에 대한 '매도' 의견은 부적절했을까? 주가 전망은 기본적으로 실적을 근거로 한다.

'매도' 의견은 주가 과열 근거가 분명하거나, 공개된 악재가 존재할 때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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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 목표주가 45만5000원 제시, 투자의견 매도로 하향'.

지난 4월 12일 H증권사에서 나온 보고서 내용 중 일부다. 당시 에코프로 주가는 76만원을 돌파하며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던 중이었다. 단기 과열이라는 시장 분석과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던 시기였다. 이때 증권가에서 처음으로 '매도' 의견을 제시한 보고서가 나온 것이다.

그런데 해당 연구원은 최근 금융감독원에 당시 '매도' 의견을 낸 경위에 대해 소명해야 했다. 사정은 이러했다. 어느 개인 투자자가 금감원에 '매도' 보고서와 관련해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었다. 해당 연구원과 에코프로 공매도 주체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의심된다는 내용이었다. 금감원은 민원을 접수하면 해당 사항을 확인하고 14영업일 이내에 민원인에게 답변을 줘야 한다. 현재 금감원은 민원 내용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코프로에 대한 '매도' 의견은 부적절했을까? 주가 전망은 기본적으로 실적을 근거로 한다. 미래 수입 가치를 보수적으로 평가해서 현재 가치로 환산한다. 에코프로 분기 보고서에는 자회사에 대한 주식 투자와 자금 조달 지원 등을 주요 사업으로 삼고 있다고 나온다. 에코프로는 지주사라 주가는 일정한 할인율을 적용받는다. 지주사는 자회사들로부터 받는 배당금이 주요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에코프로의 영업이익은 1824억원으로, SK이노베이션(375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당시 에코프로 시총은 20조원을 돌파해 SK이노베이션보다 높았다. H증권의 매도 보고서에는 "2027년 적정 시가총액은 11조8000억원으로 추산되지만 이미 현 주가가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적었다. 현재 에코프로의 시가총액은 15조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음으로 해당 연구원이 공매도 세력과 결탁했을까? 현재로선 연루 증거는 없고, H증권사도 내부적으로 그가 공매도와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사실 증권사가 '매도' 의견을 내기는 쉽지 않다. 증권사의 주요 고객이 기업이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회사채 발행, 인수금융, 유상증자 등 주요 수입을 기업들로부터 올린다. 증권사가 연구원의 독립성을 존중하더라도 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매도' 의견을 낸 건 충분히 근거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매도' 의견은 주가 과열 근거가 분명하거나, 공개된 악재가 존재할 때 제시한다.

다만 매도 의견을 배척하며 분노하는 '팬덤 주주'의 등장이 우려스럽다. 주가에 매몰돼 다른 의견을 백안시하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한발 떨어져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를 다시 돌아보는 냉정함이 필요하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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