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500명 증원될까…교육계는 "인재 빨아들일 블랙홀 우려"

최민지, 이가람 2023. 5. 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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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간호법 갈등으로 시끄러운 의료계가 오는 24일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 주목하고 있다. 17년간 동결된 의대 정원 증원이 이날 어떻게 논의될 것인지가 관심을 끌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300~500명 증원이 언급되기도 하지만, 정부는 “확정된 것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의료계 곳곳에서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정부의 고심이 깊은 상황이다. 의협은 정원 확대에 우호적이지 않고, 교육계에선 ‘의대 블랙홀’ 현상을 걱정하고 있어서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증원의 필요성은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21일 “지난해 12월 ‘의대 정원을 늘려달라’는 취지의 협조 공문을 복지부에 보낸 이후 지속적으로 현안에 대한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거북이걸음이다.


18년째 3058명 정원…내년 모집요강에 지켜봐야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국 39개 대학에 설치된 의학대학의 2024학년도 입시 정원은 3058명(정원 내 기준, 의학전문대학원 제외)으로 변동이 없다. 정부는 모집정원 변경이 가능했던 지난달 말까지 의협과 논의를 마치지 못했다. 학과 정원 배정은 대학의 자율 권한이지만, 의사·간호사· 교사 등 특수 직역을 양성하는 대학의 정원은 정부가 매년 모집인원을 지정한다. 의대 정원은 의협 등의 반대로 2006년 이후 줄곧 3000명대로 동결돼왔다.

의료계는 내년 4월까지 모집요강을 정하는 2025학년도 입시에 주목하며 정부와 의협의 협의를 지켜보고 있다. 정부의 논의 과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의사들이 반대했던 간호법 제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협의가 진전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늘면, ‘블랙홀’ 현상 더 심해질 듯


지난 2020년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확대 등 의료정책에 반대해 대한의사협회가 총파업 궐기대회를 열었다. 뉴스1
하지만, 동시에 교육계에선 의대가 블랙홀처럼 상위권 대학의 이공계열부터 인문·사회계열까지 학생들까지 빨아들이는 현상을 걱정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정원 500명 증원설이 있는데, 이는 SKY대(서울대·연세대·고려대) 자연계열 모집인원 5000여명의 10%다. 의대 선호도가 큰 상황에서 정원이 늘어나면 상위권 대학생의 이탈도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SKY대 자퇴·미등록 학생 중 75.8%가 자연계열 소속이었는데, 이 인원의 대부분이 의대로 빠져나갔을 것이라는 게 학원가의 분석이다. 서울대 자연계열의 한 교수는 “서울대 자연대가 의대 배출 1위라고 자조하기도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한 사립대 자연계열 교수는 “최근에 내 수업을 들었던 학생 중 중·고교 시절 관련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한 학생이 있었는데, 의대생이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무분별한 의대 열풍이 고급 인재 유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교육 시장에서는 의대 쏠림이 강화될 것이라는 신호가 계속 나온다. 21일 종로학원이 공개한 초·중학생 학부모 1395명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88.2%가 이과를 선호하며 그중 전공 선호도 1위가 의학 계열이었다. 입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방 의대가 지역 출신 고교생을 뽑는 지역인재 전형이 확대되며 대치동 등 일부 지역에서만 유행하던 ‘초등 의대반’이 지방까지 번진 상황이다. 의대 정원 증가는 이런 흐름을 가속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지·이가람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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