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화상 영어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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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이후로 손을 놓았던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영어로 말하는 일이 오랜만이라 두려웠지만 시작하고 난 뒤에는 일상의 활력이 됐다.
하나는 친구들과 함께 원서를 읽고 토론하는 그룹 과외 수업이고, 다른 하나는 원하는 시간에 접속해 온라인으로 원어민과 대화를 나누는 화상 영어 수업이다.
며칠 전에는 화상 영어 수업을 통해 미국 미시간주에 사는 영어 교육 35년 경력의 70대 선생님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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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이후로 손을 놓았던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이번 가을 외국에서 짧은 체류 일정이 생겼기 때문이다. 영어로 말하는 일이 오랜만이라 두려웠지만 시작하고 난 뒤에는 일상의 활력이 됐다. 배움이 이렇게 즐거운 일이라는 사실을 교육 시스템 안에 놓여 있을 때는 몰랐다.
나의 영어 공부는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나는 친구들과 함께 원서를 읽고 토론하는 그룹 과외 수업이고, 다른 하나는 원하는 시간에 접속해 온라인으로 원어민과 대화를 나누는 화상 영어 수업이다. 며칠 전에는 화상 영어 수업을 통해 미국 미시간주에 사는 영어 교육 35년 경력의 70대 선생님을 만났다. 그는 대학에서 생물학을,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했다고 했다. 내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묻기에 시인이라고 답했다. 그는 대학원 문학 수업에서 현대시를 몇 편 읽어보았으나 너무 추상적이라 재미가 없었다고 했다. 쓴 시를 읽어 달라고 부탁하기에 첫 시집을 펼쳐 읽다가, 간단한 내용은 나 정도의 낮은 영어 실력으로도 번역할 수 있을 것 같아 한 문장씩 더듬거리며 즉석에서 번역해 읽어 드렸다.
나의 번역이 엉망진창이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낭독을 마치자 그는 모니터 너머로 무척 감동받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어제 끔찍한 하루를 보냈기에 오늘 아침 절망하며 눈을 떴는데, 이 시가 자신의 하루를 새롭게 바꿔 놓았다고, 너무나 고맙다고 재차 말했다. 나는 내가 오히려 고맙다고, 영어로 시를 읽어본 적은 처음이라고 답했다. 내 시가 즉석에서 다른 언어로 변환돼 그 언어를 쓰는 이에게 전달되는 장면을 목격하는 일은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것은 너무나 생경하고 또 아름다운 사건이었다. 서툰 번역으로도 시의 감흥이 다른 언어권 사람에게 가닿았다는 사실 역시 놀라웠다. 다음에는 더 좋은 번역을 준비해오겠다고 말한 뒤 수업을 종료했다. 수천킬로미터 밖에 사는 모르는 이와 나눈 이날의 교감은 며칠째 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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