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디커플링, 디리스킹, 다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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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계가 복잡미묘하게 요동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하려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중국 공급망 의존에 대한 디리스킹(derisking)과 다변화(diversification)를 시도하려는 것이고 중국과의 협력을 추구하겠다고도 했다.
최근 독일 프랑스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등 미국 주도의 디커플링 연대에 참여한 국가들도 중국과 일정한 협력 관계를 회복하고 있고 중국 역시 이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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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계가 복잡미묘하게 요동치고 있다. 미·중 관계는 분명 큰 틀에서 전략 경쟁의 속성을 보이며 과거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대립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중 양국은 대화와 협상을 이어가면서 위기관리와 위험 완화도 병행하고 있다. 양국은 기후변화, 보건, 식량 등 글로벌 이슈에서의 협력도 논의하고 있다. 미·중 양국 모두 그 속셈을 쉽사리 읽어내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신호와 메시지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예컨대 미국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중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대만, 인권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중국을 향한 공세를 주도했다. 반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담을 통해 ‘운명공동체 건설’을 역설하면서 맞대응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하려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중국 공급망 의존에 대한 디리스킹(derisking)과 다변화(diversification)를 시도하려는 것이고 중국과의 협력을 추구하겠다고도 했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과 공세에 굴복하지 않고 저항한다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미국과의 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인 정상 궤도로 회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지속적으로 발신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권력 강화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 저하 등 국내외의 복잡한 난제에 직면해 있는 까닭에 가능한 한 미국과의 본격적인 세력 경쟁을 지연시키면서 경제 회복의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고자 한다.
실제로 미·중 양국은 소위 ‘정찰 풍선’ 사태로 중단된 고위급 대화도 재개하고 있다. 양국 외교 사령탑인 설리번 보좌관과 왕이 정치국 위원이 지난 11∼1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장시간 회동한 데 이어 양국 경제통상 분야의 고위급 회동도 예정돼 있다. 미·중 관계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과 중국 간에도 미묘한 변화 기류가 흐르고 있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중국과 디커플링은 가능하지 않으며 디리스킹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의 먹구름이 덮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강대국 간 전략 경쟁 속에 재세계화의 새로운 기운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독일 프랑스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등 미국 주도의 디커플링 연대에 참여한 국가들도 중국과 일정한 협력 관계를 회복하고 있고 중국 역시 이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른바 ‘T25’(거래형 25개국) 국가들이 유동적인 국제 정세에서 강대국 중 한 편을 선택하지 않고 실용주의에 기반한 거래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유럽의 대중국 전략의 미묘한 조정은 한국에도 중요한 전략적 고민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지난 1년 집중해온 대미·대일 외교에 대해 냉철하게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제 대중 외교와 대북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국제 정세의 새로운 판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복합외교전략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디커플링 공세는 분야에 따라 상이한 방식과 강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일부 영역에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타협이 모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도 이제는 본격적으로 디커플링, 디리스킹, 다변화가 동시 병행되는 새로운 변화가 초래하는 손익을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계산할 필요가 있다. 이를 근거로 미국 주도의 대중국 견제에 한국 참여의 범위, 분야, 정도에 대해 내부적으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이동률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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