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뛰는 ‘꼬마원전’… 인허가 세계 1호는 한국이었다
대형 원전 100분의 1 크기인 소형모듈원자로(SMR)가 새로운 수출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한국·미국 기업 간 MOU(업무협약), 원전 생태계 복원 등을 거치면서 ‘미래형 원전’ SMR의 몸값이 높아졌다. 다만 상용화까진 갈 길이 남은 만큼 개발 속도와 경제성이 관건이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SMR 사업화는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기간이던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첨단산업·청정에너지 파트너십’ 행사의 핵심은 SMR이었다. SK이노베이션·현대건설·두산에너빌리티 등이 참여한 MOU만 3건 체결됐다. 양국 기업이 함께 사업 추진, 수출 확대 등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SMR은 말 그대로 작은 모듈에 원자로를 축소한 형태로 수백㎿(메가와트) 규모의 전력을 생산한다. 전 세계 80여 종의 개발이 진행되는 중이다. 평가가 엇갈리긴 하지만 안전성이 높고, 건설비가 적은 데다 수소 생산·담수화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꼽힌다. 영국 국가원자력연구원(NNL)은 2035년 SMR 시장 규모가 최대 6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원전 업계에선 아프리카처럼 대규모 전력 공급이 어려운 지역, 제철 등 특정 공정에 전력이 필요한 기업, 원전 건설 부담이 큰 선진국 등에 SMR이 다양하게 쓰일 것으로 본다.
그러나 국제 경쟁에선 미국 등이 앞서 나가고, 한국은 다소 뒤진 모양새다. 2012년 세계 첫 인허가를 받은 ‘스마트(SMART)’ 개발에 일찍이 뛰어들었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등을 거치며 관련 연구가 정체됐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미국은 2020년대 후반에 상용화가 이뤄지고, 한국형 SMR은 빠르면 30년대 초반에 건설·운영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세계 시장 조기 진입을 위한 경쟁력 확보에 뛰어들었다. 새로운 i-SMR(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 사업을 통해 올해부터 6년 동안 핵심기술 연구개발(R&D) 등에 3992억원을 쏟아붓는다. 지난 15일엔 2조원 규모의 ‘원전산업 R&D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SMR 설계와 첨단 제조기술 등을 키워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다만 ‘장밋빛 미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달 초 에너지전환포럼은 SMR을 두고 경제성이 부족하고 설계 도면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 원전’이라고 꼬집었다. 연료인 고순도 농축 우라늄(HALEU)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점도 짚었다.
경제성과 개발 속도를 높이는 게 급선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R은 비슷한 출력 용량을 가진 화력발전소 등보다 발전 단가가 높으면 시장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다. 윤종일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출력이 적은 SMR은 경제성을 담보하느냐가 최대 이슈다. 모듈 제조 혁신·공기 단축 등이 필수”라고 말했다.
한국형 모델의 빠른 개발과 제도화 여부도 수출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문주현 교수는 “정부에서 대형 원전처럼 SMR도 빨리 인허가를 해주는 게 중요하다. 처음엔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꾸준한 R&D 지원 등이 이뤄져야 경쟁국들을 역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탈원전을 거치면서 공급망 타격이 컸지만 여전히 원전 업계의 경쟁력이 살아있다. 미국 기업들과 SMR 협력에 나서는 한편, 미래의 원전 수출 상품군을 추가한다는 측면에서 독자 개발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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