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문화] “원칙주의적 태도에서 인간적 한계도 엿봐”

최예슬 2023. 5. 21. 21:1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논란의 다큐 ‘문재인입니다’ 이창재 감독
영화 ‘문재인입니다’를 연출한 이창재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연출자로서 다큐멘터리라는 통로를 통해 무언가를 깊게 들여다볼 기회를 주고 싶다”고 밝혔다. 엠프로젝트 제공


영화 ‘문재인입니다’가 지난 10일 개봉했다. ‘노무현입니다’(2017)의 이창재 감독이 또 한 번 전직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내려가 텃밭을 일구고 반려견을 보살피는 일상의 모습을 담았다. 측근들의 입을 빌려 대통령의 재임 시절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이 감독을 만났다. 그는 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감사하다면서도 정치적인 해석에 당황스러운 심정을 내비쳤다. “대통령이 재임 동안 그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했던 적이 별로 없었잖아요. 대통령의 본질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어요. 정치적 결과물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변호사, 정치인, 대통령을 거쳐 온 그 사람의 내면이 궁금했어요.”

영화는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된다. 초반에는 퇴임 후 자연인으로서 전원생활을 만끽하는 문 전 대통령의 모습을 잔잔한 느낌으로 조명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측근들의 인터뷰를 통해 공인이었던 시절 문재인을 이야기한다. 이 감독은 “대통령이라는 크고 무거운 옷을 입고 그 옷에서 벗어난 지 1년이 안 됐을 무렵을 촬영했다. 분명 그 옷을 입었던 흔적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인물을 다루면서 자연인과 공인의 밸런스를 맞추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시절의 모습을 조명하지만 공과에 대해서 말하고자 했던 건 아니었다. 이 감독은 “그건 시사 프로그램의 영역”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정치적 공과는 영화의 목표지점이 전혀 아니었다. 두 시간 안에 인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 사람이 (정치적으로) 어떤 결과를 냈는지는 관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인간 문재인’으로서 한계도 엿봤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의 원칙주의적인 태도가 모든 걸 해결하는 만능열쇠일까?’라는 의문도 가졌다.

“저는 정치 고관여층이 아니에요. 하루에 10분 정도 포털기사를 보는 정도거든요. 저 같은 사람이 정치현안을 다루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관심도 없고요. 연출자로서 다큐멘터리라는 통로를 통해서 누군가나 무슨 주제를 깊게 들여다볼 기회를 선물로 주고 싶다고 생각할 뿐이에요.”

‘문재인입니다’는 세상에 나오기까지 6년이 걸렸다. 원래 문 전 대통령이 재임하는 동안 영화를 만들어 내놓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주인공인 문 전 대통령이 출연을 몇 년간 고사했다.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조차 불분명했다. 평균 3~5년에 한편씩 영화를 만들어오던 이 감독은 점점 초조해졌다. ‘이 영화가 이렇게 고생할 만큼의 가치가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들었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을 탐험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컸다. 그는 “내가 기획해서 (제작이) 안 된 영화는 없었다. 다들 어렵다고 해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큰 도전이었다”고 했다.

극적으로 문 전 대통령과 인터뷰를 하게 된 이 감독은 이틀에 걸쳐 10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문 전 대통령이 지금까지 했던 그 어떤 인터뷰보다 길었다.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이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주변이나 배경이 되려고 했어요.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됐으면 자체 발광하고 싶을 텐데 그런 게 아니었어요. 그를 지켜보니 저를 돌아보게 됐어요.”

영화는 극적인 장면 없이 잔잔하게 흘러간다. ‘노무현입니다’를 연출할 때는 극적인 음악을 사용해 감정이 폭발하는 느낌을 줬다면 이번에는 최대한 감정을 절제한 음악을 사용했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문재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진보 진영이나 정치적 지지자가 아니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문재인이라는 사람을 이해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많이 아시더라도 선입견이나 지식을 좀 빼놓고 봐달라”고 전했다.

다만 스스로 만족할 만큼 공들여 만든 작품이지만 개봉 전부터 비판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그는 “작품을 보고 비판해달라”고 당부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