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무트 소모전 논란…푸틴 "점령 끝" 우크라"함락 아냐"
러시아의 침공으로 15개월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치열한 바흐무트 전투가 러시아의 판정승으로 기운 듯한 모습이다. 우크라이나는 공식적으로 바흐무트 함락을 부인하고 나섰고 조만간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태세라 전세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분석도 있다.
AFP 통신과 주요 외신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마지막 날 일정에 참석해 "바흐무트가 파괴됐고,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것은 비극"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러시아 용병대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바흐무트 점령을 발표하자 우크라이나 측이 전황이 불리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반박했던 것을 180도 뒤집은 발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늘은 일단 바흐무트가 우리 마음속에 남게 됐다"고 언급, 바흐무트에서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사실상 인정했다는 해석을 낳았다.
바흐무트 사수 여부에 대한 문답의 해석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흐무트가 아직 우크라이나 수중에 있는 것이 맞느냐, 러시아는 이곳을 장악했다고 하는데'라는 질문에 "아닌 것 같다"(I think no)고 답했다.
이에 AFP·블룸버그·교도 통신과 영국 BBC 방송 등 주요 외신은 일제히 "사실상 함락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통령은 바흐무트 함락을 부인한 것"이라고 정정하는 입장을 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점령 주장에 대해 부인한 것이라는 취지의 설명이다.
미 CNN 방송은 이날 오전만 해도 우크라이나군은 일일 전황 업데이트를 통해 "바흐무트에서 전투를 지속 중"이라고 밝히며 방어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우크라이나가 바흐무트 주변 일부를 에워싸고 전투를 지속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우리 군이 바흐무트를 바흐무트 교외 측면에서 진격 중이고, 적들이 이 도시에 머무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말랴르 차관은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를 절반 정도 포위했다"며 이곳 일부를 여전히 통제 중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는 지난 10개월간 소모전을 펼쳤던 우크라이나 동부의 '핵심 요충지' 바흐무트 점령을 기정사실화기정사실로 하며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여론전을 폈다.
크렘린궁은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푸틴 대통령이 바그너 그룹, 그리고 측면 지원과 엄호를 제공한 러시아군 부대원 덕에 아르툐몹스크(구소련 시절 바흐무트의 지명) 해방 작전이 완료된 것을 치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빛나는 성과를 낸 모든 이들이 국가로부터 포상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서방 일부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바흐무트 함락 여부가 전체 전쟁으로 봤을 때 결정적인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날 보고서에서 "바흐무트 전역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프리고진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순전히 상징적인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ISW는 "아직 남아있던 바흐무트 동부의 시내 몇몇 구역은 전술적으로나, 작전 측면에서도 중요하지 않다"며 "이곳이 점령돼도 러시아군이 공격을 지속하거나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방어하는 데에 있어 특별한 이점이 있지는 않다"고 꼬집었다.
10개월간 이어진 참혹한 바흐무트 전투에서 우크라이나도 큰 피해를 보았지만,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물량 공세를 펼친 러시아 측의 병력 손실이 더 컸다는 점도 향후 전황 분석에서 함께 고려해야 할 요소로 지적된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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