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다이어리]실업률 20.4%와 천재소년

중국의 지난달 청년(16~24세) 실업률이 20.4%로 역대 최고치에 도달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려는 5명 중 한명 이상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부진한 중국의 고용 현황은 산업생산, 소매 판매 등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주요 지표들과 함께 중국의 경제 전망을 암울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숫자를 과대해석하는 것은 금물이다. 치솟는 청년 실업률이 중국의 중장기 경제 성장률에 치명적인 것은 맞지만, 사회 구성원 전원이 힘을 잃고 경제가 가라앉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한 20% 외의 인력들은 악착같이 시장에 쏟아져 나와 할 일을 찾아내고 있다. 그중 극상위권의 젊은 인재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고액 연봉을 받으며 일한다.

화웨이가 지난 19일 회사의 공식 웨이보 채널을 통해 내보낸 구인 공고를 보면 중국 고용시장 내의 아찔한 낙차를 확인할 수 있다. 공고에서 화웨이는 또다시 '천재 소년'을 찾는다고 알렸다.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는 2019년 6월부터 10대의 천재적인 소년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학력이나 출신학교보다는 주요 과학연구 성과나 논문, 특허 출원, 국제대회 수상 경력 등을 살펴 전 세계 이공계 분야 인재를 대상으로 채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프로젝트 발표 첫해에는 20~30명, 이듬해에는 200~3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천재 소년 명단은 20명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재 소년들의 연봉은 역량과 분야에 따라 3단계로 나뉘는데, 최저 182만위안(약 3억 4332만원)에서 가장 많게는 1008만위안을 받는다. 지난해 중국 전역 사기업의 평균 연봉이 6만5237위안이었다는 통계를 토대로 환산하면, 화웨이 내에서 최고액을 수령하는 천재 소년은 일반인 155명분의 연봉을 혼자 가져가는 것이다. 공고에 따르면 경력직의 경우에는 현재 연봉의 '5배'를 받을 수 있다. 고액 연봉을 제시한 이면에는 미국의 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화웨이의 절박함이 묻어나기도 하지만, 능력을 갖춘 인재에게 상한 없는 대가를 주려는 사회적 분위기도 읽힌다.

'20.4%의 청년실업률'과 '천재 소년 채용' 소식을 동시에 접하며 중국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경제 성장률의 부진이 아니라, 꿈틀대는 사회 구조적 리스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누군가는 대학 졸업 후에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빈궁하게 지낼 때, 누군가는 스무살이 되기도 전에 155명분의 연봉을 챙기며 꽃가마를 타고 대기업을 향하고 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중국 공산당의 정치 외교적 판단과 경제 정책, 그리고 미·중 패권전쟁이라는 현황이 개입했다는 점을 젊은 층은 누구보다 잘 안다. 이제까지 줄곧 공동부유를 외쳐온 공산당은 당장 단순 일자리 몇 개를 뚝딱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 두 현상이 보여준 양극화가 촉발할 청년의 분노를 어떻게 해소시킬지를 고민해야 한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