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가 가짜뉴스 더 믿는다" <중앙> 보도 '대체로 거짓' [오마이팩트]

김시연 2023. 5. 2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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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문항에 사용한 뉴스별 신뢰도 편차 반영 안돼... 조사기관 "설계상 어려운 문제"

[김시연 기자]

 
 “진보층이 보수보다 가짜뉴스 잘 믿는다”고 주장한 중앙일보(5/18)
ⓒ 중앙일보PDF
  
중앙일보 "민주당 지지층 확증편향층, 국민의힘보다 2배 많다"

<중앙일보>는 5월 18일 '진보층이 보수보다 가짜뉴스 잘 믿는다'라는 제목으로 "민주당 지지층에서 확층편향층 비중이 국민의힘 지지층보다 두 배가량 많다"고 보도했다.

여론조사회사인 에스티아이 온라인 조사 결과 지지 정당에 유리한 가짜뉴스는 '사실', 반대 성향 진짜 뉴스는 '거짓'이라고 응답한 '확증편향층' 비중이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36.5%였고, 국민의힘 지지층 가운데 18.0%였다는 것이다.

그동안 수용자의 정치 성향이나 지지정당이 가짜뉴스 확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진행됐다. 하지만 진보층이나 보수층 가운데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가짜뉴스를 더 잘 믿는다는 식의 결론을 내린 연구는 찾기 어려웠다.

과연 에스티아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진보층이 보수층보다 가짜뉴스를 더 잘 믿는다고 볼 수 있는지, 검증했다. 

'속기 쉬운' 윤 대통령 신년 회견 vs. '뻔한' 대북 송금 가짜 뉴스 비교

에스티아이는 지난 3월 10일부터 16일까지 자체 온라인 패널 가운데 70대 이상을 제외한 전국 만 18~69세 이하 성인남녀 1056명에게 스마트폰 앱으로 '미디어를 통한 정보습득 및 의식 형성 관련 인식 조사'를 진행하면서 '가짜뉴스 판별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 회사는 응답자에게 '진보 성향', '보수 성향', '비이념적'으로 구분한 진짜뉴스와 가짜뉴스 1가지씩 모두 6가지를 제시했다. '완전한 거짓' 1점부터 '완전한 사실' 5점까지, 사실이라고 판단할수록 높은 점수를 주는 5점 척도 방식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진보성향 가짜뉴스는 '사실'(4~5점)이라고 응답하고, 보수성향 진짜뉴스는 '거짓'(1~2점)이라고 응답한 사람 ▲ 국민의힘 지지층 가운데 보수성향 가짜뉴스를 '사실'이라고 응답하고, 진보성향 진짜뉴스는 '거짓'으로 응답한 사람을 확증편향층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민주당 지지층 303명 가운데 110명(36.5%), 국민의힘 지지층 253명 가운데 46명(18.0%)이 확증편향층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지지정당이나 정치성향에 유리한 가짜뉴스는 사실로 믿고, 불리한 진짜뉴스는 거짓으로 믿는 걸 '확증편향'의 근거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진보성향과 보수성향으로 분류한 뉴스 사이에 분명한 신뢰도 편차가 발생했음에도 확증편향층 계산에는 반영하지 않았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 진짜뉴스와 가짜뉴스 '전체' 신뢰도는 각각 3.38점, 3.22점으로 큰 차이(0.16점)가 없었고,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 진짜뉴스와 가짜뉴스는 각각 2.79점과 2.84점으로 오히려 가짜뉴스 신뢰도가 근소하게(0.05점) 더 높았다. 전체적으로 진보 성향 뉴스가 보수 성향 뉴스보다 신뢰도가 0.59점(진짜뉴스), 0.38점(가짜뉴스) 더 높았다.

이처럼 '진보 성향 뉴스'와 '보수 성향 뉴스' 사이에 신뢰도 편차가 크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확증편향층을 구성할 경우 왜곡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지지정당이나 정치성향에 상관없이 '진보 가짜뉴스'는 '사실'이라고 응답하고 '보수 진짜뉴스'를 '거짓'으로 응답한 사람(진보 확증편향) 비중이, '보수 가짜뉴스'는 '사실'로 응답하고 '진보 진짜뉴스'는 '거짓'으로 응답한 사람(보수 확증편향)보다 더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에서 진보와 보수 성향으로 구분한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 각각의 신뢰도는 다음과 같다.

 
 지지정당별 뉴스 신뢰도(자료 : 에스티아이) 1점 : 완전히 거짓~ 5점 : 완전히 사실. 점수가 높을수록 사실이라고 판단.
ⓒ 김시연
 
 
1. 진보성향 진짜뉴스 : "2022년 대한민국 민주주의 지수가 작년에 비해 여덟 단계 하락했다."
2. 진보성향 가짜뉴스 :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이다."
3. 보수성향 진짜뉴스 : "더불어민주당이 이사 추천에 응하고 있지 않아, 북한 인권재단은 7년째 출범을 못하고 있다."
4. 보수성향 가짜뉴스 : "문재인 정부는 비밀리에 6억 달러 규모의 대북 송금을 하였다."
   
실제 민주당 지지층은 진보 성향 뉴스를 진짜와 가짜에 상관없이 모두 '사실'(1번 3.74점, 2번 3.75점)로 보고 있었지만, 무당층(1번 3.30점, 2번 3.12점)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무당층의 보수 뉴스 신뢰도(3번 2.82점, 4번 2.87점)는 진짜, 가짜 뉴스 모두 진보 뉴스보다 낮았다.

전문가들 "진보-보수 뉴스 신뢰도 편차 커 확증편향층 비율 신뢰 못해"

언론학자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처럼 에스티아이 조사에 사용된 진보-보수 뉴스의 신뢰도 편차 때문에 민주당 확증편향층이 국민의힘보다 2배나 많은 건 지나친 과장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가짜뉴스와 팩트체크에 관한 시민 의식조사'를 진행했던 송경재 상지대 사회경제학과 교수는 18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진보 쪽 뉴스인 '민주주의지수'와 '윤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보수 쪽 '북한 인권재단'과 '6억 달러 대북 송금' 이슈 사이에 경중이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면서 "과학적 방법론을 썼다면 이슈의 경중을 서로 맞춰야 했는데 당연히 어느 한쪽 입장(진보쪽 뉴스에 대한 신뢰도)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설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진보가 보수보다 가짜뉴스에 잘 믿는다는 보도는) 한두 번의 조사만으로 모든 케이스에 적용될 거라고 결론을 내리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면서 "이번 조사의 핵심 내용은 지지정당이나 정치성향에 따라 확증편향이 나타난다는 것이고, 실제 진보와 보수 사이의 확증편향 정도는 통계적인 차이가 크지 않은데도 침소봉대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 '북한 관련 가짜뉴스 인식' 조사를 진행했던 이상신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18일 <오마이뉴스>에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 모두 진보 성향 뉴스 신뢰도 3.0점 이상이라는 건 모두 사실에 가깝다고 판단한 것"이라면서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은 보수 성향 뉴스에 대한 판단이 서로 달랐다"고 밝혔다.

그는 "진보 쪽 가짜뉴스로 분류된 윤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내용은 민주당 공식 논평으로도 나왔기 때문에 민주당 지지층이나 무당층이 충분히 진실된 정보라고 믿을 이유가 있었지만, 보수 쪽 가짜뉴스인 '문 정부 6억 달러 대북 송금'은 중앙 언론이나 정당 논평이 아니라 유튜브에서 은밀하게 퍼졌던 것"이라면서 "두 가지를 같은 수준의 가짜뉴스로 제시하고 그 응답 결과를 가지고 확증편향층을 나누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18일 <오마이뉴스>에 "진보층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강한 거부감 때문에 신년 기자회견 관련 가짜뉴스가 사실이라고 응답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가짜뉴스를 신봉한다고 해석했다"면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호감, 비호감도가 고착화된 상태에서 확증편향을 유도하는 듯한 질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진보 성향인 40, 50대의 유튜브 활용 빈도가 진보의 확증편향성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면서도 "진보층의 확증편향이 보수층의 2배라고 규정하기에는 조사의 질문 내용이나 조사 방식, 신뢰성이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에스티아이 "뉴스별 신뢰도 편차, 이번 조사 한계점"

조사를 진행한 박재균 에스티아이 책임연구원은 18일 <오마이뉴스>에 "이번 조사는 자신의 이념이나 지지정당과 같은 입장의 가짜뉴스를 더욱 신뢰한다는 세간의 인식을 데이터로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 "조사에 사용된 가짜뉴스는 팩트체크 사이트를 비롯하여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뉴스별 신뢰도 편차를 최대한 줄이는 문제는 설계상 가장 어려운 대목이었다"면서 "선행 연구가 아직은 충분하지 않은 최신의 주제인 탓이다. 이번 조사의 한계점이면서도 향후 방법론적 과제를 던져준다"고 밝혔다. 

"보수 가 진보보다 가짜뉴스에 취약"... 상반된 연구 결과도
 
 통일연구원, '정치 이념별 북한 관련 가짜뉴스 식별도' 진보가 평균 6점(8점 만점)으로, 보수나 중도 5.2점보다 높았다. 자료 출처 : 통일연구원, 'KINU 통일의식조사 2021' 조사 결과 발표(2021.07.21)
ⓒ 통일연구원
 
하지만 오히려 보수주의자가 진보주의자보다 '가짜뉴스'에 더 취약하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도 있었다.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지난 2021년 4월 26일부터 5월 18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3명 대면면접조사를 통해 북한 관련 가짜뉴스 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진보 성향 응답자의 가짜뉴스 식별도가 중도나 보수에 비해 좀 더 높았다고 밝혔다.

당시 통일연구원은 SNU팩트체크에서 가짜뉴스로 판정한 북한 관련 8개 뉴스에 대해 '거짓'이나 '대체로 거짓'으로 옳게 식별한 개수를 가짜뉴스 식별도로 측정했다. 자신을 '진보'로 평가한 응답자는 8점 만점에 평균 6점으로, 각각 5.2점인 '중도'와 '보수'보다 좀 더 높았다. 지지정당별로도,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이 평균 6.3점으로 가장 높았고, 정의당 5.3점, 기타 정당 5.0점, 지지정당 없음 5.1점, 국민의힘 4.7점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진도 지난 2021년 6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보수주의자가 진보주의자보다 가짜 뉴스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박재균 책임연구원은 "같은 주제라도 미국의 결과와 한국의 결과는 충분히 달리 나올 수 있다"면서 "때문에 진보, 보수의 편향성 차이 자체를 주목하기보다는, 확증편향의 메커니즘에 대한 보다 진지한 연구가 활성화되었으면하는 바람이다"라고 덧붙였다.

[검증결과] "진보가 보수보다 가짜뉴스 잘 믿는다" 보도 '대체로 거짓'

<중앙일보>는 민주당 확증편향층이 국민의힘보다 2배 많다는 에스티아이 조사 결과를 근거로 '진보가 보수보다 가짜뉴스를 잘 믿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에스티아이가 가짜뉴스 판별 테스트에 사용한 진보와 보수 쪽 뉴스 사이에 신뢰도 편차가 있음에도 확증편향층 비율 산정에는 반영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에스티아이 조사만으로는, '진보가 보수보다 가짜뉴스를 잘 믿는다'고 볼 수 없어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한다.

[오마이팩트]
언론 보도
"진보층이 보수보다 가짜뉴스 잘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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