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하고 ‘일잘러’인 내 후배...알고 보니 성범죄 저지른 전과자네요 [오늘도 출근, K직딩 이야기]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3. 5. 19.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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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내용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매경DB)
#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김재연(32, 가명) 씨는 최근 들어 신입 직원 A의 거취를 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A는 평소 일을 열심히 하고 업무 처리도 깔끔해 회사 내에서 좋은 평판을 받던 후배였다. 문제의 발단은 거래처 직원 B와의 만남이었다. 김 씨의 후배인 A의 얼굴을 본 B는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더니 급하게 약속을 마무리하고 사라졌다. 이후 의아해하던 김 씨에게 B로부터 장문의 문자가 날아왔다. 사연은 이랬다. A씨가 B씨의 지인인 여성을 성추행해 실형을 선고받은 전과자라는 것이다. 당시 A는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주변인들이 탄원서를 제출해 겨우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었다. 충격적인 사실을 접한 김 씨는 A씨 몰래 주변 조사를 시작했다. 이윽고 A의 지인으로부터 “A가 성범죄 관련 문제로 한동안 시끄러웠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피해자로부터는 판결문도 전달받았다. 문제는 이 사실을 알릴 방법이 없다는 것. 사실을 알리자니 명예훼손 등 법적 문제가 가로막았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기에는 A가 성범죄 전과자인 것을 모른 채 일해야 할 동료들이 걱정이 됐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김 씨는 시간만 낭비하는 중이다.

“빨간 줄이 그였다”

흔히 전과자를 보고 가리키는 표현이다. 과거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불량한 인간으로 낙인을 찍은 데 서 유래했다.

한국 사회는 전과자에 대해 시선이 좋지 않다. 이는 직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대다수 국민은 전과자와 함께 일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의 ‘출소자의 사회적 차별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나는 전과자와 같이 일하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10.5%에 그쳤다.

대다수 직장인이 전과자와 일을 하는 것을 꺼리지만, 일반 사기업에서는 전과자를 선별하기 힘들다. 지극히 개인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빨간 줄’이라는 표현 때문에 징역을 살고 나오면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등록부 등에 표시가 되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이는 틀린 말이다. 한국은 형실효법에 따라 신분증을 비롯한 공식 서류에 범죄 경력 표시를 따로 하지 않는다.

때문에 일반 기업은 지원자가 스스로 밝히지 않는 한, 지원자가 전과를 저질렀는지 확인할 수단이 없다. 현행법상 범죄경력조회는 본인만이 열람 목적으로 신청이 가능하다. 법에서 정한 직종만이, 회사에서 지원자에게 범죄경력조회서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의료 분야, 교육 분야에서 종사하는 직종의 경우 취업 전 회사에 ‘성범죄경력회보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식이다. 일부 사기업체는 조회가 가능한 경우도 있다. 은행에서 업무상 횡령 전과가 있는 지원자를 걸러내는 식이다.

범죄경력조회를 허가받지 않은 사기업은 ‘우회적으로’ 전과자를 걸러낼 수밖에 없다. 입사 요건에 ‘해외여행에 결격 사유가 없는 자’를 명시해놓는 게 대표적인 예다. 미국 등 일부 나라에서는 방문하기 전 비자를 신청해야 한다. 이때 범죄 이력이 있으면 비자 발급을 거부당할 확률이 높아진다. 일부 범죄는 여권법상 여권 발급 제한 사유로 적용되기도 한다. 때문에 직원이 전과자라면 비자 발급과 출국이 어려워진다. 이를 빌미로 직원을 내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해외 출장이 잦지 않는 부서라면 찾아내기 힘들다.

직장 동료가 전과자인 점을 숨겼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인사(HR) 전문가들은 회사 인사 부서, 부서 관리자인 상급자 등과 먼저 상담하는 게 필수라고 강조한다. 익명을 요구한 사기업 인사 부서 관계자는 “동료가 전과자라고 다른 이들에게 알리고 다니면 명예훼손 등 법적 조치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상급 관리자 또는 회사 인사 부서에 이를 알리고, 조치를 기다리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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