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원폭 동포 고통 때 정부 곁에 없었다…깊은 사과"
너무 늦어 송구하다 사과하며 허리 숙여
재외동포청 설명하며 韓정부 동포 보호 의지
尹 "21일 기시다 총리와 히로시마 공원 참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히로시마 원폭 피해 동포들을 만나 "우리 동포 여러분들이 이렇게 타지에서 고난과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정부, 국가가 여러분 곁에 없었다"고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히로시마 시내의 한 호텔에서 히로시마 동포 원폭 피해자와의 만남을 갖고 마무리 발언에서 "우리 동포들이 원자폭탄 피폭을 당할 때 우리는 식민 상태였고, 해방, 그리고 독립이 되었지만, 나라가 힘이 없었고, 또 공산 침략을 당하고 정말 어려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제가 정부와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으로 와서 우리 동포가 이런 슬픔과 고통을 겪는 그 현장에 고국이 함께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서 정말 깊은 사과를 드리고, 다시 한번 여러분께 심심한 위로를,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히로시마 원폭 피해를 입은 동포를 만난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윤 대통령이 유일하다. 윤 대통령은 우선 "여러분들은 한국 동포다. 한국은 국민을 판단하고 국적의 기준을 세울 때 속인주의로 판단한다"며 "우리는 혈연이나 피를 중요시 여기는 나라다. 어디에서 태어났느냐, 어디에서 사느냐가 아니라, 그 부모가 누구이고, 그 피가 어디에 있고, 그 문화가 무엇이냐를 우리는 따지는 나라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래서 우리 동포가 러시아에 살든, 일본에 계시든, 미국에 있든, 또 어디서 태어나셨든 간에 여러분의 피가 한국에 있는 여러분 다 재외동포시고, 대한민국의 국가와 정부가 여러분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우리 많은 재외동포들을 국가가 제대로 지원하고 보호하기 위해서 재외동포청을 신설하겠다고 공약으로 발표를 했고, 취임한 이후에 입법 추진을 해서 올해 6월에 재외동포청이 설립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동안은 대사관과 영사관에서 우리 재외국민 위주로 보호, 지원 업무를 했다. 재외동포청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현재 대한민국 국민이냐 아니냐와 상관없이 우리 한국 동포면 누구나 아주 체계적으로 지원과 보호의 대상으로 한다"며 "한국어가 서툰 우리 동포들에 대해서는 한국어도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고국 문화교류와 방문에 있어서도 체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만간 원폭 피해 동포들을 한국에 초청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여러분, 일본에도 우리 대한민국 동포가 많이 계시지만 히로시마에 피폭 동포와 그분들의 가족, 그리고 함께 애를 쓰셨던 우리 민단과 많은 동포 관계자분들께서 조만간에 꼭 한국을 한번 방문해 주시기를 제가 초청하겠다"며 "여러분들 오랜만에 고국에 오셔서 내 모국이 그동안 얼마나 변하고 발전했는지 꼭 한번 가까운 시일 내에 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여러분,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고, 정부를 대표해서 여러분이 어려울 때 함께하지 못해서 정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세우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히로시마민단 등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인사말에서 "1970년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가 건립되고, 또 공원 밖에 있던 위령비가 1999년 평화공원 안으로 옮겨졌다고 들었다"며 "히로시마민단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노력에 감사 말씀을 드리겠다"고 사의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또 오는 2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위령비를 찾아 공동 참배한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모레 기시다 총리와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공동 참배할 예정"이라며 "한일 양국 정상이 함께 위령비를 찾는 것은 사상 최초이고, 사실 한국 대통령으로서도 이 위령비 참배가 처음이다. 한국 대통령의 위령비 참배가 너무 늦었다고 생각이 든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여러분께 송구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저와 기시다 총리는 위령비 앞에서 고향을 떠나 이역만리 타향에서 전쟁의 참화를 직접 겪은 한국인 원폭 희생자를 추모하면서 양국의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열어갈 것을 함께 다짐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허리를 숙였다.
히로시마=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여성 연락처만 100여개…세금만 70억 내는 남편, 성매매 중독자"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한 달에 150만원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주연은 200억도 받는데" 3000원 안되는 시급 10% 삭감에 발끈한 中 단역배우들 - 아시아경제
- "흠뻑 젖은 티셔츠 무려 12장"…공항서 딱 걸린 여대생 무슨 일? - 아시아경제
- 암 치료에 쓰라고 2억 모아줬더니 새 집 산 20대…분노한 中 누리꾼 - 아시아경제
- "김치나 담가라"…10대 주짓수 선수, 동덕여대 시위에 악플 - 아시아경제
- 조종사들도 기다렸다가 '찰칵'…송혜교 닮았다는 中 여성 파일럿 - 아시아경제
- "가격 올라도 괜찮아요" 손님이 휴지에 쓴 편지…업주 '울컥' - 아시아경제
- 잘 키운다더니 죽여 먹었다고?…반려견 4마리 학대 남성에 태국 발칵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