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복제하는 튼튼한 곡물' 나올까...유전자 변형 연구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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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환경에서도 유난히 생존력이 높은 곡물 개체를 확산시키기 위해 과학자들이 자가 복제가 가능한 곡물을 개발하는 데 나섰다.
튼튼한 곡물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유전적으로 동일한 후손을 생식하게 한다는 것이다.
1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농생명과학계에선 튼튼한 곡물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유전자 변형 기술을 활용한 무성생식법을 고안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유전자 변형을 통해 아포믹시스로 생식하는 곡물을 개발하는 연구는 최근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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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환경에서도 유난히 생존력이 높은 곡물 개체를 확산시키기 위해 과학자들이 자가 복제가 가능한 곡물을 개발하는 데 나섰다. 튼튼한 곡물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유전적으로 동일한 후손을 생식하게 한다는 것이다. 기존 잡종 교배로 튼튼한 곡물 품종을 만드는 방식은 일부 곡물에는 적용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튼튼한 곡물 개체가 스스로 복제하는 기술이 상용화되면 농업 생산량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1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농생명과학계에선 튼튼한 곡물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유전자 변형 기술을 활용한 무성생식법을 고안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곡물의 생존력은 수확량 증가로 이어진다. 그간 연구에 의하면 생존력이 높은 옥수수, 수수 품종은 일반 품종보다 수확량이 최대 50%까지 증가한다. 가뭄에도 잘 견디는 모습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가뭄과 같은 환경에 잘 버티는 곡물의 품종은 잡종 교배로 만들어진다. 학계는 부모 생존에 유리한 유전자만을 취하게 되는 과정에서 잡종 곡물이 일반 곡물보다 우수한 생존력을 갖게 되는 것이라 추측한다.
문제는 잡종 품종 개발이 어려운 곡물이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밀과 콩이 잡종 교배를 통해 튼튼한 품종을 만들고 이를 대량 생산하는 것이 어려운 곡물에 해당한다. 잡종 품종 개발이 가능하더라도 품종을 생산하고 재배하는 과정에서 수확량 증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튼튼한 곡물 개체가 자신만큼 튼튼한 후손을 직접 생식할 수 있는 방법에 주목했다. 혹독한 환경에서도 잘 견디는 곡물 개체가 유전적 구성이 동일한 ‘클론’을 계속 생산하면 전체 곡물의 수확량이 증가할 것이란 얘기다.
실제 자연계에선 이같은 식물의 자가복제가 일어난다. 수분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배아가 만들어져 종자를 형성하는 ‘아포믹시스’다. 아포믹시스로 번식하는 작물을 유전적으로 조작해 만든다면 튼튼한 곡물이 스스로 복제해 후손을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과학자들은 설명한다.
유전자 변형을 통해 아포믹시스로 생식하는 곡물을 개발하는 연구는 최근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2019년 미국 화이트헤드 연구소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은 아포믹시스로 생식하는 벼 개체를 개발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이후 수수, 토마토, 알팔파건초 등 다른 곡물에 대해서도 같은 연구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난자를 곧바로 배아로 발달시키는 방식에 주목하는 연구팀도 있다. 2002년 킴 부틸리엔 네덜란드 와게닝겐대 교수 연구팀은 식물에게서 무성생식을 유도하는 유전자 ‘베이비 봄(BABY BOM)’을 발견했다. 이 유전자를 쌀과 옥수수에 옮겨 붙였을 때 이 곡물들은 무성생식으로 오랫동안 생존이 가능한 배아를 만들어냈다.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 연구팀이 진행한 후속 연구에선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사용해 베이비 봄 유전자가 활성화된 식물이 유전적으로 동일한 클론 후손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연구에선 클론 후손의 생성률이 전체 후손의 30%에 그쳤지만 지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된 후속 연구 결과에선 클론 후손의 생성률이 95%에 이르렀다.
유전자 변형 기술을 통해 스스로 복제하는 곡물을 생산하는 이같은 연구들은 아직 상용화 단계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페기 아지아스-아킨스 미국 조지아대 유전학과 교수는 “농업 생산량의 제고를 위해선 아직 연구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튼튼한 품종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은 농업 비용을 절감하고 특히 가난한 나라의 소농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며 이러한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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