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물타기' 비판 부담 됐나…'오염수 집회' 수위 낮춘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 파견을 앞두고 대여 공세에 화력을 집중했다.
이재명 대표는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틀 뒤 한국 시찰단 파견에 대해 “국민들은 고교 수학여행만큼도 준비 안 하는 것 아니냐고 한탄한다”며 “정부는 오염수를 검증하겠다는 건지, 구경하겠다는 건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특히 정부·여당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표현하는 등 안전성을 강조하는 데 대해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라 일본 대변인 같다는 지적을 듣는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대로 가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민국 시찰단이 면죄부 도장만 찍고 올 것 같다”며 “일본 눈치만 살피고 검증 시늉만 하다가 우리 또한 오염수 테러, 방사능 테러에 공범이라는 지적을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날 2박 3일 일정으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히로시마로 출국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도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당당히 일본에 오염수 검증 협조를 요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시찰단 활동계획에 대해서도 “명단을 공개하라”고 추가적으로 촉구했다. 국조실은 이날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시찰단이 21~26일 일본 후쿠시마를 찾는다고 브리핑하면서 구체적 명단은 밝히지 않았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틀 전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선 명단을 공개할 거라고 호언장담하더니 무슨 꿍꿍이인가”라며 “혹시 국민들이 알아서는 안 되는, 포함되면 안 되는 분이라도 있냐”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행동의 날’ 집회에도 참석한다. 다만 당초 계획과는 달리 수위는 좀 낮추기로 했다. 시민단체와 공동주최 대신 개별 의원들이 참석하는 형식으로 계획을 변경한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엔 최근 여권이 “‘코인 게이트’를 물타기하려고 장외집회를 여는 것”이라고 공격한 게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7일 SNS를 통해 “민주당은 ‘100억 코인 게이트’를 덮으려고 또 길거리로 나가 죽창을 드는가”라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벌써 세 번째 거리투쟁인데, ‘김남국 호위무사’를 자처한 이 대표가 도덕성 파탄 위기에 몰리자 이를 모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시민단체 쪽에서도 정당과 함께 주최하는 건 좀 부담스럽다고 하고, 우리로서도 부담”이라며 “개별적으로 참석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한국 시찰단과 IAEA의 최종 검증 결과 “오염수 방류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날 경우 퇴로가 마땅치 않은 점도 민주당으로선 고민이다. IAEA는 다음달 초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한 최종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까지 모니터링 특별팀이 4차례에 걸쳐 낸 방일 미션 보고서(중간 보고서)에선 “관리 감독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국민의힘에선 “‘후쿠시마 오염수를 너부터 마시라’는 건 옛날 사드 괴담이나 광우병 괴담하고 비슷한 수준”(성일종 의원)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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