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정부가 결정하는 전기요금 제도, 바꾸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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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15일 올 2분기 전기요금을 ㎾h(킬로와트시)당 8원 인상했다.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모습은 전 정부와 현 정부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전기요금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정부는 없다.
이제 곧 정부는 3분기 전기요금 결정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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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15일 올 2분기 전기요금을 ㎾h(킬로와트시)당 8원 인상했다. 3월 말 정했어야 했을 2분기 요금이다. 그러나 44조원을 넘어선 한국전력의 누적 적자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12월 국회에 제출한 ‘한전 경영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2026년까지 누적 적자 해소를 위해 올해 ㎾h당 51.6원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올해 전기요금 인상 폭은 올 1분기 13.1원을 올린 것을 포함해도 21.1원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전기요금은 전기를 사용한 만큼 한전에 내는 요금일 뿐이다. 전기세가 아니다. 그런데 정부가 정하고 정부가 발표한다.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과정은 ‘전기사업법’이라는 법률로 규정되어 있다,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곳은 전기위원회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조직이다. 하지만 결정은 산업부 장관이 한다. 한전이 조정안을 만들어 산업부에 신청하면 산업부 장관이 전기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최종 인가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기획재정부 장관과 협의도 해야 한다.
독점 시장이면서 모든 국민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전기다. 당연히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공공요금을 정하는 기준은 있다. 적정한 원가와 역시 적정한 투자보수를 회수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이른바 총괄원가 보상의 원칙이다. 하지만 원칙은 지켜지기 어렵다.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모습은 전 정부와 현 정부가 크게 다르지 않다. 요금 결정 과정에서 정부의 지나친 간섭을 피하려고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도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사실 전기요금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정부는 없다. 정부는 언제나 ‘물가안정’과 ‘요금 현실화’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정부를 비판하기보다는 아예 제도를 바꿔야 한다. 가능하면 정부의 개입 가능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현 정부는 인수위원회 시절 이미 전기위원회를 독립기구로 분리하는 방안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물론 독립성 확보가 국민의 감시를 받지 않아야 한다거나 의견 반영 장치를 두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공공요금, 더구나 독점적으로 공급되는 서비스의 요금을 결정하는 과정에는 당연히 소비자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하고 관련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설사 독립적인 전기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해도 정부나 정치권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조금이라도 더 결정 과정이 합리적일 수 있다면 바꾸는 것이 낫다.
한전은 보유 부동산 매각 및 임대, 임직원 임금 인상분 반납 등을 통해서 25조7000억원을 마련한다는 자구안을 발표했다. 한전의 방만한 경영에 대한 지적은 타당하다. 하지만 방만한 경영 때문에 44조원의 적자가 난 것은 아니다. 한전 예산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더구나 경비 절감을 이유로 전력망에 대한 투자가 지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은 값싸게 공급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다. 전력 시설 투자감소는 안전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제 곧 정부는 3분기 전기요금 결정을 해야 한다. 3분기는 전기 사용량이 최대로 치솟는 시기다. 또다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산업부가 전기위원회 조직개편을 위해 발주한 연구용역 결과는 이르면 이달이나 다음 달에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원래 에너지 시장 기능의 정상화는 현 정부 에너지 정책의 기본방향이었다. 오래 끌면 오래 끌수록 추진은 쉽지 않을 것이다.
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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