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컬처]두 대의 트럭을 보내는 야구팬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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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는 봄에 개막해서 가을에 끝난다.
지난 주말 KT 위즈파크 야구장에는 트럭이 한 대 서서 시위를 벌였다.
커피트럭은 감독과 선수와 직원들을 위해 팬들이 준비한 것이라고 했다.
그도 두 대의 트럭을 모두 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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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커피 트럭 동시에 보내
팀을 사랑하는 각자의 방식
프로야구는 봄에 개막해서 가을에 끝난다. 올봄에도 한국, 미국, 일본에서 프로야구가 개막해 30~50여 경기를 치르는 중이다. 그 수십 개의 팀 중에서 아직 10승을 못한 두 팀이 있다. 미국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한국의 KT 위즈다. 애슬레틱스는 43경기 9승 34패, 위즈는 33경기 9승 2무 22패. 승률 2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못하는 팀도 평균적으로 10번 싸우면 4번을 이기고 아무리 잘하는 팀도 6번을 겨우 이긴다는 걸 감안하면, 두 팀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계속해서 지고 또 지는 동안 가장 힘든 사람들은 아마도 감독과 선수들일 테고 그 팀을 응원하는 팬들이겠다. 나도 KT 위즈의 팬이어서 요즘은 한숨이 늘었다. 불과 2년 전 창단 첫 통합우승을 한 팀이 왜 이렇게 됐나. 팬들은 여러 이유를 찾는다. 주전 선수의 부상이 많은데 대체할 후보 선수가 적어서 그렇다, 주전 선수를 너무 혹사시킨다, 쓸데없는 전술이 많다,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 등등.
연패가 길어지면 팬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대표적으로는, 트럭을 보내 시위를 하거나 한다. 요즘 일반인들이 항의를 할 때 많이 쓰는 방식이다. 트럭에 현수막이나 전광판을 달아 문구를 적어 그 회사 앞에 주차하는 것이다. 사람의 수고로움 없이 명확하게 항의를 전달할 수 있으니 많이 애용되는 듯하다. 오클랜드의 팬들이야 어떠한지 잘 모르겠으나 위즈의 팬들은 움직였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팀이 망가지고 있으니 정신 차립시다, 하는 내용의 문구를 적은 트럭을 보낸 것이다. 거기에 들어간 돈도 적지 않을 텐데 팬이 사비까지 들여 이렇게 하는 것을 보면 야구, 참 그깟 공놀이가 뭔가 싶다.
지난 주말 KT 위즈파크 야구장에는 트럭이 한 대 서서 시위를 벌였다. 그런데 특이한 게 있다면 커피를 실은 트럭 한 대가 근처에 함께 서 있었다는 것이다. 커피트럭은 감독과 선수와 직원들을 위해 팬들이 준비한 것이라고 했다. 한 개인이나 집단이 시위와 커피를 모두 담당했을 리는 없고 각각 다른 팬들이 마음을 모아 그렇게 한 것이다. 수백 잔의 커피가 무료로 제공됐고 선수들은 커피를 받아 가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맙다는 마음을 남겼다.
나중에 알았으나 팬들이 모인 게시판에서는 말이 많았던 모양이다. 혼나야 할 때인데 왜 커피까지 보냈나, 하는 말들과, 우리 팀 선수들인데 시위 트럭까지 보냈어야 했나, 하는 말들이 있었다. 뭐가 옳은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시위 트럭을 보내든, 커피 트럭을 보내든 그중 응원하는 팀을 바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자신의 팀을 사랑하는 각자의 방식이 아닐까.
나도 그깟 야구가 뭐라고, 어찌어찌 커피 트럭이 간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어 커피 한 잔 보내는 데 돈을 보탰다. 커피를 보낸 그날도 위즈는 졌으나, 고작 커피 한 잔에 승패가 바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다만 그날 팀의 주장이 1루에서 부상의 위험이 있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라도 하는 그의 마음을 읽으며 커피값이야 아무래도 괜찮아졌다. 그도 두 대의 트럭을 모두 보았을 것이다. 오클랜드의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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